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정식학생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학생으로는 등록되어있다. 독일 대학교에서는 예비학생으로 등록되면, 학생과 같은 것을 다 누릴 수 있다. 당연히 돈을 낸다. 등록금은 아닌데, 학교 운영비 정도랄까... 그 운영비에는 한학기 헤센 주 교통권이 포함되어있다. 무튼, 정식학생이 아닌데도 매일 두껍고 무거운 독일어 사전을 들고다니기 힘들었던 나는, 사물함 신청을 했었다. 처음 신청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우선, 마부르크 대학 도서관 사물함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루사용 사물함과 한달 사용 사물함. 한 달 사용 사물함을 사용하고 싶었던 나는, 비어있는 한 달 사용 사물함 앞에서 열심히 U-Card(학생카드지만 학생증은 아님, 복사카드+도서관대출카드+학생식당 카드)로 사물함을 잠궈보려했는데, 대 실 패. 아 왜 안돼...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한 달 사용 사물함은 신청을 해야한단다. 남은 사물함 중에 랜덤으로 배정되는거라 내가 원하는 사물함을 잡을 수도 없다고... 환 장. 그래서 알겠다구 지층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지층엔 남은게 없대...!! 참나. 지층에 사물함이 있는 모두는 졸업할 때까지 쭉 쓰지 않을까? 그럼 나는 지층은 못써보겠군... 싶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당연히 공간상 여러 곳에 사물함이 깔려;있고, 2층, 4층의 사물함은 남아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2층 사물함을 배정받아서 드물게 쓰고 있었다. 정말 드물게. 그러다 한 달이 지났고, 한 달이 되면 재등록을 해야하는데, 그 재등록이 한국의 재등록과는 좀 개념이 달랐다. 말이 재등록/연장이지 걍 새로 신청하는거랑 똑같다. 이전에 쓰던 사물함을 우선 비워야한다. 이게 무슨 연장이람. 그래서 하.. 무거운데.. 어차피 또 2층 줄거면서 걍 해주면 안되나 싶었다. 하 지 만 언 제 나 내 예상을 비껴가는 일이 생기기 마련. 지층에 빈 사물함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하지만 이내, 있어봐야 젤 아랫줄이라 넣고 뺄 때마다 개고생하거나, 아니면 젤 윗줄이라 팔이 아예 안닿겠지... 뭐 그래도 우선 지층이니깐, 지층으로 주세요! 그러고 만나게 된 나의 사물함! 세상에, 5칸 중 세 번 째 칸. 가장 높이가 알맞은 딱 거기. 어떻게 이런 복이 내게ㅠㅠㅠㅠ 그리고 지층사물함 생긴 기념;으로 부피가 커서 집으로 잘 배달하지 못했지만, 구매해야했던 것들을 구매한 후 도서관에 날라놨다.

 

첫 날 내 사물함 모습은 이러하다. 약간.. 칫솔이며 체육복이며 다 쳐박아두던 고등학생 때의 사물함이 생각나는 그런 사물함이 되어버렸다. 집에 차츰 날라두고, 정리도 차츰 하다보면 이 꼴;은 아니겠지...! 무튼, 지층 사물함 배정받은 기념으로 신나서 글을 써봤다.

 

 

지층 사물함은 이렇게 있다. 이 중 절반은 하루 사용 사물함이라, 지층 사물함의 갯수가 정말 몇 개 안된다. 그 중 하나가 복덩이로 내게 굴러들어온 셈이다.

한 달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하루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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