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숙사의 사진부터.

이 나무들의 뒤에 보이는 건물이 내가 사는 마부르크 대학교 기숙사이다.

기숙사 주소가 Fuchspaß인데 이게 "여우길"이라고 한다.

이 사진을 찍는 내 등 뒤로는 또 작은 풀밭(+커다란 나무숲)이 있기도 하다.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이 계단 아래까지 오기까지 한 6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이 계단들을 올라간 후, 다시 내 건물에서 내가 사는 5층으로 걸어올라가야한다.

처음에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기만 했었고, 중간에 몇 번이나 멈춰서 쉬어야했다.

그렇게 몇 번을 쉰 후에 방에 도착하면 숨고르는데 한참이 걸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어서 많이 힘들지는 않게 잘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항상 건물 앞에서는 쉼호흡을 한 번 하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5층에 산다는 건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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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정식학생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학생으로는 등록되어있다. 독일 대학교에서는 예비학생으로 등록되면, 학생과 같은 것을 다 누릴 수 있다. 당연히 돈을 낸다. 등록금은 아닌데, 학교 운영비 정도랄까... 그 운영비에는 한학기 헤센 주 교통권이 포함되어있다. 무튼, 정식학생이 아닌데도 매일 두껍고 무거운 독일어 사전을 들고다니기 힘들었던 나는, 사물함 신청을 했었다. 처음 신청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우선, 마부르크 대학 도서관 사물함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루사용 사물함과 한달 사용 사물함. 한 달 사용 사물함을 사용하고 싶었던 나는, 비어있는 한 달 사용 사물함 앞에서 열심히 U-Card(학생카드지만 학생증은 아님, 복사카드+도서관대출카드+학생식당 카드)로 사물함을 잠궈보려했는데, 대 실 패. 아 왜 안돼...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한 달 사용 사물함은 신청을 해야한단다. 남은 사물함 중에 랜덤으로 배정되는거라 내가 원하는 사물함을 잡을 수도 없다고... 환 장. 그래서 알겠다구 지층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지층엔 남은게 없대...!! 참나. 지층에 사물함이 있는 모두는 졸업할 때까지 쭉 쓰지 않을까? 그럼 나는 지층은 못써보겠군... 싶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당연히 공간상 여러 곳에 사물함이 깔려;있고, 2층, 4층의 사물함은 남아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2층 사물함을 배정받아서 드물게 쓰고 있었다. 정말 드물게. 그러다 한 달이 지났고, 한 달이 되면 재등록을 해야하는데, 그 재등록이 한국의 재등록과는 좀 개념이 달랐다. 말이 재등록/연장이지 걍 새로 신청하는거랑 똑같다. 이전에 쓰던 사물함을 우선 비워야한다. 이게 무슨 연장이람. 그래서 하.. 무거운데.. 어차피 또 2층 줄거면서 걍 해주면 안되나 싶었다. 하 지 만 언 제 나 내 예상을 비껴가는 일이 생기기 마련. 지층에 빈 사물함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하지만 이내, 있어봐야 젤 아랫줄이라 넣고 뺄 때마다 개고생하거나, 아니면 젤 윗줄이라 팔이 아예 안닿겠지... 뭐 그래도 우선 지층이니깐, 지층으로 주세요! 그러고 만나게 된 나의 사물함! 세상에, 5칸 중 세 번 째 칸. 가장 높이가 알맞은 딱 거기. 어떻게 이런 복이 내게ㅠㅠㅠㅠ 그리고 지층사물함 생긴 기념;으로 부피가 커서 집으로 잘 배달하지 못했지만, 구매해야했던 것들을 구매한 후 도서관에 날라놨다.

 

첫 날 내 사물함 모습은 이러하다. 약간.. 칫솔이며 체육복이며 다 쳐박아두던 고등학생 때의 사물함이 생각나는 그런 사물함이 되어버렸다. 집에 차츰 날라두고, 정리도 차츰 하다보면 이 꼴;은 아니겠지...! 무튼, 지층 사물함 배정받은 기념으로 신나서 글을 써봤다.

 

 

지층 사물함은 이렇게 있다. 이 중 절반은 하루 사용 사물함이라, 지층 사물함의 갯수가 정말 몇 개 안된다. 그 중 하나가 복덩이로 내게 굴러들어온 셈이다.

한 달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하루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https://fromde.tistory.com/332 에서 연결됩니다)

만하임에서 살던 집의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너무 쉬웠다. 방을 구하려는 사람은 차고 넘치고 방을 내놓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사람만 연락달라고 했는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메일 왔고... 뭐 그랬다. 무튼 그렇게 빠르게 새 거주자를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방의 주인이 아니기에 새 거주자와는 상관없이 미리 고지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걍 나가면 된다. 그런데 내가 왜 새 거주자를 구해서 집 관리회사와 연결을 해주냐하면, 내 이전의 거주자가 나에게 했듯, 나도 새 거주자에게 내가 쓰던 가구와 가전 등을 헐값에 넘기고 가기 위해서다. 이삿짐 센터를 부를 것도 아니고 가구와, 작긴 해도 가전을 다 짊어지고 이사다닐 수는 없으니까. 내가 넘기는 것들은 책상 두 개, 서랍장, 거울, 각종 수납장(한국에서도 유명한 그 이케아 철제 수납장!!), 화장실 수납장, 각종 그릇, 컵 등등 이었다. 전부 다 해서 소박하게 150유로에 넘겼다. 나는 200유로에 넘겨받지만, 내가 2년간 사용했으니 더 받기도 뭣하고 암튼 그랬다. 새 거주자가 확정되자 나는 빠르게 새 집을 구해야했다. 독일의 모든 대학도시가 그렇듯, 방 구하는 것은 거의 전쟁이다. 대학도시가 아닌 도시(ex.프랑크푸르트, 쾰른)는 너무 비싸서 문제인거고, 매물은 꽤 있다. 하지만 대학 도시는 매 학기마다 들어오는 사람이 언제나 많으니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다. 혼자 사는 방을 구하지 못할거라는건 당연했다. 그래서 WG(Flatshare)를 구하려고 했는데, 당연하게도 다들 인터뷰를 원했고.... 당연히 내 독어는.... 흠... 이러다간 입학허가가 있지만 비자 신청을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마부르크 대학 기숙사에 대한 온갖 글을 다 검색해서 읽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이고 아직 한국인이 그렇게 막 많지는 않은 도시라 한국인들이 쓴 글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인이 마부르크에 대해 쓴 글은 90% 이상이 교환학생이다. 교환학생은 학교에서 그들을 위해 따로 기숙사를 어느정도 확보해둔다. 그 서비스?에 선정이 안되서 방을 급하게 구하는 교환학생들 글을 페북에서 보는데 걍 내가 다 안타깝고... 뭐 그렇다. 방을 구하기가 살벌하게 어려우니까. 무튼,


입학허가서를 받은게 725일, 그리고 처음 마부르크에 오게 된 게 8월 초였다. 처음 학생 기숙사 사무실에 도착한 날은 간발의 차로 문을 닫아있었다. 무슨 근무시간이 이 지경인지... 그 어떤 사무실이 정오에 문을 닫는게 가능한가, 독일에서는 가능하다. 무튼 그렇게 첫 날은 그냥 도시 구경만 했다. 걍 작은 도시네- 기숙사에서 살게 되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는 페북 그룹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새 거주자를 구한다고. 이걸 왜 그 사람이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게 페메를 보냈다. 내일 기숙사 사무실에 가서 @@기숙사 ###호에 살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그 사람과 페메를 했을 때가 오후 4시, 그 사람이 그걸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냈을거라고는 생각 안하고 나는 다음날 오전이 되길 기다렸다. 오전이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이미 그 방은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고 한다. 황당... 대체 몇 명한테 얘기했니...? 근데 같은 기숙사 건물에 방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내가 직접 가서 계약해야한다고도 했다. 알겠다고 간다고 얘기한 후에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학생 등록증이 필요하다고. 음, 못받았는뎀... 학교에 연락하니 닷새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보세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요....? 무튼 기숙사 사무실에 이런 사정을 적어서 메일을 보냈다. 다음주 화요일에 학생 등록증 들고 바로 사무실로 갈께요. 괜찮다고 해주세요. 이렇게. 그랬더니 답이 없었다. 만약 거절이라면 거절의 답이 왔을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마부르크로 갔다. 다들 막 몇 달 씩 기다린다는데 보름 기다리고(사실상 보름 기다린 것도 아니지만) 기숙사 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방에는 큰 문제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건물의 5층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화장실 바로 앞 방이라는 것이다. 두 가지는 살면서 다소 큰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비자를 새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새 도시에 오게 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비자가 완전히 발급되지는 않은 상태다. 마부르크 외국인청은 이미 악명 높지만, 내가 직접 비자 업무를 해보니 왜 악명 높은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아직 내 손에 비자가 나온건 아니지만, 보름 안으로 비자 나왔다는 편지가 온다고 하니 그걸 기다린 후에 "새로운 도시, 이미 반 년 (3)"을 써볼까 한다. 



마부르크에 살면 살 수록 만하임이 참 좋은 도시였고, 이전에 살던 내 방이 얼마나 좋은 방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엘리베이터도 당연히 있었고, 해도 잘 들었고, 시끄럽지도 않았고, 계획도시라 산 같은건 시내에 없었었다. 여기는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고, 해는 거의 안들고, 바로 옆이 차가 꽤 많이 다니는 차도이다. 도시 곳곳에 작은 동산이 있고. 내가 사는 기숙사는 그 동산 중 하나의 중턱;에 위치한다. 매일 조금씩 운동하는 기분으로 산 중턱 + 5층계단을 잘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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