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해오고 있는 나의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


누군가에게 편지든 엽서든 뭐든 쓰고 싶지만, 언제나 상대방은 카톡으로 답을 했다. 그게 누가 됐든지.

일방적인건 언제나 별로 내키지 않으니까. 짝사랑하는 것 같잖아.

뭔가를 바라고 하게 되면 불행해지기 마련이고, 애초에 일방적인, 하지만 또다른 방향에서 내가 뭔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찾았다

이번 포스팅에서 말하려는, 포스트크로싱. Postcrossing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 www.postcrossing.com (누르면 열려요)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AB에게 엽서를 보내고, BC에게 엽서를 보내고, CD에게 엽서를 보내는 방식. 서로 교환되는 방식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엄청 좋은 것을 보냈는데 똥같은 광고엽서를 받을 수도 있고, 이사하느라 바쁘고 정신없어서 아직 나는 보내지 못했는데, 다른 유저에게서 굉장히 예쁜 엽서를 받기도 한다. 같은 국가에서 받을 수 있게도 설정할 수 있고, 옵션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또, 그냥 주소만 몽창 받고 하나도 안보내면서 계속 받기만 하는 불량 유저를 걸러내기 위해서 처음에 보낼 수 있는 엽서는 5장으로 제한된다. 엽서를 보낼 주소를 받을 때, 고유넘버가 함께 부여되고, 그 고유넘버를 상대방이 등록해주면 또 한 장을 더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가끔 나 너한테 5개월 전에 엽서 보냈는데, 등록 좀 해줄래? 이런 쪽지도 오는데, 황당할 따름. 그렇게 오래된건 전부 Expired되서 내가 등록할 수도 없고, 이미 등록이 된 상태다. 우선 받지도 않았는데 등록해달라는 쪽지는 다 무시하는 편.




글 수정하는 2016/07/18 현재, 러시아 유저 숫자가 가장 많다.



하지만 보낸 엽서의 숫자는 독일이 1등이다. 왜 그런지 궁금하기만 했는데, 알 것 같다. 날씨가 구려서... 밖에선 뭘 할 수가 없으니, 집에서 엽서쓰고 또 받게 될 엽서 기다리는게 삶의 낙..?인 사람들. 날씨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남부에 사는데도 이렇게 날씨가 안좋으니, 다른 독일 지역들은 대체 어느 정도라는건지 상상도 안된다. 


처음 포스트크로싱을 시작했던 4년 전에는 영어가 낯설었던건지, 옵션이고 뭐고 아무것도 보지 않았었보다. 특정 옵션이 있다는건 전혀 몰랐다. 포스트크로싱에는 이런 옵션이 있다. 첫번째 옵션에 체크를 하지 않아야 러시아로 한방에 다섯장을 보내는 일은 없다. 나는 항상 러시아에 70%, 독일 25% 아주 가끔 다른 국가의 주소가 나왔다. 물론 러시아만 다 보낸 적도 굉장히 많다. 




잊을만하면 러시아에 하나가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으며 4년간 해왔던 포스트크로싱. 우연히 포스트크로싱 한국 유저들의 까페가 있다는걸 알고 가입했다. 가입 후 이 캡쳐를 올렸더니, 많은 분들의 한숨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듯 했다. 옵션 바꾸면 이런 식으로 안보내도 된다고... 나는 4년간 러시아에만 200장 쯤 보냈고, 그 중 70장은 만료됐는데.. 



무튼, 나는 한국에서는 4301명이 하고 있는, 실제유저는 천명 이하의 그런 취미를 갖고 있다. 독일에 와서 한국 유저 목록이 아닌 독일 유저로 편입되었다는게 조금 슬프지만, 뭐 아무려면 어때! 한국에도 더 많은 포스트크로싱 유저가 생겨서 한국에도 포스트크로싱 우표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스트크로싱이라는 다소 최근에 새로 생긴 여가 문화가 각국의 우정청에 조금 영향이 있긴 한건지, 포스트크로싱 기념우표가 발행된 나라들이 있다. 그 중 네덜란드는 첫번째 우표와 두번째 우표의 간극이 가장 크고 놀라워서 여기에 같이 올려둔다.




다소 충격적인 첫번째 포스트크로싱 기념우표






디자이너분이 분명 바뀐게 틀림 없는 최근 발행된 네덜란드 포스트크로싱 우표





아래에 쓴 이 나라들이 현재 포스트크로싱 기념 우표가 발행된 나라들. 이 나라들의 유저에게 우표를 받기는 어려워보이니, 그런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이 나라들을 하나씩 가 볼 예정. 네덜란드는 다녀왔고, 다음은 오스트리아...?

내년 봄에 횡단열차 타러 러시아 갈껀데, 러시아어는 언제 공부하나... 독일어는 언제 좀 익숙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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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우표를 좋아한건, 꽤 오래된 기억이다. 우표를 좋아하다보니 외국 사람과 펜팔도 했고, 우표를 사용할 수 있는 엽서와 편지지도 오랫동안 사모았다. 우표와는 별개로 손으로 직접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니 필기구도 야금야금 모았고, 내가 좋아하는 두 개가 합쳐진 펜팔은 내게 가장 오래된 취미다.


하지만 펜팔을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한국 펜팔은 괜한 주소노출이 우려되서 해본 적 없고, 외국 펜팔은 조금 어린 친구들이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어릴때 시작한거지만, 나는 나이들어도 어릴때처럼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 많은 내 또래들은 요즘 왜 펜팔을 하지 않을까? 살기 바빠서? 아마 그렇겠지



Postcrossing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다른 글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최근 시작한 Chaincard에 대해서 쓰려한다.


체인카드 : 내용은 없이 같은 주제의 우표만 붙여서 순서대로 전달한다. 예를 들면, 한국-일본-독일-미국의 순서라면, 각자가 각자의 엽서를 준비해서 우표를 붙여서 다음 순번에게 넘긴다. 다음 순번은 본인 엽서를 보내고, 이전 순번에게서 넘어온 엽서를 다음 순번으로 또 넘긴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나면, 참여자들의 우표가 한 엽서에 모두 붙은 체인카드가 완성된다. 나는 이걸 한국 유저들과 제일 먼저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체인카드가 가장 먼저 내 손에 다시 돌아왔다. 총 참여자는 6명, 한국 5명과 독일에 있는 나. 원래는 4~5명만 하는 편인데, 같은 나라에서 하기 때문에 총 여섯명이서 한 체인카드를 하게 됐다.


주제는 동물. 나는 이 엽서를 샀다. 너무 귀엽다.




엽서든 책이든 뭐든 끝부분이 갈라지는걸 지독히 싫어하는 나는, 끝부분을 저렇게 테이핑처리를 한다.



출발하는 모습. 내 첫번째 체인카드가 한국으로 출발했다. 나 대신 한국 곳곳을 잘 여행하고 잘 돌아와주렴.





정확히 37일 후, 내 첫번째 체인카드가 집으로 돌아왔다. 테이핑 처리했음에도 끝부분이 살짝 날라간 점이 굉장히 아쉽지만. 다들 예쁜 우표들 너무 잘 붙여줘서 고맙고, 독일의 소인도 만월이라 너무 행복했다. 만월이긴 한데... 우표가 아닌 토끼스티커에 소인이 찍혔다는게 아주 조금 신경쓰이지만 그정도는 괜찮다. 원래 총 6명이서 같이 한 체인카드인데, 내가 보낼 때 실수하는 바람에 총 네 명만 참여한 체인카드가 되었다. 어차피 여섯 명 전부 다 갈 수도 없었다. 우표 붙일 공간이 없으니...



한국 소인은 총 3개의 우체국에서 찍혔는데, 강서와 아산은 한국 발송이라 한글 소인이 찍혔고, 비봉 소인은 외국으로 보내는거라 외체가 찍혔다. 이런 것도 나는 너무 좋다. 강서 소인 찍으시는 분은 독일 우표에도 날인했다. 강서 소인만 네 개가 찍혀있다. 뭔가 귀엽다 콩콩콩 동그랗게 신나서 찍으신 느낌. 추측해보자면, 45센트짜리 우표에 독일 소인이 찍히지 않아서 말소를 하신 듯 하다. 볼펜으로 말소처리 하지 않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한국 우표에 이렇게 예쁜게 많은줄 몰랐다. 나름 우표 수집도 했는데 처음 본 우표가 이렇게나 많다니.



유흥으로 하고 있는게 고작 이 체인카드라고 하면 좀 안쓰러워보일 수도 있는데,

독일 우표값 살벌히 비싸니까 백수에게는 나름 고급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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