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보냈어야하는데, 내가 했던 작문은 전부 친구끼리 하는 말들이라 다시 교정받아야했다. 우선 서두에 들어가는 저 문장 자체를 배우지 않았다. 사실 책에 나왔었는데, 공식 문서를 아직 쓸 일은 없지~ 하면서 그냥 넘어간 부분이었다. 이렇게 빨리 공식문서를 쓰게될 줄은 선생님도 나도 몰랐다. 무튼 이렇게 또 독일어로 문서 하나를 작성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써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대략적으로 쓰고 틀린 부분들만 교정 받았는데도 한그득이었다... 관사의 격변화는 전혀 감을 못잡고 있다. 큰일이다.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이 틀린 내 작문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됐다.



이건 보낸 문서. 교정받은 종이는 부끄러워서 올리지 못한다. 흐엉...

새로 이사갈 아파트의 관리는 하이델베르그의 사무소에서 하고 있다.





많이 구입했지만 도무지 쓸 데 없어서 곤란했던 물고기 우표 세 장을 처리했다. 너무 좋다... 



제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으니 저를 세입자로 받아주십시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저는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습니다.

제 여권 사본과 제 어학원 등록증과 제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십시오.


내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은데 나를 세입자로 받아주세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어요

내 여권 사본과 내 어학원 등록증과 내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세요



높임말이 없으니 이 두 느낌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무튼 다음 집을 계약하기 위해 보내는 서류의 레터는 저런 내용으로 씌여졌다. 그리고 레터에 쓰인대로 내 계좌 확인서, 어학원 등록증, 여권 사본도 같이 서류로 보내야한다. 어학원 등록증은 어학원에서 받아야하니 학원에 얘기를 했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어디에 쓰려고? 라는 답이 돌아왔다. ??? 이런 답변은 예상하지 못했는뎁... 읭... 그 때 바로 생각난게 은행이었다. 은행에서 필요하대!! 내가 계좌를 다른거로 변경하려는데, 그러려면 내가 학생인 증명서가 필요하대. 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왜 이런 소리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또 화가 난다ㅠ


내가 이 학원의 학생이라는 증명서가 발급됐다. 그런데.. 독일어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이건 은행에게 보내는 레터다. 한국의 그 틀에 짜맞춰진, 인쇄버튼만 누르면 되는, 증명서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니 이런 내용이다. 이 학생은 5월 9일부터 우리 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첫 코스는 잘 끝냈고, 지금 두번째 코스를 듣는 중이며, 이 학생이 학생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ㅁ;ㄴㅇ리ㅏㅁ얼 ;매ㅑㅕ3ㅁㄷ0ㅔ ㅇ'ㄿㅁㄷㅇㅍㄴㅇ라ㅓㅁㄴ ㅓㅇㄴㄹ 이거 아니잖아....



검색해보니, 독일은 이런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수신처를 기입하는게 관례라고... '학생만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서 학원생이라는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미리 작문한 후, 외워서 다시 증명서를 받아야겠다. 이사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오늘도 이사갈 집을 보고 왔다. 위치도 괜찮고, 다 괜찮았다. 방은 좀 작았지만, 현재 세입자가 아기자기하게 방을 잘 꾸미고 살아서, 그대로 다 두고 짐만 들고 간다고 했다. 위버네멘(übernehmen, 집 거래할 때 이전 세입자가 쓰던 가전이나 가구를 새 세입자에게 중고로 넘기는 것)으로 다 넘기고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방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있긴 있지만, 너무너무 작았다. 그리고 같이 살게 될 플랫메이트가 조금 날서있는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약간 나를 무시하는 듯한. 물론 이건 내가 아직 독일 사람들을 잘 모르기도 해서 악의가 없는 걸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독일인 플랫메이트, 나)

독일에서는 얼마나 지낼거야? 

우선은 1년이야

왜 기간이 정해져있어? (일부러 다 들리라고 하는 혼잣말) 1년은 너무 짧은데...

(아이고 시발... 외국인이라 그런다 왜!!!)

나는 비자가 있어야 독일에 있을 수 있으니까. 내가 가진 비자가 1년짜리 워홀비자야.

- 여기서 워킹 홀리데이 못알아들음... 찌밤........... -

우리는 1년보다 더 오래 살 사람이 저 방의 새 세입자가 됐으면 좋겠어

사실 기간은 상관없지만, 매년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건 번거로워

같이 사는 공간의 룰을 알려줘야하고, 익혀야하고 이런거 좀..

독일이 비자를 주면 나야 독일에서 영원히 살고 싶지~ (시발)



마지막 말의 내 시발이 들린건지 더는 개같은 소리 안했다. 와 진짜 집 뿌수고 싶은거 참았네.

대체 저런 아무말대잔치는 왜 하는거야...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이 겉과 속이 다른 새끼들...



그리고 집 다 보고 나오는데도 또 내 속을 쳐 긁어댄다



영어 못해서 미안해~~~

너 영어 잘하면서 그런 얘기 하지마~ 라는 말은 절대 해주지 않았다.

아니야, 내가 독일에서 독일어를 못해서 미안하지~ 까지가 내 선의의 한계. 와 진짜 개! 새! 끼! 고! 자! 나! 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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