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비지니스는 아니라네... 프리미엄 이코노미? 뭐 잘 모르지만

어쩄든 이코노미보다는 상위! 오예!!! 씬난다!



좌석 넓이같은게 특별히 넓다거나 한건 아니고

그냥 어메니티 주는 정도...?

어메니티도 별로 특별할 건 없고, 그냥

파우치가 예뻐서 그저 행벅....







그렇게 내 자리는 아니지만 내 자리가 된 어떤 자리에 앉아서

앞으로의 7시간의 비행이 시작!




원래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직항이면 11시간 30분이면 가는데,

나는 경유라서 10시간 5 + 7시간 5= 17시간 10


뭐 돈 많으면 직항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나는 돈이 없잖아......




그래도 이코노미가 아닌 자리에 앉았으니까 뭔가 인증샷같은 것도 남기고 싶은데

뭔가 좀 한없이 부끄럽고 그렇네....

다들 평화롭게 앉아있는데 혼자 유난떨기 무안해서 안찍음...

지금 생각하면 찍을껄 =_=



신기했던건, 인천에서 아부다비 오는 비행기에서는 특별식이 거의 나 뿐이라

나만 특별식 챙김?을 받았는데,

이 비행기의 이 좌석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특별식이다

다들 채식..... 왜 채식...... 저는 육식....


부자들은 다 채식을 하는건가? 하는 좀 이상한 생각도 했다 ㅋㅋㅋ

아니겠지... 별 상관없겠징..



두 번째 기내식!

두근- 두근-





휴... 내가 정말 음식 가리고 그런 사람 아닌데, 황당할 정도로 이상한 조합이었다....

굳이 물고기를 이렇게 익혀야하는거니...? 소스는 이게 뭐니....

대체 왜.... 평생... 너를 평생....ㅠㅠㅠㅠ


익힌 물고기들은 밥 속에 숨겨져있다...

따로라도 주지.. 하다못해 튀기기라도 하지

이게 뭐람.........






실컷 불만을 말했지만, 싹싹 다 긁어먹었습니다.... 제가 그렇죠 뭐....

다먹은 사진은 드러우니 굳이 올리지는 않아요 ㅋㅋㅋㅋ




그렇게 이번 일곱시간도 또 딱히 잠들지 않고 다이어리 쓰고 정리할 거 정리하고, 독일어느 지역에서 지낼지 지도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 흔한 여행책자 한 권 사지 않았다. 항상 나는 그렇게 여행해왔기에)


그런데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모든 소지품이 다 호주 호주 호주길래, 혹시 호주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막 웃으면서 아니라고, 호주에서 휴일 보내고 집에 가는 중이라고. 아 그래.... 독일 사람과 호주 사람을 그 당시에는 구분할 줄 몰랐다. 지금도 100%로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튼 그 당시에는 몰랐으니까. 







내 또래라서 괜히 혼자 친근감을 느끼며 독일 여행지 추천 좀 해달라며, 씬나게 떠들었다. 그 당시에는 몇시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채ㅠㅠㅠㅠㅠㅠㅠ



씬나게 떠들다보니 곧 도착이라고 한다.

열시간 비행하고 나니 일곱시간은 별 것도 아니구나 싶어서 서로의 귀가/여행을 축하해주며 다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입국 수속 줄에 서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가진 짐이 많아서 못찾는거겠지, 왜 여권이 없겠어. 내가 내내 잔 것도 아니고, 일곱시간 내내 깨있었는데, 없어질리가 없잖아!


하지만 없다, 없다.

독일에 도착은 했지만, 여권이 없는;;; 나는 입국 수속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입국 심사장 바로 옆의 경찰서에 인계되었다. 


열시간 중 아홉시간을 깨어있다 보니,

잘생긴 그 승무원 말고도 다른 승무원들이 내가 대체 안자고 뭘 하는지

엄청 궁금한지 오며가며 뭘 자꾸 물어봤다


글씨쓰는데 문제는 없냐고 묻기도 하고

문제 없다고 하니까 너 대단하다고 하기도 하고

열시간의 비행이 끝나가는 시간이 되니까

승무원들은 다 너무 피곤해보이는데

나는 전혀 피곤해보이지 않아서

왜 너는 지치지 않느냐고 하기도 하고

그들은 일이고 나는 그저 앉아서 쉬며 쓰며 하는건데 어떻게 같겠냐고 생각을 했지만

짧은 영어.... 반드시 영어 공부를 더 할테다...... (항상 결심만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이드리스 엘바;

안피곤하냐고, 대부분은 이 높은 하늘에 열 시간을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한다고, 근데 너는 하나도 안피곤해보인다고 하길래

내가 지금 유럽에 가는게 너무 행복하고 믿어지지 않아서 마치 "뽕맞은" 기분이라 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꼭 영어로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괜히 또 어정쩡한 내 영어로 하다가 아부다비 공항에서 경찰에 인계되면 곤란하니까.... 그냥 안자도 별로 안힘들다고 했더니, 완전 놀랍다면서, 우리가 찾던 인재가 너같은 사람이라면서 ㅋㅋㅋㅋㅋ You've got talent!!! 이러길래 응 나 그 프로그램 좋아해 했더니 유머도 있다면서 또 그 외국인 특유의 오버.... 하... 나도 한 리액션하는데 영어가 짧은게 이렇게 안타깝네....  캐빈크루에게 필요한 탤런트가 너한테 있는거 같다고 인터뷰 잡아줄까? 이렇게 농담을 해댈 때, 아냐 난 키가 작아서 아마 못할껄? 했더니 키는 규정에 없어 / 키는 없지만 암리치는 있잖아 / 어? 너도 캐빈 크루에 관심있었던거 맞구나??? 하면서 서로 막 웃었다. 설명하려면 어렵단다.... 한국의 기형적인 취업시장에서는 대부분 내 분야가 아니어도 다들 서로 잘 알아....ㅠ



다른 여자 승무원은, 내 테이블뿐 아니라 빈 자리인 내 옆자리의 테이블까지 내려서 엽서 수십개를 펼쳐둔걸 보고는 Wow! You made Office here!!! 이러길래 나는 또 그 말이 왜 그렇게 웃긴지, Yes, I did! Office in Etihad! 이랬더니 또 막 웃고. 다들 웃기도 참 예쁘게 잘 웃지.... 나도 좀 예쁘게 웃어보도록 노력해야지, 빙구웃음 말고...



아무래도 엄마아들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엄마아들이 주변의 한국인에게 환심살 수 있도록 면세담배를 사가겠다고 그렇게 장담을 했는데, 면세담배는 개뿔... 내 면세품 픽업도 못해갈뻔 했다고...........ㅠㅠㅠㅠ


혹시 몰라서 승무원에게 기내 면세로 담배 파냐고 물어보니까, 판다길래 응 나 사고싶어 했더니 조금 있다가 면세품 카트 돌아다닐거라길래 알았다고 하고는 기다렸다. 제일 만만한게 Marlboro, 한보루에 $24, 뭐 비싼건 아니겠지. 마침 내가 가져온 달러화가 있어서 $25을 냈는데,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영수증에는 잔돈도 적혀있는데...? 음 뭐지 싶어서 기다리려다 지금 지나면 안줬는데 줬다고 할지 모르니까 잔돈 안줬다고 했더니 엄청 미안해하면서 잔돈 $1을 준다. 원래 이런 실수 안하는데 미안하다고 하길래 괜찮아, 열시간 비행은 힘들고 피곤한거야. 했더니 또 캐빈 크루의 탈랜트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죽겠네....



그렇게 기내 담배까지 야무지게 사고,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


대부분 가까이의 짧은 여행을 해서 그런지

기내식이 나오는 여행은 거의 해본 적 없을 뿐더러

(나와봐야 뭐 샌드위치 나부랭이정도....)

일반 항공의 경우 기내식이 나오는 세네시간 정도의 비행도

다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니

물 한 잔도 돈주고 마셔야하는... 그런 가난한 여행을 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기름이 펑펑나는 나라의 항공사! 돈이 넘쳐나는 나라의 비행기!

딜마티가 기내에서 무료로 무한으로 제공되고

술쟁이들은 원없이 술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는

한 번 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나면

아에로플로트나 중국동방항공이나 다 씹어먹게 되는

엄청난 돈잔치의 향연, 에티하드!!!



네, 제가 바로 그 에티하드를 타고 독일을 가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ㅅ //




우선 기내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탑승할 때 본 남자승무원 세 명이 다 너무 잘생겨서

아 우선 만족, 행복해....

뼈대가 다르다는게 이런거구나... 호주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외국인들



비행기를 타자마자 간단 기내식을 먹고, 한시간만 딱 자고 내내 깨있으니

엄청나게 허기가 몰려왔다.

딜마티를 계속 마셨지만, 배고픈거랑 물배차는건 다른 이야기...


아 왜 밥 안주냐... 밥 달란 말야....

허기가 지니까 배가 아파왔다

아이고 누가 보면 일주일은 굶은 줄 알겠다며... 몇시간 굶지도 않아놓고ㅠ

위장새끼 일 좀 천천히 해주시겠어요?



그렇게 배가 아파서 몸이 반으로 접혀질 때 쯤

구원처럼 이드리스 엘바;가 내 특별식을 들고 나타났다

어디 아프냐는 말과 함께

아니 배고파서...라고 하니까 너 진짜 재밌는 애라고 막 웃고 갔다

미안하지만 진짜였단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특별식은 추가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해산물이라고 해서 뭔가 일반식보다 더 좋을 것 같지만 그건 기분 탓이다. 전혀 특별할 것 없고, 다른 선택지는 주로 채식/무슬림(할랄) 이정도니까, 정말 특별할 것 없다. 해산물이라고 회나 스시 한 점을 기대한 내가 바보....



특별식을 주문하면 저렇게 자리 번호와 특별식 종류가 적힌 카드가 꽂혀있는 식사를 받게 된다. 별거 아니지만 또 특별해보이고 좋아한다. 그리고 대망의.... 해산물





사실 나는 은박을 벗겨보고 너무 놀래서 할 말을 잃었다.... 새우로 너희가 생각해낸 기내식이 죽이다 이거지....? 충격..... 마음 상함.... 하지만 처음의 상심과는 달리 또 너무 맛있게 잘,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음식 남기고 그러면 벌받아요





그렇게 뭔가 아쉬운 기내식을 싹싹 다 긁어먹고 창문을 보니

와- 역시 장거리 비행이어도 창가에 앉는건 바로 이런 사진을 위해서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관이 펼쳐졌다

아이폰놈... 이게 최선입니까...? 훨씬 더 멋있었는데, 사진에 다 담겨지지 않았다

조금 담겨졌다 싶으면 빙구처럼 웃고있는 내가 막 비쳐있고.........ㅠㅠㅋㅋㅋㅋ




이제 아부다비 공항에서의 환승!!! 아부다비는 어떤 곳일지, 내리지는 못하지만 괜히 엄청 기대된다. 언젠가 사막투어를 하게 된다면, 꼭 다시 이 에티하드 비행기를 타고, 꼭 이드리스 엘바를 다시 만나게 되는 행운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ps. 독일에 모처럼 해가 반짝거리는 날이라, 아침에 이것만 쓰고 밖으로 나가려합니다. 혹시 기다리신다면 독일시간 화요일 오전(한국시간 화요일 오후)에 올라오는 포스팅은 이게 다에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 안올 때! 해가 반짝반짝할 때 빨리 나가야해요! 언제 비올지 모르는 이 뭣같은 독일 날씨ㅠㅠㅠㅠㅠ

기내식은 미리 특별식으로 신청했다. "Seafood"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고,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해산물을 요리해서 먹는지 궁금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나의 편협함이 얼마나 무지함과 이어지는지 알게 되는 큰 계기가 됐는데, "사막 = 바다가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했다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비행하는 내내 지도를 보면서 지금 어디를 날고 있는지 확인했는데, 놀랍게도 아부다비/두바이는 바닷가다. 그리고 그 두 도시는 예전부터 진주잡이와 연안어업이 발달했으며, 유전도 해저에서 발견된 거라고 한다. 나는 석유도 사막에서 나온건 줄 알았다. 이토록 무식할 수가....)



00:40AM, 탑승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샌드위치와 컵라면이 나왔다. 

특별식을 주문해서 나만 먼저 샌드위치를 주니까, 개저씨들이 배고프다고 성화였다. 1분전까지 코골고 주무시던 분들이 왜 난리세요.... 뜯었다가는 뭔가 배고픈 개들에게 불을 지피게 될까봐 뜯지 않고 기다렸다.



같이 마실 음료를 묻길래 Dilmah Lemon & Lime을 달라고 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첫 딜마티.

항상 그랬듯이 티백은 딜마를 따라올 퀄리티가 없다. 어쩜 이렇게나 차에 대한 수준차이가 나는지, 설록 나부랭이들 다 꺼졌으면.... 아모레 국정교과서ㅗㅗㅗㅗ 아이고 자판이ㅗㅗㅗㅗㅗㅗㅗ


딜마를 다 우려낸 후, 샌드위치와 컵라면까지 주는거 다 받아들고서는 같이 찍은 첫 기내 간단식. 나는 비행기에서 주는건 물도 맛있더라.... 휴.... 대책없습니다









아침이 되어서 정말 모두가 다 자고 있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던 시간,

비행기 타자마자 와... 훈남... 대박... 이라고 생각했던 승무원이 지나갔다. 가급적 훈남이 티든 기내식이든 주는게 좋습디다? 딜마 티 달라고 했더니, 종류도 묻지 않고 갖다 준다길래 뭐지.... 왜 안물어보지... 못알아듣고 커피 주는거 아닌가... 비행기에서 커피나 술은 굳이 안마시는데.... 그런거 먹으면 수면제처럼 나는 바로 잠든단 말이야....;;


그리고는 그 승무원이 가져다준 English Breakfast tea

아침이니 종류 물을 필요도 없이 이거라 생각한건가....

Milk? Sugar? 이러길래 아 밀크티면 다 있어야지 왜 묻는거야... 싶어서 둘 다 달라고 했다. 이드리스 엘바와 85%쯤 같은 외모의 남자가 Early Tea를 갖다주다니... 참나... 행복이란게 멀리 있는게 아니다 싶고... 세상이 이렇게 덧없구나 싶고 ㅋㅋㅋㅋ 누구든 Early Tea를 침대로 가져다줄 남자면 결혼할 마음이 없다가도 생길 것 같고 그랬는데... 망상이 이렇게 위험하네.... 뭔가 많이 잘못되었다....



그렇게 비행기에서 두번째 딜마티가 완성되었다.

왜이렇게 더 맛있고 난리야....







그렇게 딜마티를 더 열심히 마시고 싶어졌다.





세 번 째 딜마티, 카모마일




이제 그 잘생긴 승무원은 마치 내 전담 티 메이커 같았다. 나는 계속 다이어리와 엽서를 번갈아 쓰면서 한 모금 두 모금씩 티를 마셨고, 티가 딱 바닥에 깔릴 때 쯤에 다른 티 줄까? 같은걸로 줄까? 를 물었다. 이런 서비스라니... 제가 꼴랑 40만원짜리 특가로 비행기에 타고는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됩니까?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승무원님은 부디 복 많이 받으시구요....


이제 말 안해도 핑거푸드도 막 갖다주고... 네가 티를 많이 좋아하는거 같아서 한 개 더 갖고 왔다고 나 없어도 티 잘 챙겨먹고! 이런 소리나 하고... 참나 여보세요? 지금은 어디 계세요? 


별거 아닌 핑거푸드도 말 안했는데 챙겨주고 하니까 또 고맙고 뭐 그렇고... 생각난 김에 에티하드 웹사이트에 땡큐레터나 쓰러 가야지... 이름 모르는데 이드리스 엘바처럼 생긴 그 남자 승무원 이렇게 쓰면 안되겠지;;;




무튼 네 번째 딜마티, 





흔한 녹차와 달라, 다르다고!!! 설록ㅗㅗㅗㅗ 아이고 또 자판이ㅗㅗㅗㅗ

한국에 그런 저급 티 문화를 전파한 것을 영원히 저주하고 저주할 것이다. 

이렇게 네 종류가 에티하드에서 제공되는 딜마티고, 열 시간의 비행동안 이 네 종류를 두 번씩은 마신 것 같다. 한 시간에 티 한 잔이라니, 생각해보니 꽤 귀찮았을텐데 그저 고마워졌다.





- 여기서부터는 넋두리가 심하니 안읽으셔도 됩니당 -


한국에서 티를 즐길 때마다 꽤 자주 듣던 말 중 하나는

"먹고 살기 바빠서 차같은거 마실 시간 없다"는 멍청한 소리였다.

멍청한 사람들은 멍청한걸 꼭 티를 내야 하나요? 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입밖으로 말을 내뱉을 때는 제발 생각을 좀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곳을 여행할 때마다 즐거운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차를 편안히 아늑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내가 무얼 마시든 먹든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나는 다른 사람이 뭘하고 사는지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았고, 나는 그게 몹시 피곤했다.

내가 백수로 아빠 돈을 갉아먹으면서 산다고 해서 너에게 피해를 준 것이 있는지?

내가 살이 쪘다고 해서 너에게 피해를 준 것이 있는지? 살찐 내가 쪽팔리다면 안만나면 되잖아. 왜 그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는건지?

말하면 입아프지만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의 하루하루를 굉장히 피로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른이 넘은 미혼 여성에 대한 각종 인신공격들은

나라가 멀쩡히 돌아가는게 신기할 정도로 각종 개저씨들과 같은 여자들에 의해서 난도질당했다. 저의 자궁은 혹시 국가 소유인가요? 제가 어디 애낳는 기계여야하나요?

서른이 넘은 살찌고 남자친구가 없으며 직업도 없는 나는 최하층민이자 아무에게나 아무 개소리를 들어도 되는 그런 위치였다. 위치 자체가 없었다. 나보다 하급은 없었다. 정신나간 분들은 부디 자살을 추천합니다, 한강물이 녹았습니다.



러시아 여행을 갈 때도, 일본 여행을 갈 때도, 독일로 떠나는 이 비행기 안에서도 나는 나 그 자체였다. 한국에서의 나는 규정되어져야했다. 라벨링이 되어야했고, 최하급이라는 도장이 이마에 찍힌채 살아야했지만, 한국을 떠나는 이 비행기 안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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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가게 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반드시 에티하드나 카타르를 타고

사막 투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다

(나는 막연한 희망과 생각에 대한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을 수록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그것이 이뤄지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 있기 때문에, 편도로 비행기를 발권해야했고,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비행 분위기를 알아야했다.


보통 그 나라의 국적기는 그 나라의 분위기와 많이 따라가는 편이고, 히잡쓴 여자들이 많이 타거나 한다면 조금 꺼려질 것도 같았다. 그 여자들이 꺼려진다기보다 여자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 문화 자체가 안맞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내게 원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최소 한 번 이상의 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특가가 뜨길 기다렸다




기적처럼 에티하드의 특가가 떴고

바로 예약!!!

매일 비행기 티켓 확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비상구 앞줄이라 누워서 가기에 최고라는 22열에도 예약에 성공했다




내가 에티하드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1. 언젠가의 사막여행(스탑오버로의 짧은 여행이지만)을 꿈꾸며,

 에티하드 항공 미리 경험해보기

2. Dilmah!!!!!! Dilmah!!!!!!!!!


이 두 개가 전부다.

특히 딜마티와 관련해서는 비행기에서 재밌는 일도 있었다.



무튼 40만원에 인천-아부다비-프랑크푸르트 비행기 발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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