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내는 숙소인 five elements hostel에서는 매일매일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이건 숙박객들만 이용하는게 아니라 누! 구! 든! 이용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사실 이미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했는데, 사흘 더 연장한 이유가 바로 오늘 파스타 공짜로 준다길래.... 독일에 와서, 한 끼를 해결하는게 몹시 중요해졌다. 그리고 홍등가라서 늦게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노트북을 들고 로비에서 계속 티스토리를 써댔다.



730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로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늦게 왔으면 못먹었겠는걸... 일찍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공짜로 주는 파스타치고는 양도 꽤 많다고 생각했다.



이만큼 만들어둔게 끝나면 이 행사는 끝난다. 그냥 볼 때는 꽤 많아 보이는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거 먹겠다고 많이들 기다리고 있다. 이 동네?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공짜로 파스타 준다는게 꽤 유명한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줄을 섰다. 그리고 두 개를 각각 많이많이 받았다. 파마산 치즈가루도 준비되어있어서 훅훅 뿌리고, 많이 느끼하진 않지만 아주 약간의 음료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아펠바인을 주문했다. 이 호스텔 로비에서는 맥주며 온갖 종류의 음료를 다 파는데, 아펠바인도 꽤 괜찮다.


아펠바인은 프랑크푸르트 지역의 지역술?로 유명한데, 한국의 사과주인 셈이다. 일반적인 사과주보다 살짝 더 센 느낌이 들어서 보통 탄산수에 희석해서 먹는다는데, 나는 그런거 몰라...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아펠바인 250ml, €1.5

훌륭한 가격이다. 물론 원래도 그렇게 비싼 술은 아닌데, 딱 소량으로 저렇게 마시는게 좋았다. 그리고 파스타는 공짜니까... 헤헤헤헤헤




독일에 온 후로 전통적인 독일 음식이라고는 특별히 안먹어봤는데도, 뭔가 입이 계속 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매일 티타임을 세번 이상을 가져도 입이 짜다는거 보면 아침마다 먹는 그 햄들이 살벌하게 짠다보다. 이러다 배탈이 날 수도 있겠는데... 싶어서 아펠바인을 마시지 말까 했지만, 네이버에 찾아보니 사과주를 소화제로도 쓴대서. 오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약간 배아플듯한 느낌은 사과주 한잔으로 깔끔히 사라졌다. 이렇게 안아프고 그냥 쭉쭉 잘 지내도 괴는건가... 되는거겠지...? 

아무것도 한게 없이 우체국만 매일 한번씩 갔을 뿐인데 독일에 도착한지도 사흘이 지났다. 사흘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다니 나의 빈둥거림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겠지, 엄마 미안.. 아빠도 미안..


어쨌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시차적응기간을 사흘로 잡고 상대적으로 비싼 4인실에 지냈는데, 시차적응이고 뭐고 내겐 하나도 필요 없었던 일... 해지면 잘 자고 해뜨면 잘 일어날 수 있는, 나는 몹시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체크아웃이지만 체크아웃이 아닌 그저 방을 옮기는 오늘, 짧은 영어로 또 나의 상황을 설명해야했다. 뭐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으니 간단히. 놀랍게도 내 말을 이해했고, 나는 8인실로 옮기게 됐다. 바로 옆방이 8인실이라는거 난 몰랐다. 옮기기 편하게 바로 옆방으로 배정해준대서 새삼 독일인의 이해함에 고마웠다. 독일인이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지만, 다 어딘가 이상한 소리로 들린다. 한국인이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거라고 얘기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짐을 옮기는데, 어제 그 팜유얘기를 하던 독일사람을 만났다. 방을 옮기는거야???? 라고 얼굴에 표정이 이상한 채로 묻길래, 아 오해하는구나.. 싶어서, 응! 더 싼방으로 옮기려구ㅠ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본인도 본인이 말이 많으신거 알죠? 그래서 언짢았던거죠....? - _-




그렇게 방을 옮기는데, 휴... 환기 좀 하고들 사세요...... 뭣들 하시는거에요ㅠㅠㅠㅠ 4명이 뿜어내는 숨과 8명이 뿜어내는 숨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었고, 살벌하게 드러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하... 설국열차 꼬리칸이 이런 기분이었을까ㅠㅠㅠㅠㅠ


4인실은 너무 상쾌했는데ㅠㅠㅠㅠ



돈이 막 수십유로가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사흘치 해봐야 10유로 정도 차이나는데, 굳이 왜 옮겼을까... 그냥 4인실에 있을껄...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뭐 이미 옮겼으니까... 그 차액은 세탁기에 쓸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난한 여행자여....




사흘간 풀었던 짐을 옮기는 것도 이렇게 빡센데, 이사는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짐들 다 무슨일인지.... 머리가 아프다. 


여전히 내가 누군가에게 뭘 묻고, 그 사람이 내게 대답해주고 하는 것이 낯설기 때문에 우선은 구글 지도로 찾아본다. 그것이 특히 특정인만 알고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나는 독일 사람들이 PostCrossing을 많이 하길래, 대부분의 독일인이 우편에 호감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근처 우체국 어딨는지 알아? 했을 때 음, 모르겠네... 라고 대답하는 독일인이 더 많다는걸 알고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구글 지도가 있으니까! 


그렇게 구글지도가 안내해준 우체국을 찾아갔다. 길치에게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길에서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오늘은 어떤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중국계로 보이는 학생이 내가 딱 헤메고 있는 길 근처의 횡단보도를 기다리길래, Entshuldigung(=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물었는데, No, I speak Deutsh only. 라는 대답을 들었다. 참나 German도 아니고 Deutsch라니 부러워서 눈물이... 응 미안... 하고는 다시 누군가에게 물어야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던 차에, 독일 입국 후 처음 만나게 된 독일 사람인 (엄밀히 말하면 입국도 못한 상태긴 하지만ㅠ) 경찰을 보게 된다. 심지어 경찰차도 있는거 보니 혹시 저 사람이 영어를 못하면 그 안의 누군가가.... 할 수 있겠지... 제발요 감사합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경찰들은 모두 조금의 영어는 구사할 수 있다는 답을 했고, 그 조금은 내 영어보다 잘했으며... 예... 무튼 그렇게 바빠보이는 경찰들에게 길을 물었고ㅠ 그들은 내게 길안내를 해준 뒤 거의 바로 차를 돌려서 어디론가 갔다. 제가... 뭔가 잘못한건 아니죠? 괜찮죠???



한 번 봤다고 조금 친근해진 POLIZEI



경찰의 감사한 도움으로 쉽게 찾았다. 우체국!


이젠 멀리서 봐도 반가운 그 노란 표시! 야호!!!



음... 근데 우체국 아닌거 같은데...

저 노란 간판은 우체국이 맞긴 한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적 느낌


이 날은 비가 추적추적 와서 유난히 사진이 더 아련터진다

비오는 날에 굳이 또 우표를 사러 가는 우리 존재.. 화이팅!!!



들어갔더니, 음, 점빵인데...?




혹시 우표를 살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니

(너무 당황해서 어제 외운 독일어 문장을 쓴다는걸 까먹었다)

영어가 유창한 아랍계 직원이 살 수 있다고 나름 친절히 대답했다.

오? 영어가 통한다! 휴.. 다행이야...

우표 좀 볼 수 있을까요? 했더니


보여주는데 꽃꽃꽃꽃꽃!!!!!!!!

휴... 


혹시 다른건 없니...? 라고 물으니

있는데 이것도 네 맘에 들진 않을거야 ㅋㅋㅋ 라고

아이고...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사죠... 우표 두 장을 샀다

장사 잘하시네요....


나중에 이 곳을 다시 자세히 찾아보니 우체국은 맞는데 "filiale"라는게 붙어있었다. 뭐 별거겠어? 싶었는데, 저 단어가 붙은 곳들은 저렇게 점빵에서 우표도 팔고 우편도 대신 받아주는 그런 "지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한 지점은 동네 우체국들이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직영 개념과 이런 개념은 또 다른가보다. 


독일 우체국을 한국어로 찾으면 항상 기사 검색에 "민영화"라는 키워드의 기사들이 뜬다. 시스템이 꽤 깔끔하길래 위키에서 찾아봤는데, 창립이 1995년부터라고 되어있어서 ??? 했었다. 민영화가 1995년에 된거구나, 한국과 20년 이상 차이나는구나 싶은 마음. 그래도 국제우편 기준으로 우편요금이 세 배나 비싼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도 민영화되면 이렇게 되겠지, 부디 민영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무튼 그렇게 우표를 구입하고, 비가 와서 보내지 않을까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독일의 우편 시스템을 믿어보기로 했다. 심지어 만년필로 쓴건디ㅠ 부디 번지지 않았으면...




언제나처럼 특별한 일 없이 또 다이어리를 쓰고 밀린; 일기를 티스토리에 쓰고 (일기는 미루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 것 같다. 04/25 일기를 쓰는 현재는 05/04) 하면서 숙소의 로비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데, 50대? 60대쯤 되어보이는 독일 여자분이 앞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네! 앉으세요!


니가 아마 나랑 같은 방을 쓰고 있을거야- 라고 운을 떼길래, ???? 했더니, 방에서 니 "특이한" 슬리퍼 봤어 라길래 그냥 웃었다. 내 슬리퍼가 좀... 예쁘지? 헤헿



호주에서 사온 해변용; 슬리퍼가 독일 게스트하우스 생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몹시 유용하다. 슬리퍼 안가져왔으면 또 와서 괜히 돈쓸뻔 했다.



무튼 그렇게 그 독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은 Free Crepe Day라고? 물론 알고 있었다. 뭐라도 공짜로 먹어보려는 나의 심뽀.... 사실 한국에서 크레페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크레페라고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디저트들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오면서 원래의 형태와는 많이 달라진다. 크레페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크레페 처음 먹어봐서 그러는데,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크레페를 만드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처음인데다 그게 독일이면 당연히 누텔라지! 라고 하길래, 오케이!! 하고 누텔라를 발라서 자리에 앉았다. 독일에 사흘 있어서 느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한국인이 외국인 김치 먹는거 보고 괜히 좋아하듯이, 독일인도 외국인(특히 아시안)이 누텔라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걸 그렇게 좋아하더라. 시야가 좁으신 유럽인들이시여, 아시아에도 초콜릿 있어요... 여러분만 그런걸 먹는게 아니랍니다... 겨울에는 스위스미스도 마시는데, 놀랍죠?



독일인과 둘이 대화하다 뭔가 괜히 어색하거나 내 영어가 끊;기면 누텔라 얘기를 해주면 겁나게 좋아했다. 모두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 이 독일인에게도 한국인들 누텔라 진짜 좋아한다고 해줬더니, 엄청 진지한 얼굴로 "이 누텔라가 너의 마지막 누텔라가 되길 바랄게" 읭.... 제가 뭘 잘못했죠...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했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어딘가 곤란한 표정을 짓긴 했는지, 심각한건(serious) 아닌데, 또 한 편으로는 심각하다며 누텔라에 팜유가 들어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누텔라를 먹을 수록, 밀림이 파괴되고 있다고.... 미안...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르겠어.... 당신... 환경론자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한국의 초콜렛은 팜유의 선택권이 없답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또 독일인의 자부심, 동네에 대한걸 물어봤다. 내가 만난 모든 독일인은 본인이 나고자란 동네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고, 그게 나는 참 부러웠다. 길든 짧든 대화를 하고 나서, 나 독일 여행을 좀 오래할건데, 내가 꼭 가야할 도시 다섯개만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항상 네 개는 좀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섯번째는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를 추천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독일인도 그랬고, 이 여자분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물론 다른 독일인도 마찬가지.... 본인의 고향은 쾰른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쓰면 쾰른이지만, 이거 독일발음 상당히 어렵다. 내가 아무리 쾰른쾰른이라고 해도 그 어떤 독일인도 나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막 대성당이!!! 이런식으로 하면 아아아아 하면서 "쾰-은" 뭐 이런 비슷한 발음을 한다... 뒷 발음은 절대 "른"이 아니다.



본인의 동네는 이미 유명해서 꼭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자부심 장난없다) 혹시라도 안가려 했다면 꼭 가야한다고. 대성당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네... 혹시 50년대의 쾰른이 궁금하지 않냐면서, 본인의 페북에 업로드한 동영상을 내게 보여줬다. 40분짜리 동영상을 선택권없이 봐야했다.... 이미 많이 보셨는지, 나는 외울거 같아서 담배나 피고올께~ 마저 잘 보렴~ 음....? 그래요....



그리고는 심각할 정도로 나의 많은 시간을 빼앗았다. 흠, 같이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나는 내 시간이 꼭 보장되어야하는데, 이러면 좀 곤란하네... 싶었다.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 4인실이니까 뭐, 별 일 없겠지



무튼 팜유 얘기 듣고나니까 누텔라가 조금은 불편해졌다.

공항에서 보낸 엽서들 말고도,

나는 심지어 보낼 사람을 아직 제대로 정하지도 못했지만,

혹은 언젠가 만나게될 사람을 위해서도,

엽서를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상태인게 나의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두 번 째로 한국에 가게 되는 엽서는, 숙소에서 썼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도움받아야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역안을 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는 생각을 했다



영어가 잘 안통하길래 공항에서 정말 간단한 단어로 간단한 독일어를 만들었다.

Deutsche Post, bitter (= Post office, please)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안내받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내의 독일 우체국.



맥도날드 옆, 크레페 옆, 생각보다 찾기는 쉽다.






이 사진을 밖에서 찍고, 들어갔는데

우체국 안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은거다....


이 많은 사람들이 편지봉투 하나 들고 서있는게 좀 의아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인도인 직원이 아닌 독일인 직원은 공항 우체국임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하나도 안통하던 것이 기억나서, 독일어 문장 하나를 두 번째로 작문했다. 


(첫 번째는 공항 입국심사때 쓰려고 외운 문장, 슈트트가르트가 집이라고 하던 호주 물건들로 온 몸을 도배를 한, 독일인이 작문해준 완벽한 독일어 한 문장. "Ich bin im Urlaub in Deutschland = I am for Holiday in Germany")



첫 번째와 달리 내가 찾아본거라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문장을 만들었다

그러니, 첫 번째 문장은 독일인에세 작문을 부탁한거고,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든 첫 번째 독일어 문장이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 I want to buy postal stamps



움라우트 발음 입에 안붙어서 몇번이나 연습하고

우표가 Briefmarken이라는 것도 또 몇 번이나 연습하고

역시 외국어는 반복이 짱이구나, 어떻게 다른 문장도 아니고 이걸 처음으로 어찌어찌 만들어서 외울 생각을 했을까...ㅋㅋㅋㅋ 우리 존재 화이팅!!!


덕질은 인간을 얼마나 이롭게 하는가?

좋아하는거 조금 더 잘해보겠다고, 타국까지 와서 단 한번도 배워보지 않은 타국의 언어를 그 타국인에게 물어가면서 공부하게끔 만드는가-




그리고는 줄을 서있는데, 우체국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뭔가 물어보고 있었다. 나한테도 뭔가 물어볼지 몰라, 근데 나 독일어 하나도 모르는데ㅠ 괜찮을까... 부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그리고는 기다렸던대로 나한테 와서 독일어로 뭐라뭐라 한다.... "저 독일어를 잘 못해요" 이 문장부터 먼저 만들고 외웠어야하는거 아닌가.... 너 이새끼 화이팅.....


가만히 잘 듣고 있다가, 마치 그 말을 잘 듣고 (우체국에 처음 온 사람에게 묻게 될 것으로 간단하게 예상되는 질문 = 너 여기 왜 왔니? / 응! 나 우표 사러 왔어) 대답하였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음... 뭔가 잘못됐나봐... 우체국 직원 표정이 좋지 않다... 찌밤... 내가 문장 하나 만들고, 숙소에 있는 독일인 한 명한테 문장 맞는지 확인하고 외울껄.... 에휴...



그리고는 이내 no Deutsche? English? 라고 하길래 고개가 떨어져나갈듯이 끄덕끄덕 하면서 짱당당하게 English! I want to but postal stamps. 음 근데, 표정이 그러세요.... take picture가 어쩌고 어쩌고... 음... 당신의 영어... 좋지 않다... 나의 영어도... 좋지 않다... 우리 서로가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하자.... 음... 아까 찍은 사진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같다. 우리의 영어는 서로가 힘든 상태기 때문에 손짓발짓이 동원되었다. 내 핸드폰을 보여주며, 우체국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Delete? 라고 하니까 맞단다. 휴... 소리나는 카메라도 아닌데, 누가 이른거지.... 내가 아시안이라 밉습니까? 아니면 왜 우체국 내부는 찍을 수 없는건지 알려주시라 이거에요.... 네? 알려주셨다고요? 너가 독일어를 하나도 못해서 못알아들었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문제가 될까해서 위에 올린 밖에서 본 우체국 사진도 혹시 안되냐고 Outside? Okay? or Delete? 라고 바짝 엎드리니까, 밖은 괜찮단다. 아무렴 괜찮겠지.... 가만안둬....



무튼 그렇게 또 원치 않은 타이밍에 앞뒤 문맥을 1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나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에 이번 우체국도 실패다. 하지만 줄에 서서 보통 꽃우표가 아닌 다른 우표가 제발 있길 바래본다.


한번 더 써먹었다. 하지만 좀 꺼려지긴 했다. 틀린 문장이면 어떻게하지........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를 말하면서 맥주 우표 보여주기....

Nein- 뭐 이제는 알아듣는 놉-


휴 여기도 없구나... 괜히 사진찍다 혼나기나 하고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우체국에서 우표도 구입도 못하고 사진찍었다고 혼남


독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행에서 항상 다인실을 이용해왔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가격이 가장 저렴하니까

한국은 대부분 여성전용이 있을 정도이도로 조금 기형적이긴 하지만

그건 한국의 특수성때문이고...


이번 독일 여행에도 너무나 당연히 다인실을 예약했는데

20시간의 비행은 처음이라 피곤할거라 생각하고 4인실로 예약했다

다인실중에 가장 적인 숫자가 보통 4인실이다


내 나름은 비행하느라 고생했다고 4인실을 예약했는데

비행하느라 한 고생같은거 없고요....? 넘나 쌩쌩한 것...

마취총 좀 주시겠어요?


어쩌다보니 나 빼고 세 명이 다 남자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외국인들

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아주 업다운이 심하네....

거 적당히 좀 합시다....


왜이렇게들 고운지 원... 아이고 도련님들...




그렇게 둘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딱히 시차적응을 못한건 아닌데, 잠도 습관이라고 최근 몇 일을 몇 시간만 자도 쌩쌩한 탓인지, 오늘도 그렇다. 또 얼마 안자고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다. 뭐 노느라 바쁜 것도 꽤 좋은 삶이란 생각이 든다.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하다 트위터를 하다 한국 신문기사도 좀 읽다가 뭉개고 있는데, 나머지 세 명이 전부 다 체크아웃을 한다고 한다. 음, 그래? 뭐 너네가 가면 더 훈남이 오겠지. 바이바이- 셋 중 두 명은 친구라, 두 명이 먼저 체크아웃을 했고 방에는 나와 다른 한 명만 있었다. 특별히 별 생각 없었고, 여태 모르는 남자와 둘만 넓은 도미토리를 쓴 적도 꽤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두 명이 나가면서 다시 자라며 불을 끄고 갔고, 다른 남자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불이 꺼진 채 커텐도 걷지 않은 상태의 방은 몹시 캄캄했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인스타그램에 트위터에 뭉개고 있다보니 배가 고파져서 일어났는데, 뭔가 실루엣이 이상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뭐 외국인의 수면스타일;을 정말 많이 고려해서 잘 때는 나체로 잘 수 있다쳐도 왜 저러고 방을 활보하는건지 모를.....


못본 척을 하려했지만, 너무 방끝에서 끝까지 활보하고 다니는 바람에 못본 척이 될 수 없었고, 열시 쯤 바로 방에서 나와서 로비에 있었다. 그리고는 두 시간이 지난 후 체크아웃했겠지 싶어서 방에 다시 올라왔는데, 여전히 나체 상태로 짐을 싸고 있다. 세상... 너 혼자 사니?????



분명 동양인 여자라고 일부러 골려주려고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동안 나체 상태로 옷을 쌌다는거에서 혹시 정말 나체의 상태를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도착하자마자 본게 이따위거라니....-_-

아침을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니 졸음이 온다.

너 정말 여행자 맞는거야?

아 몰라 한숨 잘래.... - _-......



그러고 눈뜨니 양심상 햇살도 좀 봐야할 것 같고

조식 먹고 자러 이 숙소 온 것도 아니니까 ㅋㅋㅋㅋ


나간다! 씻기 귀찮지만 씻는다!


샤워기 중에 빼서 쓸 수 있는거 말고

아예 천장에 매달려서 머리로 물이 바로 떨어지는 샤워기가 있다


이 숙소에 그 샤워기가 있는데, 닝겐들이 키가 크니까 천장도 높고,

그 샤워기도 높이 매달려있어서....

그거 좀 썼더니 머리통이 왜이렇게 아프니.......




아침을 나름 거하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걸음 걸었다고 배고프다니.... 여보세요 위새끼 장새끼... 양심 좀 있으세요.........


뭐든 밖에서 먹으면 돈이니까 간단하게 먹어야지!

일요일에 슈퍼가 문 닫는구나............

여보세요? 문 여는 곳은 없나요?

오늘 일요일이라구요? 한국은 24-7 오픈인데요? 네? 그건 한국이 잘못된거라구요?


그렇지... 그게 잘못된거지....

이렇게 된 이상! 처음이자 마지막 외식을 하기로 한다!!!!

(뜬금도 없고 연관성도 없고....)



내가 외식을 하겠다는데... 돈을 쓰겠다는데도.... 문 연 곳이 없어ㅠㅠㅠㅠㅠㅠ

아이고 여러분들.... 제가 배가 고파요.... 낮잠자는데도 칼로리가 소모됩디다???


문 연 곳이 제발 있어주세요............




문 연 곳은 아시안 식당 / 케밥 / 끗



아이고 염병....



문 연 곳이 한 군데 있는데, 음 너무 비싸진 않을까....?

다행히 메뉴판이 밖에도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배고파.... 힘이 없어.... 염병....




뭔지 잘 모르지만 9번으로 선택!

너무 싼거 고르면 딱 돈값해서 돈쓰고도 기분나쁘더라고....





그리고는 자꾸 음료를 묻는데, 아 왜 귀찮게 뭐 마실거냐고 묻는건데....

비싸서 안마신다고... 못마신다고!!!!!!

근데 나중에 이거 찾아보니까, 메인 요리 주문할 때 음료를 같이 주문하는게 예의라네...

예의없는 닝겐될 뻔 했다....ㅠ


계속 나중에 시킨다고 말하다가, 음식이 딱 나오는 순간,

아 이거 탄산 없이 곤란하겠다 싶어서 바로 슈웹스 주문 ㅋㅋㅋㅋ





쨔쟌 - 






특별히 맛집 나부랭이를 찾아서 간게 아닌데도 이 정도면 엄청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립 주변에 원래 저렇게 살이 많이 붙어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립만 뜯었는데도 배가 불러........



난 원래 감자나 고구마같은 배부른 식량작물은 먹는거 딱 질색인데

그냥 뭔가 고기반찬에 곁들이는 소량의 밥처럼; 먹어주니 딱 좋았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주방 근처에 가서 기웃거림;;;;

자리에 앉아있으면 계산서 갖다준다길래 응!!!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산서를 가져왔는데................

니맘대로 팁???????? 팁은 내가 주는거 아닌가요??????

니맘대로 팁을 붙여서 계산서를 줘?????

내가 존나 호구상인가..... 나 지금 독어못한다고 무시하는거지??? 쒸익,,,,, 쒸익,,,,



하지만 뭐 어쩌겠어... 독어는 하나도 못하고, 영어로도 딱히 따지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그냥 20유로 주고 나옴.... 팁은 2유로 정도 받아갔는데 뭐... 2유로로 배웠다고 생각하면 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내 2유로 아까워죽는다....


근데 이것도 나중에 찾아보니 독일은 팁 문화가 있대서.... 그냥 짜지기로 했다

아는게 하나도 없잖아......... 우리 존재 용감하게 아무것도 모른 채 독일 왔구나? 멋있다 - _-b






꽤 많이 피곤했는지, 아주 푹 잘 자고 일어났더니

조식 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 꼽! 시! 계!


이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좋은게, 조식시간이 치사하고 째쨰하게 막 7~8시 이런게 아니라, 통 크게! 닝겐들이 커다란 나라는 이렇게 통도 큰가!!! 730~12!!! 12!!!! ㅋㅋㅋㅋ 정오에 먹는 것도 조식이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낮잠자고 내려와도 충분한 시간.... 이 게스트하우스를 고른 이유...ㅋㅋㅋㅋ


게다가.... 심지어.... 세상에.... 세상에!!!!!!!!!!

저에게 또 이런 행운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스트하우스 무료 조식의 퀄리티가 대체 왜 이렇죠???????


왜 이게 무료에요???

물론 모두에게 다 무료는 아니고, 이 숙소에서 3박 이상을 한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거긴 한데, 3박 이하는 4.5유로로 먹을 수 있다. 4.5유로가 6천원 조금 안되는걸 감안하면, 엄청난 퀄리티.... 




자 이제 사진이 필요한 시간!







전체 샷이 시작하기 전에, 독일 = 누텔라

소금 후추 꿀과 함께 기본적으로 모든 테이블에 누텔라가 비치되어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신기했는데, 이젠 굉장히 익숙해졌다.






조식 전체샷, 딱 봐도 뭐가 많아 보인다





대여섯 종류의 빵이 항상 제공된다.

다들 어떤 빵을 주식으로 먹는지 궁금해서 이른 시간부터 일부러 계속 지켜봤는데,

특정인이 먹는 빵은 항상 같았다.

먹는 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취향 탓인가...


딱 봐서 만만해보이는 빵들은 이미 다 먹어봤고,

(휴.. 빵이 원래 이런 맛이라니..)

사진상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은 빵인데 빵같은 식감이 아니었다

약간 찌덕거리는? 저것도 다른 이름이 있겠지

하지만 알 필요 없다. 별로 안땡기는 맛...



그리고 사진상에서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초! 코! 파! 운! 드!

찌! 덕! 거! 리! 는! 초! 코!


어쩐지... 다들 처음엔 아무도 안가져가고 다 먹을 때쯤에 저거 가지러 오더라...

뭔지도 모르고 그냥 안먹다가 한번 먹고는 또 5키로쯤 가볍게 찌는 상상을 했다

악몽이야.......................

상상 속에서는 부디 행복하자....


왼쪽에 Ricotta cheese, Quark cheese

그 뒤로 또 치즈, 땅콩버터 with cheese, 버터

가장 뒤에는 토마토와 오이






삶은 계란, 짜먹는 햄, 떠먹는 햄;;; 잼 3






그 때 그 때 바뀌는 과일바구니의 과일들, 우유, 요거트





다양한 종류의 씨리얼들,

견과류 등의 각종 토핑들,

쌍큼한 요거트, 뭔가 좀 꾸덕거리는 요거트




쇠통?;;;에는 치즈가 담겨 있다! 가운데에는 다른 종류의 치즈





햄과 소세지의 나라답게 아까 짜먹는 햄 떠먹는 햄에 이어

슬라이스 햄도 항상 세 종류씩 있다.

햄 종류만 5개 이상... 항상 비치...


독일... 너는 러브...





초코렛으로만 만든 씨리얼 좀 너무하는거 아니냐구....

살찌는 방법을 미국만 아는 줄 알았는데

누텔라와 하리보의 독일을 내가 너무 간과했구나, 미안






그렇게 Five Elements Hostel에서의 첫 조식을 정말 간단히 먹었다

쓰고 있는 현재인, 오늘(4/28) 먹은 사진과 비교하니

반도 채 안먹었구나....


난 혹시 내가 뭔가가 입에 안맞을까봐

탈나거나 할까봐 걱정되서 저렇게 조금씩 맛만 보는 것처럼 퍼온건데

그런건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허경영짤)



배탈이 뭐죠? 입에 안맞는게 뭐죠?

독일 사람들은 수돗물 그냥 마신다면서요?

그럼 저도 수돗물 그냥 마시면 되나요?

물갈이가 뭐죠? 도착한 첫 날부터 수돗물 그냥 마셨습니다만....






그렇게, 행복하고 행복한 아침식사가 끝났다.

커피, 오렌지쥬스, 홍차 세 종류를 번갈아 마시면서

느긋이 한 시간쯤 먹고나니

내가 무슨 귀족이라도 된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느긋하게 아침을 먹어봤나...


길어야 20분의 식사 시간에도 밥을 누가 그렇게 천천히 먹냐는 얘기를 하던 사람들.

5분의 식사 시간, 그게 과연 식사였던가. 사료 아닌가?



그저 행복한 시간들

내가 이렇게 행복함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는가?

혹시라도 여태까지 없었던 거라면

그 자격이 있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한 번 거하게 잘 먹었다고 이렇게 자아반성이 되다니

역시 나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체질이야...... - ㅁ-....

배고픈데 무슨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냐 이거에요....

배고프면 짜증부터 난다 이거에요....



ps.

처음에 이 숙소 이름을 본 순간, 예약을 꽤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이름 이렇게 짓기 있냐구요.... 원소 다섯 개??????? 뭐야... 하면서

혹시 다른 뜻이 있나해서 검색했는데 음양오행 = Five Elements ?????????

뭐지.... 어째서 프랑크푸르트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음양오행인거야 ㅋㅋㅋㅋ

맥주는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되니? 내가 지금 한국에서 왔는데, 20시간 비행하고 또 여길 못찾아서 두시간을 헤멨거든. 맥주는 진짜 1분만 후에 마시면 안되니? 꼭 그렇게 맥주를 줘야하는거니....?


내가 기필코 영어공부를 하고야 만다..... 는 다짐을 독일에 와서 하게 된다.... 아이고 염병.... 저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못해서!!!!!!! 체크인 하다말고 탭맥주(=한국의 생맥주 개념) 따라달라는 닝겐한테 맥주 한 잔을 거품 예쁘게 빰빰해서 따라주고 있다....



그렇다, 이 숙소는 1층에서 맥주를 판다. 그것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탭맥주와 병맥주, 그리고 간단한 식사까지!





죽을 것 같은 나를 리셉션에 내버려두고 맥주 따르러 갔다. 나는 지성인이다... 지성인이다.... 이런 것에 화내지 말자... 길어야 5분이야.... 그 5분에 나는 죽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잘 기다렸다. 잘 기다린 나에게 그저 감동....




잘 기다리고 내 방에 들어갔더니

헤헤헿........ 아무래도 내 눈앞에 있는 니가 천사같은데.........





촌스럽게 왜 이래요... 같은 침대를 쓴다는 것도 아니고.... 

10년 전에 호주 여행할 때도 혼숙 많이 했는데, 촌스럽게... '')



한국에서만 없거나 드문 문화, Backpacker Mixed Dormitory

몰카 작작 좀 찍으라 이거에요. 외국 나와서 남자 목소리의 한국어 들리면 짜증부터 난다구....



휴, 고생 좀 하면 어때 ^^.... 4명짜리 도미토리에 저만 여자네요 헤헤헿....





그렇게 스물 두살이라는 ㅋㅋㅋㅋㅋ 헐벗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며 늙은이는 좀 누워야겠습니다.....


음...? 근데 제 캐리어가 좀 이상한 것 같네요....







설명까지 하긴 너무 어렵고.... 그냥 보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고... 모르시면 말구요....

개그하러 독일까지 왔냐 이거에요............... 처음 개시한 캐리어인데.... 휴...


그래도 뭐 캐리어 안부서지고 잘 도착한게 어디냐 싶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당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첫 밤을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

간판에 한글이 없고, 한국어도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거야 그 비행기에서 나만 혼자 그렇게 늦게 내렸으니ㅠㅠㅠㅋㅋㅋ)

인천공항과 비슷한 것 하나는, 택시 아저씨만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한다는 점?


그렇게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ㅠㅠ 했다.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아봤을리가 없잖아....? 중앙역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뭐를 탄다고 하는데 뭘 타야하는지 모른다. 그런거 미리 알아봐야 김샐뿐이고, 당연히 고생은 항상 하게 되지만 난 이게 좋다.



대충 블로그들 찾아보니, 굳이 내가 사진들 업로드 안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자세히 포스팅이 많이 되어있다. 시키는대로 자동발매기에서 single ticket을 구입하고 중앙역 가는 지하철?에 탑승하면 끝. 간단하네 뭐. 이런걸 뭘 준비를 하고 미리 찾아보고... 뭐 그렇게 해야 편안한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준비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곳곳에 자동발매기가 있고, 나는 음 쉽댔어! 하면서 영어로 전환하는 버튼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못찾고 있는거다.................... 우리 존재 화이팅!!!



옆에 선 사람도 한국인 같길래, 음 커플같으니까 둘 중 한명이 알아왔겠지 싶어서 곁눈질로 보고 있는데, 너희도 안알아봤구나....? ㅋㅋㅋㅋ 에휴 내가 누르는게 낫지... 이것저것 누르다보니 single ticket처럼 보이는 뭔가가 보여서 눌러봤다. 음, 대충 가격이 이 정도가 맞군. 





내가 공항에서 얼마나 헤메고, 엽서 보낸다고 또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티켓을 보면 알 수 있다 ㅋㅋㅋㅋ 공항에 도착한게 세시가 안되서인데.... 티켓 발권이 다섯시 반 ㅋㅋ 오늘도 여전히 우리 존재 화이팅!!!


독일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고 들었는데, 4.65유로(=약6천원)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 들어가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니, 마냥 비싸기만 한 물가는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아까 우체국 이동할 때는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끌고 갈 수 있었는데(물론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라인에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안보이고 에스컬레이터에는 막혀있어서 직접 물어봤다.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손이 두개인데....



오르락 내리락해야지 뭐 별 수 있나... 하고 생각중이었는데, 어떤 아시아계 여자가 도움이 필요해보이는데? 도와줄까? 하길래 응응ㅠㅠㅠ 또 땡큐땡큐 난리...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외워왔는데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28인치를 낑낑대며 끌고 20인치를 대신 들어줬다. 아무렴 어떤가, 도와준다는 그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 잠시 정적 - 어느 역까지 가냐고 묻길래. 중앙역에 간다고 하니까. 어느 중앙역? 응??? 중앙역.... 여기 중앙역이 두 개야....




아이고 신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ㅠㅠㅠㅠㅠ 중앙역이라고만 봤는데... 어딘지는 몰라... 숙소 주소 없어? 주소? 없지.... 그럼 어떻게 찾아가? 글쎄.... 이런 또 나의 병신력을 뿜뿜하는 대화를 하다가 첫번째 중앙역이 지났다. 그리고 이 사람은 자기가 두 번째 중앙역에서 내린다고 했다. 만약에 내 숙소가 첫 번째 중앙역이라면, 반대편까지 짐을 가져다주겠다길래... 하... 천사세요???? 개고생 좀 작작하라고 천사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를 도와주나 싶었다... 눈물 핑... 하지만 나는 숙소 주소를 모르잖아.... 안될꺼야....



혹시 몰라서 와이파이를 켜봤는데, 뭔지 모르지만 뭔가가 미세하게 신호가 잡힌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와이파이를 열어두는 당신께 또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내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응 이거 첫 번째 중앙역이네. 반대편으로 데려다줄께. 아이고... 세상에 감사해라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공항에서 티켓 발권한게 5:36pm, 멍청한 짓 하느라 헤메다보니 퇴근시간이 걸려서... 본의 아니게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여러모로 민폐ㅠㅠㅠ 한국의 지하철은 대부분 승강장과 지하철의 틈이 넓지는 않은 편이라 크게 신경 안써서 몰랐는데, 28인치 캐리어 기차에 넣다가 그 무게에 휘청거리며 발이 빠져서 또 으아아아아 하고 말았는다. 차라리 비명을 지르라고.... 그런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말고ㅠㅠㅠ 아니면 헬프미라도ㅠㅠㅠㅠㅠㅠ 


놀랍게도 사람 손 세 개가 갑자기 쑥 나타나서는 이 커다랗고 무거운 나를 쏙 들어서 기차 안에 내려다놨다.... 이게 또 무슨 일이지.... 엄청나게 무거웠을텐데 어쩜 그렇게 달랑 들어서... 세상에.... 하.... 영원히 독일에 뼈를 묻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중앙역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했는데, 아까 와이파이 미세할 때 캡쳐한 그 지도 하나로 나는 숙소를 찾아가야한다. 공항에서도 영어가 거의 안통했으니, 영어가 통할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나... 과연 숙소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ㅠㅠㅠㅠㅠ 


길치는 당연하게도 방향치이다.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나는 더 고생할 것이다. 어떻게든 영어로 아까 캡쳐한 그 지도를 보여주며 손짓발짓을 더해서 설명을 한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향을 안내받았다. 믿어야지... 믿겠어... 그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굉장히 깡마른 남자가 큰 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친다. ???? 뭔데???? 그리고는 이내 삿대질도 더해진다. ????????????? 시방 지금 나한테 시비터는거야? 하... 뭔데... 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노숙자였던 것 같다. 내가 겁먹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He is homeless. Don't worry. 라고 하고는 또 자기 갈 길 간다. 뭔데 쿨하냐....





노숙자가 삿대질을 해서 겁먹었지만, 눈 앞에 금호타이어 마크에 괜히 안정이 됐다. 영화관 광고도 생각나고. 뜬금없이 왜 저기 광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반가웠다. 이 사진의 왼쪽으로 가면 금방 숙소가 나왔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치는 또 갈래길의 선택에서.... 정답이 아닌 방향으로 갑니다.......... 괜히 길치겠어요....?



암, 죽도록 헤메야 도착할 수 있겠지.........

중앙역에 내린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밖이다. 여긴 공항처럼 캐리어용 카트도 없고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혼자 끄는 묘-_-기를 부리며 면세점 봉투도 챙겨야하고 노트북이 담긴 백팩도 메야하고.... 아이고... 저를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천성이 게으르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안들리세요???? 안들리시나요????? 도와주세요.....




누가 유럽의 로망은 트램이랬죠? 너 28인치 캐리어 안끌어봤지? 28인치 캐리어를 끌어본 사람이라면 유럽의 로망이 트램이라는 똥같은 소리를 절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냥 끄는 것도 힘들고 빡세고 캐리어 두개는 왜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 진짜 다 때려뿌술수도 없고.........





건널목에 서있을 때마다 저 트램이 가는 곳을 다 막아버리고 싶었다.... 굉장히 얕아보이지만 캐리어 두 개를 동시에 저 위를 건너게 만드는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내가 한 시간 이상 헤메서 체력도 바닥나기 직전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한시간을 그 고생하고도 체력이 남아있던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변을 얼마나 헤메고 헤멨는지 모른다. 그래도 내 숙소는 안나와.... 오늘 안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숙소가 홍등가에 있다는 안내&경고 메일은 진작 받았었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는거야. 홍등가쪽으로 가보자, 혹시 모르잖아. 생각보다 금방 찾아질지?



그리고는 저녁 영업을 위해 호객중인 나이 지긋한 마담;들이 밖에 서 있는걸 보고는 여기도 홍등가는 한국과 별 다를게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길을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아시아 여자 하나가 헤메고 있으니... 이목이 집중되는건 당연했다. 너무나도 길을 묻고 싶었지만, 썩 좋은 선택같지는 않아서 묻지 않고 계속 헤멨다. 처음의 내 결심은 사라지고, 마담 한 명에게 길을 물어야했다.... 길을 물을 필요도 없이 숙소 이름을 말하자마자, 저기있네? 카지노 바로 옆에? 라는 대답을 들었다...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 신이시여 제가 드디어 숙소에 들어갈 수 있나요? (이 때 시간 이미 저녁 8시) 두 시간을 꽉 채워서 헤멘 덕분^^^.....에 정말 체력은 완전히 바닥났고, 숙소를 바로 앞에 두고 또 그 트램 구멍 나부랭이새끼때문에 28인치 캐리어를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도에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위험해보였을까... 양쪽 팔에 문신을 한 어떤 남자가 도와준다고 막 차도로 달려오는데, 만약 중앙역에서 저런 남자가 날 도와준다고 했으면 난 괜찮다고 했을거다. 실제로도 그랬고. 너무 노숙자들이 많았고, 내 캐리어를 들어준다고 하고 캐리어 들고 도망가버리면, 나는 쫓아갈 힘도 없다. 그래서 엄청 힘들어도 계속 혼자 캐리어 두 개를 끌고다녔는데, 이젠 정말 손아귀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그 문신 가득한 남자가 도와준다길래 어쩔 수 없이 맡겼다. 내가 살짝 꺼려한다는걸 대충 안건지, 딱 횡단보도만 건너주고 사라졌다. 그런데 횡단보도 이후에도 여기는 홍등가라 무슨 보도블럭 상태가 이따위인지ㅠㅠㅠㅠㅠ 아이고 울고 싶다.... 간 줄 알았던 아까 그 남자가 막 뛰어와서는 들어다준다고.... 숙소가 어디냐고... 아이고... 내가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아도 되나... 문신이 많아서 살짝 걱정한 내가 미안해졌다. 숙소의 리셉션 데스크까지 짐을 들어다주고, 그 큰 캐리어를 들어다주는 과정에서도 문 잡아주는 기본매너까지... 오해한 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연신 또 땡큐를 하고 드디어 체크인!!!!!!!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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