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면서 짜증나는 부분은 참 다양한 부분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각종 문서작업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청에 비자를 신청하러 가야하는데, 비자 신청하는 날짜의 약속을 잡기 위해 문열기 전의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려야한다... 비자 신청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날짜를 잡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직접 방문해서 줄을 서고 면대면으로 담당자를 만나면서 예약 날짜를 잡는다. 그리고 예약된 시간과 날짜가 적힌 종이를 받는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으면 참 간단할텐데^^...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이 아날로그적인 나라에 대체 내가 뭘 바라나 싶고...


무튼 거주적으로 짜증나는 부분 말고, 학생으로서 힘들고 짜증나는 부분은 당연하게도 돈과 관련된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는 갈 수 있는 최저생계비용을 갖고 있어야 학생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가끔 자비로운 도시들에서는 이 재정에 관한 증명을 다양한 방법(그냥 잔고에 1년치 금액인 8640유로 넣어두기, 부모님 소득증명서로 재정보증 등)을 받아주지만, 내가 살게된 이 악명높은 도시에서는 무조건 슈페어콘토를 만들어야한다.


슈페어콘토란? Sperrkonto, 영어로는 blocked account. 돈을 1년치든 2년치든 아무튼 넣어두고, 그 후 매달 정해진 금액만 뺄 수 있는 특수계좌이다. 외국 국적의 학생들이 독일에서 사용하게 되는 슈페어콘토는 월 지출 금액이 720유로로 정해져있다. (도시마다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720유로로 정해두었다.)  이 금액으로 살아야한다는 얘기는, 저 금액으로 내가 하는 모든 지출을 다 해야한다는 얘기이다. 기숙사비 학원비 보험 핸드폰 등 모든 것을 다 저 금액으로 살아야한다.......... 720유로, 한화로 약 90만원.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학원비가 들지 않았다면 적당히 살 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학원비를 한 과정당 495유로씩 내야한다......... 다행히 학원은 한 과정에 6주과정이라 이래저래 겨우 살아갈 수는 있다.


고정지출

마부르크 대학 기숙사 220유로 / 보험 35유로 / 핸드폰 9.99유로

월 고정지출 총 265유로.

학원비 6주 한 과정이 495유로니까 4주로 계산하면 330유로인 셈.

이렇게 595유로가 월 고정지출이다. 나는 앞으로 한 달 125유로로 살아야한다.

슈페어콘토를 올해 1월에 만들었고, 1월에 이전에 살던 집의 보증금이 들어와서 2월까지는 엄청 빠듯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3월 24일 오늘, 나는 개그지....ㅠ 세상 이런 그지가 따로 없다. 그래도 기숙사에 살고 있고, 보험도 사보험이라 어느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 만약 내가 기숙사가 아닌 원룸에서 산다면? 공보험을 내야한다면? 도시에 따라 방값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 두 개로 이미 6~700유로 순삭..


무튼, 한 달 720유로로 살아간다는건 참 힘든 일이다. 다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달 말일 즈음에는 3월 가계부를 공개해볼 예정이다. 그게 어떤 것이든 어떤 계획이 미래에 있다는 것은 조금은 좋은 것 같다. 항상 무계획자로 살아왔는데 요즘은 종종 내일 뭐할지 이번 달에는 뭐할지 다음 달에는 뭐할지 생각해보는게 즐겁기도 하다. 물론 항상은 아니다. 계획한대로 되는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저런 박물관에 나들이 삼아, 잡지식 삼아, 발걸음하는걸 좋아한다. 프랑크푸르트에 참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지만, 입장료가 저렴하지 않다. 자주 갔던 괴테생가&박물관도 입장료가 7유로나 되니, 마음편히 무언가를 보기에도 쉽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슈태델 미술관의 입장료는 14유로). 하지만 나는 열심히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독일 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박물관인 Geldmuseum(화폐박물관)을 찾았다. 위치는 다소 찾아가기 귀찮지만, 뭐 괜찮다.




오늘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입구




올해 9월까지 독일 연방은행이 갖고 있는 금자랑(문자 그대로의 Gold)을 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모르고 간건데 개이득




특별전시장 중앙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특정 몇 나라의 금 생산/소비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한국 없음)




전 세계 최대 금 생산국가는 중국, 전 세계 최대 금 소비국가또한 중국이라고 한다.




독일어라 놀랐다면, 영어로 된 뒷면도 같이-




금자랑(걍 금화라서 안찍음;;)에 이어 금괴자랑





금 특별전은 끝!

이제 상설전시. 유로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바티칸/모로코와 같은, 유로를 쓰는 작은 나라에 대한 언급




유로 주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숫자가 쓰여진 면은 동일하지만 그림은 나라마다 다 다르다. 심지어 한 나라에서도 뭘 기념한다고 자꾸 다른 무늬를 찍어낸다. 참고로, 독일은 현재 지역(바이어른, 바덴뷔르템베르크 등의 주)마다 돌아가면서 찍고 있고, 그 전체는 아직 다 발행되지 않았다. 2유로 동전의 나라별로 다른 모양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잘 안나왔다. 독일의 2유로 동전 기본형은 독수리이다.




혹시 10, 20, 50센트 동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받은거라면(프랑스는 높은 확률로 독일 유로 주화가 돌아다닌다), 한번 저 브란덴부르크 문인지 확인을 해보자. 같은 무늬라면! 그 아래에 정말 작게 적힌 알파벳을 보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동전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보자. 내가 가진 모든! 센트들은 다 뮌헨에서 만들어졌다. 항상 확인하는건 아니지만, 확인했던 대부분이 다 D여서 DeutschlandD인줄 알았었다...




독일인의 지갑에 100개의 동전이 있다면, 그 비율은 이렇다고 한다. 당연히 독일 생산 동전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이탈리아, 프랑스. 하지만 근소한 차이이다. 난 여태 벨기에 동전은 본 적도 없는데.. 역시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동전은 끝났다. 지폐에 대한 이야기들.


유로 지폐는 한번 디자인이 바뀌었다. 고액권은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고 많이 쓰는 50유로 이하의 권종만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다.




첫번째 유로 지폐는 서로 다른 시기의 건축 양식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한다.

(아래에 자세한 영어 설명 부분 사진 찍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자세히 읽으시면 됩니다)

순서대로, 고전 - 로마네스크 - 고딕




르네상스 - 바로크&로코코 - 철기시대&유리시대




마지막으로, 500유로 지폐는 20세기 건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을 끝으로 500유로 지폐의 발행은 종료된다고 한다. 500유로짜리 지폐 정도 비상금으로 갖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텐데.

마음의 편안함도 안식도 없다.




위에서 말한, 유로 지폐 디자인에 대한 영어/독어로 된 설명




지폐의 곳곳에 담긴 의미들




지금 내가 가진 지폐는 어디서 인쇄되었나!

혹시 다른 곳에서 인쇄됐을까 하는 마음에 가진 지폐를 털어서 확인해봤더니,

100%의 확률로 독일 인쇄 지폐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지폐는 달랑 한 장...




지폐는 오른쪽 위의 솜을 어쩌구 저쩌구 처리해서 종이처럼 납닥하게 만든 후

여러번에 걸친 인쇄와 각종 특수 처리를 하면서 지폐로 만들어진다.




선정되지 못했던, 유로 지폐 디자인 출품작들.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총 6세트의 디자인이 전시되어있다.

(6세트 지폐 디자인 사진 후 영어/독어로 된 자세한 설명 사진 첨부)











Have a guess!

왼쪽부터 각각 20센트/1유로/1센트짜리의 동전이 들어있다.

각각 몇 유로인지 맞춰보기!

정답은 괄호 속을 긁으면 나옵니다 (모두 다 같은 금액, 15유로가 들어있다고 한다)




둘러보던 중, 신기한 장소에 방명록이 있네?? 하면서 달려갔다




방명록...이... 아니네... 이렇게 두꺼운걸 이런 곳에 놔두면 누가 읽긴 하는걸까




하지만 그들은 관련 법전;까지 놔두었다. 독일 인터넷 서점 구매 1위는 언제나 법전이라는 얘기가 우스개가 아니라 사실이기에.




각국의 화폐에 대한 마지막 전시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짧게 적혀있다.

그 옛날,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괴테가 해외 여행을 하다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어려움 - 나라마다 화폐가 달라서 지갑에 다양한 나라의 돈이 있어서 힘들었다

팍씨... 진짜... 욕욕욕




이렇게 각국의 지폐가 전시되어있다. 한국돈 본지 2년이 되서 그런가 바로 안찾아지는거다...

설마 혹시 한국돈 없나??? 하면서 전투모드 변신 준비하고 있었다




나처럼 못찾는; 사람을 위해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알려주는 장비가 있다.





요깄넹! 이걸 왜 못찾았을까 싶다... 평생을 봐온 한국지폐인데 한눈에 왜 안들어오지?

지폐 디자인이 변했으니까! 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본다




북한 지폐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방명록이 있으면 언제나 끄적거려야한다. 끄적끄적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굿즈.. 굿즈.. 정말 깔끔한 굿즈를 기대했다. 하지만 Shop & Cafeteria라는 지도상의 설명이 살짝 불안했다.

그리고 깔끔한 Cafeteria가 나를 반겼다. Shop은 구석 한 켠의 세 걸음 정도의 규모가 전부였다...

왜... 이런 귀한 재료들로 굿즈를 못만드는겁니까... 독일 연방 은행이여...




독일 연방은행 바로 옆의 작은 아파트 단지. 아파트 사이의 거리가 넓고, 그 사이에 이렇게 고기 꿔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당신들의 그 안락한 삶, 참으로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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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비행 내내 운이 끝내주게 따른다 했다....

공항에 내렸는데, 입국심사를 못받잖아요......



그제서야 독일 여행지 추천을 받으며 신나서 떠들다가,

손에 들고 있던 여권을 떨어뜨린게 생각났다

이야기 하기 전에는 여권이 손에 있었고,

이제 착륙하니까 다들 자리 앉으세요- 할 때는 손에 여권이 없었던 것 같아

아이고.... 화상아.... 왜 사니.... 왜그러니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자리 근처에 여권이 그대로 있으면 정말 다행인데,

만약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지....

90일 무비자 입국이면 고생 조금 해도 어차피 비자가 없었던거니 상관없는거지만,

나는 1년짜리 비자인데..............

아 정말 내 스스로의 덜렁거림이 밉고 밉고 또 미웠다

제발 여권이 있길 바라면서 입국수속장의 직원에게 얘기했다...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냐고....

우선 입국심사장 옆의 경찰서로 바로 연계되었다

그리고 종이에 내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으라고 한다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었다.

정말 다행인건, 좌석이 변경되었지만 그게 너무 신나서 그것도 따로 적어놨었다...

휴... 나는 적지 않으면 아무런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인가보다ㅠ

머리는 왜 달고 다니세요.... 균형잡느라? 아이고 인간아ㅠㅠㅠㅠ


제발 있기를 바라면서 이름과 좌석번호가 적힌 종이를 경찰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비행기쪽에 어떻게 연락을 한건지 우선 기다리라고 한다



매번 출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승무원들은 단체로 경찰서에 들러서 서로 인사를 하고 가나보던데, 나를 보고는 너 왜 여기있어???? 하며 아는 체를 해준다. 영어가 짧아서 "비행기에 여권을 놓고 내린 것 같아" 라고 말을 못하고. "비행기에 여권 놓고 내렸어"라고 말을 해버리니, 승무원들이 일제히 "Why?????"라고 한다. 그러게 나도 그걸 모르겠어......... Hope you find the passport라고 또 상냥히 얘기해주며 승무원들은 갔고,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나고 나니 경찰서에 있던 시간이 20분 정도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여권을 찾았다는 말을 건네들었고, 연신 땡큐땡큐를 했다.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뭐라고 하는지 외워왔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




그제서야 진정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고, 곧 내 여권을 들고 Security가 왔다. 또 연신 땡큐땡큐를 말하며 허리가 굽어지게 인사를 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입국 심사장에서 나 혼자 입국 심사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



아부다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의 그 독일인에게 입국심사장에서 한 마디는 독일어로 하고 싶다면서, 독일 왜 왔냐?고 물었을 때 "For Holiday!"라고 말하고 싶댔더니, 한 문장을 만들어줬었다. 


"Ich bin im Urlaub in Deutschland"

발음하기 어려운 U의 발음교정까지 받아가면서 저 한문장을 외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입국심사관은 내게 독일 왜 왔냐?가 아닌 "What's your problem?"이라는 질문을 했다. 하긴, 그게 맞겠지... 내가 독일에 왜 오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은 내가 왜 저 경찰서에 있다가 왔는지를 먼저 물어봐야하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버버가 시작되었다. 내가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왔는데 안절부절 안절부절. 누가 생각해도 너무 멍청한 짓인건 맞으니까... 여권이 날 증명하는 유일한 공식수단인데 그걸 막 비행기에 놓고 내려... 하....


내 여권을 유심히 보고는 Get back 이라고 한다. 뭐? 왜 돌아가? 어딜 돌아가? 왜?? 여권 두고 내리면 입국 안시켜주는거야? 왜? 아 내가 잘못한건 맞는데... 가혹하게 그러지말고.... 불쌍한 표정으로 ??????? 이러고 있다가 내가 I have Working Holiday Visa for Deutschland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Ah? 하면서 여권을 넘겨본다. 일본 많이 왔다갔다한 도장만 잔뜩 있으니까 뭔가 이상한 애 같았던건가ㅠ 끝까지 여권 확인안해보고 나한테 Get Back이라고 한 니가 잘못한거 아냐? 오만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혼자 중얼거리더니 내 비자가 Expired 됐대... 아 무슨 개같은 소리냐고.... 죽는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라고 비자 발행되고 3개월 이내에 입국하면 되는거라고, 지금 두달만 지났어, 확인 다시 해줘. 하니까 Sorry 아 진짜 진짜!!!! Sorry면 다냐고.... 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면서 "감사합니다" 아 그런 한국 인사 하나 외워주는거 나는 하나도 고맙지 않아.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생각하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그렇게 별 쌩쑈를 하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입국했다.

수화물 못찾아서 내 28인치 캐리어 다시 반송되버렸으면 어쩌지.... 하면서 엄청 뛰었는데, 너무 고맙게도 승무원 한 명이 내 캐리어를 레일 밖으로 꺼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또 연신 땡큐를 하면서 내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카트에 담으려는데, 카트가 안나와.... 음 왜이렇게 카트를 빡빡하게 만들었지? 연신 힘자랑을 하고 있으니 공항직원이 와서 1유로를 넣어야한대............


치사하게 이럴꺼니??? 독일와서 처음 쓴 돈이 공항 카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지만 이런건 그냥 웃으면서 쓸 수 있다.... 대부분 방금 막 내린 사람들이라 동전이 없을테니 지폐도 같이 들어가는 기계로 잘 준비되어있다. 공항 이용객들 1유로씩 삥뜯어서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졌고?



공항이니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이제서야 어떻게 숙소에 갈지 검색한다. 미리 준비하고 그런거 난 몰라.... 그냥 즉흥적인게 좋아.... '') 음 뭘 타고 가라네.. 뭐 별거 있겠어?

독일어 공부를 최소한이라도 하고 가겠다며

워홀 비자를 발급 받고 바로 출국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정리할 것들도 남았고,

10년 넘게 밖에서 지내온 자취짐도 정리해야했고

거의 한국에서의 신변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병적으로 수집해왔던 나의 삶이었는데

영화티켓이며 영수증이며 뭐 전부 다 버려야했다

그 어디에도 내 짐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기에




그리고 독일로 가져갈 짐을 싸는 것도

옷이나 그런건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난스럽게 입지 않았기에

두세벌로 빨아서 돌려입으려 했는데

엄마는 그런 나를 철천지 원수처럼 대했다

어쩜 그러냐고, 옷 있는거 다 챙겨가라고

그래서 엄마가 있을 때 싼 짐은 다 옷들이고,

새벽에 나 혼자 몰래 싼 짐은 다 잡동사니들이다.



어쩌면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인데,

그 작은 돌멩이가 이렇게 큰 파도가 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저지르고 보는거지 뭐!!!


30여년간의 내 삶을 요약하면

저지르고 수습하며 사는 삶이었다




출국 이틀 전날 까지도 짐 하나도 안싸고 그저 일상을 즐기다가

출국 전날에 밤새면서 짐을 쌌다.

쟤는 또 닥쳐서 한다고 엄마도 아빠도 혀를 끌끌 차셨지만,

나는 닥치지 않으면 모티베이션이 없어서 뭐가 안되요... 이런 딸이라서 죄송합니다




28인치 캐리어, 23키로가 겨우 맞춰졌다

기내용 캐리어, 7키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대충 체크인할 때 분위기보고 판단해야지



우선 공항에 전부 다 바리바리 들고가서

정 안되면 버리거나, 친구한테 부탁해서 택배 하나만 어디 창고에 맡아달라고 하기로

엄청난 양의 짐을 추가로 싸매고 가기로 결정



엄마도 아빠도 그따위로 짐싼 나를 보고 또 한심해하셨지만

저는 이렇답니다. 이런 저를 한심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당_당)


유럽에 가게 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반드시 에티하드나 카타르를 타고

사막 투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다

(나는 막연한 희망과 생각에 대한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을 수록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그것이 이뤄지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 있기 때문에, 편도로 비행기를 발권해야했고,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비행 분위기를 알아야했다.


보통 그 나라의 국적기는 그 나라의 분위기와 많이 따라가는 편이고, 히잡쓴 여자들이 많이 타거나 한다면 조금 꺼려질 것도 같았다. 그 여자들이 꺼려진다기보다 여자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 문화 자체가 안맞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내게 원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최소 한 번 이상의 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특가가 뜨길 기다렸다




기적처럼 에티하드의 특가가 떴고

바로 예약!!!

매일 비행기 티켓 확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비상구 앞줄이라 누워서 가기에 최고라는 22열에도 예약에 성공했다




내가 에티하드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1. 언젠가의 사막여행(스탑오버로의 짧은 여행이지만)을 꿈꾸며,

 에티하드 항공 미리 경험해보기

2. Dilmah!!!!!! Dilmah!!!!!!!!!


이 두 개가 전부다.

특히 딜마티와 관련해서는 비행기에서 재밌는 일도 있었다.



무튼 40만원에 인천-아부다비-프랑크푸르트 비행기 발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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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그런 글을 보긴 했었다.

30세에 신청하니까 사유서를 써내라고 했고

이거 혹시 탈락하는거 아니냐고

탈락할 수도 있다.

세상일에 100%라는건 없으니까


그래서 그 사유서를 쓴 사람들을 더 열심히 찾아봤다

그냥 별 말 안썼는데 통과시켜줬다는 사람도 있었고

열심히 썼는데 불합격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인생은 복불복...


그렇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까 열심히 쓰기로 한다



대사관에서 내게 추가로 요구한 것은 두 개.

보통 이 두 개라고 한다.

영문 이력서, (워홀로 가기에는) 나이가 많은데 왜 가야하는지 사유서 한 장


영문 이력서는 이미 작성해둔 게 있어서 그냥 뽑아갔고

혹시 안걸릴 수도 있으니 사유서는 쓰지 않고 갔다


생일이 열흘도 남지 않았기에, 사유서에 당첨되었다




사유서를 빨리 보내야 내 워홀 서류 심사도 빨리 진행되겠지.

밤새 열심히 썼다.


그간 자기소개서를 다양히 열심히 쓴 덕분에 작문 실력이 꽤 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헛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 것이

사유서도 어차피 독일 대사관에서 읽는거니, 회사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의 그 작문 틀과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너희 회사 제품 뭐뭐 써봤는데, 너무 좋더라.

구매자로서 조금 불편했던 점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내가 직접 바꾸고 싶어!


독일 제품을 써본 게 은근 많은데, 다 너무 좋더라

독일에 직접 가면 얼마나 더 많은 재미있는 것들이 나를 반겨줄까?



이런 틀.

읽는 회사/독일을 칭찬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독일에 가야하는지 

그렇게 정신없이 쓰다보니 한 페이지가 채워졌고

공문이니 위아래 공문 서식은 맞춰주며

나 그렇게 멍청이 아니야!

독일어는 하나도 못하지만 영어작문도 이정도는 할 줄 알아! 를 어필하며

혹시 모르니, 아니면 이런 것도 세세하게 PDF로 변환한 파일과 Word 파일을 대사관에 전송!

부디 누군가가 *.hwp를 보내는 일은 없길 바라며....





합/불합의 여부는 따로 알려주지 않고

내가 제출한 여권에 비자가 붙어있으면 합격, 없으면 불합격



내가 사유서에 이만큼이나 공을 들였는데, 혹시라도 안된다면

그건 한국에서 최저임금 받으면서 그렇게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서럽기도 했다.


어째서 모국은 그렇게도 비현실적인 노동구조를 갖고 있는가...



무튼, 내 할 일은 모두 내 손을 떠났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허울뿐인 이름뿐인 백수나부랭이로 지낸지도 1년이 지났다.

1년만 지났나, 더 긴 시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속에서도 그 기준선에 통과하는 회사는 없었고

있었어도 연봉 1800을 부르며 나를 화나게 했다



아무리 한국에서 더 이상 대졸과 석사졸에 큰 차이는 없다지만

연봉 1800이면 한달에 얼마를 받는다는건지

그 와중에 1800은 세전이었다.



내가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한국이 잘못된건데

다들 눈을 낮춰서 가라니 어쩌라니

눈을 낮춰서 들어간 회사가 맘에 안들면

나는 또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럴 수는 없었다



눈을 낮춘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딱, 10년 전 호주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지낸 적이 있다.

대학생 신분이라 더 행복했지만,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외국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물론 대학에서는 한국에서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F를 받기도 했지만,

뭐 어차피 F 뜬 과목은 한국의 성적표에 기입되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의 내 나이로, 합법적으로 1년이 체류 가능한 나라를 찾아야했다.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 있었다.

독일은 워홀 신청기간이 따로 있지 않았고

언제든 신청하면 일주일 이내에 거의 100% 워홀 비자가 발급된다.

이렇게 신박하고 감사한 나라가 있나...


독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뿐이었던 나는

(세계대전 관련 이야기 굉장히 좋아해서 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그저 좋다)

어쩌면 내가 독일에서 1년을 지낼 수도 있고

그것을 더 연장해서 평생 독일에서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들떠서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이 때가 딱 2월 초였다.

85년생 2월 생인 나는, 2016년 내 생일 전날까지는 만30세,

내 생일 부터는 만31세가 되기에 (독일 워홀 신청기준으로)

생일 전에 어떻게든 빨리빨리 서류를 준비해야했다.


찾아보니 서류도 많지 않았다.

여권 사진, 독일 체류 1년간 보장되는 보험 가입 증서, 여권, 신청서



보험은 종류가 두 개밖에 없어서 둘 중 그냥 싼 걸로 했다.

아프지않으면 되니까, 가진게 체력 하나뿐이니까.

여권 사진은 이전에 취업용으로 찍어둔 사진을 재활용하려했는데,

사진이 과하게 잘 나와서 혹시 본인과 다르다고 할까봐

(엄밀히 말하면 사진에 손을 안대야하는게 맞으니)

새로 찍었는데, 턱이 세개로 나온 몹시 사실적인 사진이었다.

비자에도 사진이 들어가는 줄 알았으면 턱만큼은 어떻게 좀 했을텐데....

그래도 조금 작게 들어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런저런 글들을 찾으니, 은근 여권사진에서 많이 탈락한다고 한다.

3개월 이내의 사진이어야하는데, 여권 발급을 4년 전에 받아놓고 같은 증명사진을 제출하면 3개월 이내의 사진이 아니라 비자 발급 거부.

기본 문구에 충실해서 준비해야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리고 신청비 7만 얼마. 유로 환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75000~8만원사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렇게 독일을 번갯불에 콩궈먹듯 정하고 서류를 준비해서 대사관에 216일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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