일부러 그런건 절대 아닌데, 이사 다음날이 휴일이다. 휴일에는 모든 마트가 전부 다 문을 닫는다. 한달에 두번 쉬는 일요일도 마트마다 휴일이 달라서 어느 마트가 더 이득인지 계산해대는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도 좀 일요일 하루만큼은, 드문드문 있는 몇개 안되는 공휴일만큼은 모든 사람들이 다 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날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올 수 있을까...



대체 뭐 먹고 하루를 버티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Flatmate들이 냉장고에 있는 것들 먹어도 된다고 한다. 말이라도 너무 고맙다. 조금만 신세를 져야겠다. 그래도 어떻게 막 다 꺼내먹을 수 있나.. 식빵 몇 조각에 갖고 있는 홍차 좀 마시면서 하루를 버티고 다음날 바로 마트에 가서 잔뜩 사올테다! 라고 생각했다. 내가 좀 뭔가 덜먹고 있다는게 느껴진건지 본인 먹는거 만들면서 내꺼도 만들었다면서, 방에서 뭉개고 있는 내게 이걸 준다.





무슨 고기를 못먹는지 몰라서, 나는 소고기를 주로 먹어서 소고기인데 먹을 수 있어?




못먹는 고기 없어.... 다 잘먹어... 나 캥거루고기도 맛있게 잘 먹었어... 했더니 엄청 웃는다. 진짜야... 별거 아닐 수도 있는데 그냥 이렇게 주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잘먹겠다고 진짜 고맙다고 몇 번을 얘기하고는 진짜 잘 먹었다.


소고기로 만든 버거라니 사양할 이유가 전혀 없고. 심지어 좋은 고기를 사서 그런지 어찌나 맛있던지. 식빵 몇조각으로 하루를 버틸 생각 하다가 갑자기 맛있는걸 먹게되서 너무 좋아서 그럴수도 있지만...;;




오늘 독일도 휴일이라길래, 한국은 오늘 어린이날이라 쉬는데 독일도 어린이날이 오늘이야? 했다가 또 유머넘치는 사람이 되었다. 말해놓고 보니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그런게 막 생각날뿐이고... 에휴... 전혀 유머가 아니었다는게 너무나도 부끄러운 부분. 오늘 독일은 Christi Himmelfahrt, 예수승천일이다. 항상 같은 날은 아니고 부활절으로부터 몇일 후의 날. 정확한 숫자는 내가 아직 숫자도 모르는 상태라 제대로 못들었다.. 그런건 영어로 해줘도 되잖아... 무튼 고마운 마음으로 잘 먹었다. 치즈케익까지 저렇게 크게 잘라서 주다니, 맛있는거 주는 사람 = 진짜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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