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시간 중 아홉시간을 깨어있다 보니,

잘생긴 그 승무원 말고도 다른 승무원들이 내가 대체 안자고 뭘 하는지

엄청 궁금한지 오며가며 뭘 자꾸 물어봤다


글씨쓰는데 문제는 없냐고 묻기도 하고

문제 없다고 하니까 너 대단하다고 하기도 하고

열시간의 비행이 끝나가는 시간이 되니까

승무원들은 다 너무 피곤해보이는데

나는 전혀 피곤해보이지 않아서

왜 너는 지치지 않느냐고 하기도 하고

그들은 일이고 나는 그저 앉아서 쉬며 쓰며 하는건데 어떻게 같겠냐고 생각을 했지만

짧은 영어.... 반드시 영어 공부를 더 할테다...... (항상 결심만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이드리스 엘바;

안피곤하냐고, 대부분은 이 높은 하늘에 열 시간을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한다고, 근데 너는 하나도 안피곤해보인다고 하길래

내가 지금 유럽에 가는게 너무 행복하고 믿어지지 않아서 마치 "뽕맞은" 기분이라 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꼭 영어로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괜히 또 어정쩡한 내 영어로 하다가 아부다비 공항에서 경찰에 인계되면 곤란하니까.... 그냥 안자도 별로 안힘들다고 했더니, 완전 놀랍다면서, 우리가 찾던 인재가 너같은 사람이라면서 ㅋㅋㅋㅋㅋ You've got talent!!! 이러길래 응 나 그 프로그램 좋아해 했더니 유머도 있다면서 또 그 외국인 특유의 오버.... 하... 나도 한 리액션하는데 영어가 짧은게 이렇게 안타깝네....  캐빈크루에게 필요한 탤런트가 너한테 있는거 같다고 인터뷰 잡아줄까? 이렇게 농담을 해댈 때, 아냐 난 키가 작아서 아마 못할껄? 했더니 키는 규정에 없어 / 키는 없지만 암리치는 있잖아 / 어? 너도 캐빈 크루에 관심있었던거 맞구나??? 하면서 서로 막 웃었다. 설명하려면 어렵단다.... 한국의 기형적인 취업시장에서는 대부분 내 분야가 아니어도 다들 서로 잘 알아....ㅠ



다른 여자 승무원은, 내 테이블뿐 아니라 빈 자리인 내 옆자리의 테이블까지 내려서 엽서 수십개를 펼쳐둔걸 보고는 Wow! You made Office here!!! 이러길래 나는 또 그 말이 왜 그렇게 웃긴지, Yes, I did! Office in Etihad! 이랬더니 또 막 웃고. 다들 웃기도 참 예쁘게 잘 웃지.... 나도 좀 예쁘게 웃어보도록 노력해야지, 빙구웃음 말고...



아무래도 엄마아들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엄마아들이 주변의 한국인에게 환심살 수 있도록 면세담배를 사가겠다고 그렇게 장담을 했는데, 면세담배는 개뿔... 내 면세품 픽업도 못해갈뻔 했다고...........ㅠㅠㅠㅠ


혹시 몰라서 승무원에게 기내 면세로 담배 파냐고 물어보니까, 판다길래 응 나 사고싶어 했더니 조금 있다가 면세품 카트 돌아다닐거라길래 알았다고 하고는 기다렸다. 제일 만만한게 Marlboro, 한보루에 $24, 뭐 비싼건 아니겠지. 마침 내가 가져온 달러화가 있어서 $25을 냈는데,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영수증에는 잔돈도 적혀있는데...? 음 뭐지 싶어서 기다리려다 지금 지나면 안줬는데 줬다고 할지 모르니까 잔돈 안줬다고 했더니 엄청 미안해하면서 잔돈 $1을 준다. 원래 이런 실수 안하는데 미안하다고 하길래 괜찮아, 열시간 비행은 힘들고 피곤한거야. 했더니 또 캐빈 크루의 탈랜트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죽겠네....



그렇게 기내 담배까지 야무지게 사고,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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