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의 첫 생일. 딱히 같이 생일을 보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저냥 아는 사람에게 오늘 나 생일이니까 나랑 같이 놀아줘! 라고 하기도 싫고. 그래서 동네친구 구하는 사이트에 가봤다. 마침 내 생일에 동네친구 구하는 모임이 있길래 참가신청을 눌렀다. 너무 감사하게도 모이는 장소가 집에서 5분 거리의 까페! 뭐 갔다가 뭔가 안맞거나 별로면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오지 뭐. 그렇게 오후 두 시에 집 근처 까페로 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총 열일곱명이 모였고, 국적은 열다섯개. 나는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중국인도 한 명 있었다. 아시안은 그렇게 둘. 독일에 두 달만 있을 예정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독일에서 가장 짧게 지낸 사람이 나였고, 당연하게도 나의 독일어가 가장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물론 영어도 마찬가지라는게 더 속상한 일.




내가 주문한 소이 카라멜 마끼아또.




네 시간 넘게 떠들었다. 문자 그대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저녁시간이 되자, 집에 갈 사람은 가고 시샤 바를 가고 싶은 사람은 시샤 바로 가자고 했다.


시샤 바를 가는 길에 찍은, 만하임의 유일한 명물. 급수탑.




나 분명 까페에서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시샤(물담배) 사진은 없는걸까.. 술이 나오니까 그냥 얼른 사진찍고 마시기 바빠서 그랬던걸까. 시샤바에서 거의 다섯시간을 있었는데 어떻게 시샤 사진이 하나도 없지. 어떻게 된 일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각자 마시는 맥주는 당연히 따로 주문한다. 저번에 술마셨을 때도 그렇고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같은 샷을 인원수대로 시키고, 그걸 원샷하면서 술마시는걸 시작한다고 했다. 이 날 이걸 제안한 사람은 브라질 사람이었고, 저번에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독일 사람이라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뭐가 됐든 술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다. 아무렴.




오늘의 시작 샷은 예거 마이스터-




내 맥주는 에딩어 헤페바이젠- (에딩거라고 다들 부르지만 원래 발음은 에딩어가 맞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




더 앉아있기 궁디가 아플 때 쯤, 나왔다. 그리고 불들어온 관람차를 구경했다.




그리고는 다들 배고프다며 케밥집에 왔다. 뭔가 막 대단한 요리를 먹으러 가기엔 다들 맥주를 워낙에 마셔대서 배부른 상태고, 그렇다고 제대로 식사를 한게 없는데 그냥 집에 가기엔 살짝 배고픈 상태고 해서. 이럴 때 가장 만만한게 케밥. 만하임은 터키사람이 워낙 많이 사는 도시라 어느 케밥집을 가든 꽤 맛있다. 물론 제일 양이 많은건 만하임 중앙역 앞의 시티되너. 짱짱. 오늘은 그냥 시내 중심에 있는 케밥집에서 3.5유로에 하나 사먹었다. 배부르다.




까페에서 만난게 두 시. 내가 집에 들어온 게 새벽 한 시.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과 무려 열한시간을 같이 있었다. 이게 당일로 끝이 아니었다는게 문제. 이 직전 포스팅에서 독일의 카니발에 대해서 썼듯이, 카니발은 독일의 큰 축제 중 하나다. 내가 사는 만하임에서도 내일 카니발이 있다고 해서 나는 혼자 가보려했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만하임이 아닌, 여기서 한 30분 정도 걸리는 다른 도시에. 솔깃한 마음과 학원 숙제해야하는 마음이 싸우다가 그냥 놀기로 했다. 원래 놀 때는 혼자보다 여럿이 재밌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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