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많이 왔던 하이델베르크지만, 단 한번도 철학자의 길을 걸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그랬다. 언어교환 모임에서 친해진 브라질 언니가 철학자의 길 같이 가보겠냐고 해서 나야 좋지! 싶어서 바로 콜했다. 그렇게 일요일 오전 11시,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서 만났다. 만나자 마자 묻기를, 점심 먹고 온거 아니지? 나를 뭘로 보고... 아침은 먹었지만, 늦은 아침이 아니라 아침 일찍 먹었어, 혹시 점심 이미 먹었어? 같이 점심 먹는거 아니야? 라고 되물었더니 같이 먹어야지 당연히!!!


앞으로는 그런 쓸데없는 질문 하지 말기로 해요... 오전 11시에 만났는데 점심을 같이 안먹는다는건 싸우자는거야 뭐야..



그런데, 독일은 일요일에 대부분의 상점이 다 문을 닫는다. 관광도시인 하이델베르크도 마찬가지. 그나마 하이델베르크는 관광도시라서 일요일 오후에는 문을 연다. 즉, 오전 11시에 이른 점심을 먹을 곳은 없다는 이야기. 예전에 포스트크로싱 밋업에서 왔었던 까페가 케익세트가 5유로였고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던게 기억나서 거기로 가자고 했다. 그 때는 오후였던건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여기는 조식 뷔페가 있다. 조식 뷔페라고 하지만, 오후 두시까지니까 조식이라기보다는 브런치에 가까운 듯. 그리고 생각보다 퀄리티가 너무너무 좋았다. 다만, 주말/공휴일은 10.95유로, 평일은 8.95유로라서 온다면 평일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태까지 이 언니와 같이 식사를 여러번 했는데, 너무 잘 못먹어서 뷔페는 비효율적일 것 같았다. 이 얘기를 건넸더니,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잘 못먹는 사람하고 같이 먹는건 내가 불편해서 그래요.... 


케익 세트, 4.85유로.




나는 까페오레, 동행은 과일차.

(케익세트 음료는 다양한 커피와 티 중에서 선택 가능)



Cafe Extrablatt, Heidelberg

Hauptstraße 53, 69117 Heidelberg



잘 먹고 뭉갰으니 이제 철학자의 길로 올라가볼 차례-

철학자의 길은 이쪽이라고 알려주는 표지판




이런 경사의 계단을 오르면서 그 많은 철학자들이 상념에 빠졌다고? 음... 저는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중간쯤에서 찍은 사진. 경치는 좋다. 좋은데, 이건 상념에 빠질 수 있는 길은 전혀 아니다.

동행과 나는, 계속 이건 철학자의 길이 아니라 운동하는 길인데...? 라고 서로 계속 말하고 계속 웃었다.

물론 둘 다 30대의 운동부족 인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벚꽃은 아닌데, 이런 꽃을 독일에서 본게 처음이라 너무 신기해서 찍었다. 




그리고 이 꽃을 찍는 나를, 동행이 찍었다. 그 사진은 개인적이라 올릴 수가 없네.. 물론 빙구같이 나와서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 사진이 정말 내 모습 그대로인데, 너무 셀카 속의 나와만 친해서 그런지.. 누가 찍어준 내 사진을 보면 히익 한다.



올라갈 땐 너무 힘들었는데, 내려오는건 참 금방이다. 내려와서 네카어 강변을 따라 걸었다.

비 예보가 있어서 하늘에는 구름이 많지만, 아직 빗방울은 떨어지기 전이라 그저 좋다.




네카어 강변으로 튤립들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이걸 또 무릎 대고 유난떨며 찍고 있는데, 동행이 그러고 있는 나를 또 찍었다. 뭐가 그렇게 신나고 좋은지 입 벌리고 웃으면서 튤립을 찍고 있는 나의 모습을.




이제 배고프다!!! 밥먹자!!! 어딜 가야할지 모를 땐 가본데를 가는게 맞는거다. 식사도 예전 포스트크로싱 밋업에서 갔었던 거기로 갔다.

오늘 축구 경기가 많은 날이네-




저번에 독일 사람들하고 왔을 때는 영어메뉴 있냐고 묻지 않았는데..

누가봐도 독일어 못하게 생긴 아시아 여자랑 남미 여자가 같이 오니까 영어메뉴 필요하냐고 묻는다. 네!! 너무요!!!



안비싸서 더 좋다.




동행이 주문한 커리 부어스트.




내가 주문한 Baked Potatoes, Blue-Mohr!-Potato

가끔 파란 치즈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동행이 주문한 라들러(Radler), 내가 주문한 쾰쉬(Kölsch)




비스마르츠 플랏츠에서 중앙역으로 가려는데, 이런 버스도 있어서 신기해서 찍었다.

주말 공휴일에는 아예 운행을 안하는 버스라니, 여러모로 멋있다 진짜...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의 저 부분을 정말 좋아한다. 뭔가 갱장히 황량한 느낌.

하이델베르크에 저런 느낌이 나는 곳은 중앙역의 저 곳 뿐이다. 모두 다 아기자기하고 귀엽기만 하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만하임은 기차로 16분 걸린다. 기차 요금은 5.6유로.



별거 안했는데 철학자의 길 그거 좀 걸었다고 겁나게 피곤하다. 학원 숙제 해야하는데- 안하고 그냥 자고 아침에 하지 뭐!

이래서 나의 아침이 항상 바쁜 것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는데 왜 맨날 830분에 시작하는 수업에 가는게 그토록 바쁜지.

아침에 숙제를 해야하니까 바쁘지... 미리 하고 그런거 나는 모른다... 저는 그런 삶을 살지 않았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