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뮌헨에 왔는데 뭐라도 보고 가야지 싶어서 아침에 조식 먹으면서 검색한 곳

테러 직후라 실외는 조금 겁났고, 실내가 시원할 것 같아서 여기로 선택.

이름이 뭔가 전혀 박물관같은 느낌은 전혀 없지만, 박물관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영어페이지

http://www.residenz-muenchen.de/englisch/tourist/index.htm



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영원한 외국어... 네이버에서도 긁어왔다.



훌륭한 공예품이 가득한,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 내부


1385년 처음 지어져 해자에 둘러싸인 작고 보잘것없는 성이었던 뮌헨 레지덴츠는, 1918년까지 바이에른의 통치자였으며 이곳을 왕궁으로 사용했고 정부를 자리 잡게 한 비텔스바흐 가문에 의해 점차 그 모습이 향상되어 갔다. 여러 세기에 걸쳐 지어진 결과로 레지덴츠의 건축 양식과 내부 장식에는 여러 가지 다른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비텔스바흐 가에서 수집한 흥미롭고 다양한 공예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건물의 양식은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신고전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레지덴츠는 단일 건물이라기보다 열 개의 분리된 안뜰에 지어진 웅장한 건물 단지에 가깝다. 그 규모가 그렇게 웅장하지 않다면 토끼 굴을 닮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중요한 특징으로는 '안티쿠아리움'(알프스 북부에서 가장 커다란 르네상스 홀)의 호화롭게 채색된 천정, 바로크 양식의 교황의 방들, 대(大)프랑수아 퀴비예가 디자인한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장식의 방'들, 신고전주의 양식의 샤를로테 방 등을 들 수 있다.


전쟁 이후의 복원 작업을 통해 레지덴츠는 독일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궁전 박물관 중 하나라는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방문자들이 꼭 보아야 할 장소로는 귀중품 보관소를 들 수 있는데, 이곳에는 왕실 유물들을 모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수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청동, 록 크리스털, 황금으로 만든 섬세한 작품들을 비롯하여 왕관, 의식용 검, 고블렛, 왕실 휘장 등도 훌륭한 전시물의 일부이다. 


'대머리 왕 카를'의 기도서(9세기부터 전해 내려왔다),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었다는 진짜 십자가의 성물함, 성 게오르그의 조각상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유물이다. 이외에도 튀르크 족에게서 빼앗아 온 무기들, 스리랑카에서 온 복잡한 상아 세공품, 훌륭한 중국 도자기 몇 점 등 상당한 양의 동양 보물들이 있다.

뮌헨 레지덴츠 [Munich Residenz]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마로니에북스)




나의 설명은 무의미. 내부 사진만 주욱 올릴 예정.

문제는, 사진을 다 찍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많기 때문에 다 찍을 수도 없어서 사진에서는 1%도 채 나타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천장은 이 동그란 부분처럼 안이 다 그림으로 채워져있지만, 이 천장은 동그란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소실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이 천장은 전체가 다 소실.





궁전 내부의 예배당.

방문객들은 위에서 내려다볼 수만 있다.





여기까지가 The Residence Museum이고, 아래부터는 Treasury Musuem. 입장료는 별도, 한번에 같이 구매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런 체스 너무 갖고 싶다.. 우선 오랜만에 체스가 너무 두고싶어졌다. 근처 사는 사람 중에 누구 체스둘 사람 없으려나..




이상한 번역으로 인해; 한국어 표현으로 "귀중품 보관소"가 되어버린 Treasury Musuem은 엄청난 양의 보석들이 있었다. 역시 있는 놈들은 과거에도 이렇게 보석으로 지랄들을 하고 살았구나.. 싶었달까. 수집품들 옆에 하나하나 기록된 몇백년도 더 지난 숫자들이 너무 낯설었다. 




궁전의 안뜰은 이런 공원들이 최소 열개는 있었다. 다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더웠으니까.








입장료는 내가 다녀온 20167월 24일 기준으로,

레지던츠 7유로, 트레져리 6유로 (학생할인 받으면 각각 6유로씩)

두 곳을 다 갈거면 한꺼번에 발권하면서 할인받을 수 있다. 11유로, 학생은 9유로




뮌헨에서 그런 일이 있으니 당연히 뮌헨을 갈 수는 없어서 퓌센으로 여행지를 변경했고, 그렇게 그냥 막 따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바이에른 티켓덕분이다. 이 티켓은 혼자 결제하면 23유로를 내야하고, 그 후 다섯명까지는 한 사람당 5유로만 더 추가하면 된다. 그러니 혼자 이 바이에른 티켓을 사게되면 23유로에 여행하는 셈이고, 둘이서 같이 일정을 맞추면 각각 14유로에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 원래 여행에서 동행을 만드는걸 썩 좋아하지 않는터라 바이에른 티켓으로 퓌센에 가게될 줄은 몰랐지만, 원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양한 일들이 생기는 법.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바이에른 티켓으로 퓌센에 가게 됐다.


물론 퓌센까지 다이렉트로 가는 기차 선로가 공사중이라 바로 갈 수 없고 버스로 환승하고 법석을 해야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즐거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은 한인민박에서 바이에른티켓 동행자를 구해서 최대 5인까지 꽉꽉 채워서 이 티켓을 구입하는걸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되면 1인당 8,6유로에 바이에른 티켓을 구입하는 셈이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지긴 하지만 문제는 티켓은 한 장이라는 점. 다섯명이 모든 일정을 다 같이 움직여야한다. 반드시 5명이 좋은 것은 아니고, 가급적 2~3명을 추천한다. 



저 티켓 결제하고 둘 다 티켓인줄 알고 항상 두 장 같이 내밀었었는데, 그 보름간 또 조금 독일어를 배웠다고 위의 작은건 영수증이라는거 이제는 알겠네.. 그냥봐도 너무 카드결제 영수증인데 어째서 저걸 같이 내밀었을까. 이렇게 무모하게 다녀도, 살아도 되는걸까.



뮌헨을 여행하러 왔지만, 아니 정확히는 바이에른 공국 맥주 순수령 선포 500주년 축제에 온거지만, 뮌헨 시내에 갈 상황이 안됐다. 속상했지만, 뭐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나.. 숙소에서 밀린 일기나 누워서 쓰라는건가.. 밀린 일기가 참 많기도 하니.. 그러면 방 침대에 누워서 일기 쓰는 것과 뭐가 다른지 고민해야했다. 달라! 공기가 다르다!!!! (자기합리화)



그렇게 이번 여행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내 수호천사는 언제나 어디서나 열일한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훌륭한 차선책을 언제나 준다. 동행자가 마침 퓌센에 간다고 하니, 나도 얼레벌레 따라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기찻길 공사중! 이 글을 여행 직후에 썼다면 누군가에게는 꽤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었을텐데, 나의 게으름은 언제나 이렇다. 그냥 푸념이 되어버렸다. 기찻길 공사는 글 수정하는 지금 현재는 끝나있다. 730일까지라고 씌여있었다. 거의 3주간 보수공사 중이었고, 나는 마침 그 한 중간에 퓌센에 도착한 것이다. 




뮌헨에서 출발한 기차가 Lengenwang에 도착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역에서 내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동행과 나는 이 기차가 퓌센까지 가지 않는다는걸 몰랐기 때문에, 이 역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내리자 퓌센 말고도 여기도 볼 게 디게 많은가봐요~ 라는 뻘소리를 했다. 안내방송이 독일어로만 나와서 왜 출발 안하고 이렇게 정차중이지... 라며 둘 다 그냥 앉아있었다. 독어를 배우면 뭐하나,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는걸. 안내방송은 일반적인 독어 말하기 속도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고, 독일어 공부한지 얼마 안된 나는 거의 못알아듣는다. 뭔가 분위기가 이 기차에 더 있으면 안될 듯하길래, 내리려고 출구를 향해 갔다. 독일어를 못알아들은 한국 사람들만 죄다 앉아있었다. 내리는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거 내리셔야해요~ 라고 오지랖을 떨 수도 없었다. 내 동행과 하는 대화를 듣고 그들도 따라 내렸다. 사실 영어 안내 방송만 나왔어도, 동행도 나도 다 알아듣고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중요한 내용을 독일어로만 안내해주는지... 새삼 독일의 그런 시스템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독일 철도청에서 환승버스로 준비한 버스 네 대가 꽉꽉 채워서 퓌센으로 출발했다. 너무나도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제대로 모르고 온 내 탓도 있겠거니 해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버스의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내내 나를 반겨줘서 퓌센까지 가는 동안 이미 번거롭게 퓌센까지 오게 된 이 상황이 다 잊혀졌다. 역시 풍경은 기차보다 버스가 짱이지- 라며 동행과 농담도 했다.




퓌센 기차역에 내렸고, 성으로 가는 78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도 바이에른 티켓으로 무료 탑승 가능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아 여기가 유명한 거기구나 싶은 곳에 도착했다. 안내센터에 가서 지도(짱허접) 하나를 들고 멀리 보이는 성을 봤다. 엄청 줌을 땡겨서 찍은거라 사진이 많이 후지다. 그만큼 멀고 높다는거겠지, 우리 아침도 못먹었는데... 라며 얘기를 하고나서 둘 다 엄청 웃었다. 아침 먹었잖아..... 숙소 조식은 그냥 그 하루의 에너지원일뿐, 우린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며 또 뻘소리를 서로 해댔다. 어제 만났는데, 내내 같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주거니 받거니도 잘 됐다.




식당이 한 세 네개 정도 있고, 뭐 어디든 관광지는 비슷한 맛과 비슷한 가격을 줘야한다는걸 알고 있기에 그냥 가장 예뻐보이는 식당으로 갔다. 배고파서 식당 사진은 찍지 않고 그냥 앉았다. 다들 뭘 먹는지 다른 테이블을 봤는데, 전원이 슈바인학센을 먹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슈바인학센 하나를 시켰다. 두 개 시켜도 되지만 슈바인학센 자체가 양이 적은 편이 아니고, 어차피 우리는 맥주도 한 잔씩 마실거니 하나만 주문했다. 그리고 늠름하게 슈바인학센이 나왔다. 원래 슈바인학센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음식인데, 관광지의 주말 점심이라 그런지 미리 많이 요리해둔 것 같았다. 맛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히 빨리 나와서 둘 다 엄청 신났다는 얘기.




그리고 탭비어도 한 잔씩 시켰다. 슈바인학센이 독일식 족발이라고 하는데, 한국족발보다 수십배는 짜다. 그래서 반드시 맥주가 있어야한다.




팁을 줘야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그냥 10%로 줬다. 근데 관광지라서 아마 안줘도 됐던 모양. 우리가 2유로를 더 내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아이고 아까워라...


영수증에 다 나와있지만 다시 한번 적어보는 가격.

슈바인학센 14,20

맥주 한 잔에 3,90

22유로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한다. 그래야 또 저녁을 배불리 잘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녁은 못먹었다고 한다....)

성까지 씬나게 걸어갔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슈바인학센을 먹은 힘으로 육수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식당 영수증 시간은 잘못된듯. 10분만에 올라갈 수가 없다)

뭐 길어야 30분이긴 한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슬리퍼신고 샌달신고 맥시드레스 입고 올라가는 많은 여자분들을 보면서, 운동화에 고무줄바지 입고도 이렇게 씩씩대면서 올라가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간간히 열살도 안되보이는 아이들이 뛰듯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너의 다리와 폐는 참 건강하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을 입장하지 않고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성이 다 비슷하지 뭐... 별 거 있겠어? 라며 둘 다 쿨하게 안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동행은 어제 하이델베르크 성을 들어갔다고 했고, 나도 뭐 얼마전에 하이델베르크 성 안에 들어갔으니 그냥 비슷하다고 상상하기로 했다. 어차피 성은 밖에서 까리하라고 만든거고, 안은 보수공사 다 해서 쌔삥일거니까?



성 문 바로 앞에서 뒤로 돌면, 이런 풍경이 펼쳐져있다. 아- 너무 좋다. 독일 소도시의 매력.




성을 입장하지 않아도 이만큼이나 볼 수 있다. 개이득




그리고 서로의 사진 수십장을 찍어주며 동행이 있다는 기쁨을 누렸다. 동행인이 한국 여자라면 내 상태가 아무리 후져도 인간처럼 나오게는 해준다. 나는 비만인이라 전신사진을 거의 찍어본 적이 없는데, 전신사진도 날씬하게 나오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전신사진도 찍었다. 언니 이렇게 해보세요! 다리 붙이셔야죠! 같은 말들을 외쳐주었다. 고..고맙다... 하지만 그것이 날씬하게 나온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성을 옆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나는 저 Coat of Arms가 너무 멋있다. 막 뭔가 철갑 두른 기사가 떠오르고 뭐 그래. 어딘가에 거처가 생기면, 독일 주(Bundesland)별로 주장(Bundesrepublik Deutschland, Coat of Arms)을 다 모아보고도 싶다. 제발요. 확정된 미래를 기원합니다, 가급적 빨리.




인증사진 수십장을 서로 찍어주며 사기어플로 셀카도 찍고 거의 한 시간을 그러고 놀았다. 그리고는 내려가려는데, 먹구름이 왕창 몰려온 것을 봤다. 흣 우리는 우산 있지롱- 빨리 비와라! 그리고 이내 비가 왔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금방이다. 벌써 다 도착했어? 고작 이 길을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내려간거야? 싶었다. 내려가는 길에 예쁜 풍경이 있어서 또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다 담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건 엄청 중요한 정보!

마리엔 다리라고, 저 위치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봐야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지금 공사중이라 저 다리를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찍은 전체 풀샷을 나는 찍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나는 언젠가 다시 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며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만약 짧은 시간에 독일을 많이 빠르게 보려는 여행자들이라면 이건 나름 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상한 점은 보통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이런 공사를 하게 되면 끝나는 날짜도 같이 기입해두는데, 몇 개의 공사 안내 표지판을 봤지만 없었다.




퓌센에서 가장 유명한 두 성인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헨슈반가우 성이 거의 마주보듯이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도 특별히 화려한 성은 아니었는데, 호헨슈반가우 성과 비교하니 꽤 화려한 성처럼 보인다. 

하나 봤는데 뭘 또 가... 라며 멀리서 봤다. 멀리서 봐도 이미 다 느꼈다. 




그리고는 기념품샵을 털러 다녔다. 털 돈은 없었지만, 이미 넋이 털려있었다. 



테디베어 샵도 있었다. 넘버링까지 되있는 한정판 왕과 왕후 테디베어. 가격이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크리스마스 용품들도 팔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1년 내내 꾸며두고 사는 것도 내 작은 소망 중 하나. 








기념품샵에서는 소소하게 엽서만 샀다. 다른걸 사기에는 나의 잔고가 허락하지 않았다. 굶을 수는 없잖아...


엄청 귀여운 우체통을 보고는, 엽서 써서 여기 넣어줄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우체통이 있는 방향으로는 다시 올 수 없었다;




동행이 있는게 조금 부담스러운 이유는, 나는 바쁘게 여행하는 것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은 길어야 한 달의 기간동안 유럽 열 몇개 국가 수십개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나처럼 현지인처럼 어슬렁거리며 다니기 좋아하는 여행자들과 같이 여행하면 서로에게 스트레스다. 나는 여행하면서도 매일 한두시간씩은 꼭 까페에 가서 뭉개며 엽서쓰고 다이어리 정리하고 이런 짓을 해야하는데, 그렇게나 바쁜 여행자들에게 까페 가자는 얘기를 하기가 좀 미안하다.


이 동행은 영국에 살고 있기도 하고, 독일만 여행하는 중이라고 해서 둘 다 편안하게! 까페에 갔다.

너무 비싸네.. 관광지 물가.. 힘들어줍니다... 복불복이 심한 커피보다는, 핫초코를 시켰다.




그리고 까페에서 두 시간을 있었는데, 수다떠느라 엽서 한 장을 겨우 썼다. 다 못쓸뻔 했는데, 동행이 다그쳐줬다 -_-...

비가 오고 있었지만, 독일 우체통은 비 와도 넣을 때 비 안맞게 넣을 수 있다.


까리한 흑백엽서





퓌센 시내로 버스타고 다시 왔다. 마라톤이 방금 시작했다. 동행과 내가 선택한 그 길이 마라톤 코스;;라서 뜬금없이 벽에 붙어서서 뛰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별걸 다 보네.. 라고 둘 다 생각했다. 이 바로 전날에 뮌헨 테러가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뮌헨테러를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하는 문구를 달고 뛰고 있었다.




출발점이자 결승점은 여기




시작한지 616초.




피자집 이름이 아메리카노..




나는 뮌헨으로 갈 때도 또 버스를 타야하는줄 몰랐다. 근데 너무 당연한 거였다. 한 쪽만 안다닌다는게 더 이상하지... 기차 시간에 맞춰서 움직인 우리는 한 시간을 밖에서 서서 기다려야했다. 퓌센 중앙역 바로 옆에 우체국이 있어서, 그 안에서 비를 피했다. 우체국 짱짱.


우리를 뮌헨에 갈 수 있는 기차역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도착했다.




이런 식으로 안내되어있다.




올 때처럼 한번만 갈아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퓌센에서 탄 버스는 어떤 기차역에 우리를 내려줬고, 그 기차를 타고 20분 가서 또 갈아탔다.... 화딱지가 날 뻔 했는데, 다행히 뮌헨까지 가는 기차가 엄청 편한 기차라 누워서 가서 봐줌.




뮌헨까지 가는 기차가 곧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퓌센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온다고 알려주고 있다. 저걸 타면 다시 퓌센에 가게 되는거지? 노숙...?




뮌헨에 도착하니, 밤 1050분이었다. 분명 아침 9시에 숙소에서 나왔는데... 퓌센만 다녀오는데 14시간이 걸렸다. 기차 선로 공사중이라는걸 모르고 갔으니 기차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그래도 즐거웠다. 저녁은, 못먹었다. 과자 나부랭이 먹으면서 대충 해결했다.





학원 마치자마자 버스타고 뮌헨으로 갔다. 내가 있는 도시에서 뮌헨까지는 버스로 5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좀 막혔다. 물론 이미 탈 때부터 30분이 늦어있기도 했다. 그렇게 뮌헨의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뮌헨으로 여행가는걸 아는 내 탄뎀 파트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뮌헨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뮌헨 이미 도착했냐고, 뮌헨에서 총격 사건이 있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하며 뉴스를 검색해봤는데 별게 나오지 않았다. 역시 속보에는 트위터지! 트위터로 검색하니 난리가 나있었다. 도착 예정시간은 이미 지나있었지만, 아직 꽉 막힌 고속도로 위였다. 차가 막힌 걸 감사해야하는지 이건 뭐... 고속도로의 정체는 다 풀렸지만, 버스는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았다. 버스에서는 라디오가 크게 틀어져있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냥 상황이 좀 안좋다는 것 뿐. 뮌헨에 도착하기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국에서 보이스톡이 와서 통화를 잠깐 했다. 아직 내가 도착하기 전이라고 하니 어떻게든 다른 도시로 가면 안되겠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하겠냐며... 별 일 없겠지 뭐...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국어로 통화를 하고 나니, 바로 옆 자리에 있던 여자분이 혹시... 총격이 어디서... 라고 묻는다. 아, 한국분이시구나. 뮌헨에서요.. 아직 확실한건 안떴는데, 사망자가 15명으로 추정된대요.라고 했더니 많이 놀란듯. 중앙역에 내려서 어떻게 숙소까지 갈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숙소가 어딘지 먼저 묻는다. 어떻게 숙소까지 같지...? 이렇게 여행친구가 생겼다. 둘 다 뮌헨을 여행하는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고, 마침 내일 일정이 퓌센이라고 한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는 도시. 퓌센...? 이렇게 머리위의 물음표가 보였는지,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 성이요!!! 라고 한다. 



이 성이 그냥 그림이 아니라고? 모티브가 된 성이 있다고??? 그러면 가야지, 암 가야지. 그렇게 내일의 일정이 그저 우연히 또 정해졌다.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을 떠나는 사람들은 뮌헨에 방금 도착하는 우리를 조금은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래도 다행히 숙소가 중앙역에서 굉장히 가까웠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조금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뮌헨은 너무 고요했고, 다들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했다.


중앙역에서 10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의 겉문이 아예 잠겨져있었다. 우리를 확인한 후에 열어줬고, 다시 잠궜다. 꽤 근처에서 총격사건이 있었기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문을 잠궜다고 했다. 새삼 내가 위험한 곳에 오긴 온거구나 싶었다. 금요일 저녁 8시의 호스텔 로비에는 사람이 없는게 당연한건데, 앉을 자리가 없이 빼곡히 사람이 가득 있었다. 이 숙소에 숙박하는 그 누구도 지금 밖에 있을 수는 없겠구나... 싶어졌다. 짐을 풀어두고,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동행과 같이 로비로 내려왔다. 안전해보이길래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하니, 안나가는게 좋을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배고픈데 우쯔캥.... 그 때 메뉴판의 1리터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히 주문했다. 




로비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빈 자리에 같이 앉게 됐다. 앞에는 영국인 커플이 있었다. 이들은 이 숙소 숙박객이 아닌데, 밖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디든 안으로 들어오게 된거라고. 이 숙소에 남는 방이 있으면 오늘 여기서 그냥 자고 싶은데, 남는 방이 없어서 그러지 못해서 좀 있다가 나가야한다고 했다. 방금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뭔가 이 위험한 상황에서 괜히 마음이 안좋았다. 나 앉아서도 잘 자는데 내 침대 내주고 나는 그냥 로비에서 티스토리에 밀린 글이나 쓸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제임스 맥어보이의 짱팬으로서 영국 억양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이 영국 남자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어발음의 수십배나 더 심한 스코티쉬 발음이었다. 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영어가 단 하나도 안들릴 수 있지... 였다. 심지어 내 동행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와서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대학생이었는데도, "언니.. 저렇게 심한 스코티쉬 발음은 처음 들어봐요..." 라고 했다. 나만 멘붕인게 아니었다.



무튼, 금요일의 로비는, 뜻밖의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난 한국에서 몇몇 카톡과 보이스톡을 받았는데, 티스토리가 이렇게나 잘 안읽히는구나를 새삼 느꼈다. 뮌헨에 가기 보름전부터 뮌헨 폴더를 만들어뒀었는데, 총격 사건 직후 뮌헨 폴더 괜히 만들었다.. 싶었다. 하지만 인스타에서 내가 뮌헨에 있다는걸 보고 걱정해줬고, 티스토리로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뮌헨에 있는 줄도 몰랐다.... "니가 있는 도시랑 뮌헨은 멀지? 독일 요즘 무슨 일이 이렇게 많니..." 의 카톡이 여러개 도착했다. 네.. 내가 지금 뮌헨에 있다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맥주 1리터를 마시면 배가 부를 것 같았는데, 맥주는 그냥 음료인지 배가 고팠다. 누가봐도 냉동피자인게 분명했지만, 아마 1년치 피자를 오늘 다 팔고 있는듯해보였다. 혼자서도 냉동피자는 우습게 완판을 하는데, 둘이서 못할 이유는 없을거니 피자를 하나 주문했다. 한시간 걸린다고? 그래 알겠다.... 정신없이 수다떨다보니 한 시간은 금방 갔다.



맥주 1리터를 마시고, 냉동피자지만 어쨌든 피자를 반판씩 해치우고 배부른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숙소 조식을 배터지게 먹었다는게 함정.



네덜란드 물가가 비싸다고 해서 엄청 걱정을 했다. 쪼개고 쪼개서 이렇게 여행을 온건데, 기본 식사가 사치가 될 수는 없으니까. 위치정보로 근처의 맛집을 추천해주는 앱을 켰더니, 덴하그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해산물 음식점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음식점은 덴하그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맛집이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는 말에, 이준열사기념관이 문닫아서 못갔지만 해산물을 먹을 생각에 엄청 씬났다.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




아.. 이 새우가 다 내꺼였으면...




샐러드+메인+탄산인 세트메뉴가 있길래, 그걸 시키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거보니 특정 물고기를 정하면 그걸 메인으로 해서 메뉴가 나오는 모양. 나는 위 사진의 새우를 먹겠다고 했다. 어느 새우냐고 묻길래 반반!! 이라고 주문하고 싶었지만, 오른쪽 새우가 더 토실토실해서 오른쪽을 골랐다.



그리고 내가 받은 접시. 응? 내가 튀김을 골랐던가? 왜 새우를 튀겨서 주는거지...

고무를 튀겨도 맛있지! 새우를 튀기면 더 맛있지!!!


여러 탄산음료 중 콜라 사이다는 안땡겨서 오렌지 환타를 골랐는데, 마치 튀김들과 세트가 된 듯한 사진이 됐다.




좋은건 크게, 새우튀김에 찍어먹는 소스와 감자튀김용 소스가 따로 제공된다.

풀같은건 원래 잘 안먹는데, 여기 샐러드 소스 진짜 맛있었다.




네덜란드는 감자튀김을 케찹이 아닌 마요네즈에 찍어먹는다고 한다.

한국의 그 마요네즈와는 약간 달랐고, 느끼한 맛은 거의 없이 꼬소했다.




이 훌륭하고 훌륭한 식당의 이름은 Vishandel Hollands Spoor


다음에 갈 때는 네덜란드어!로 주문해보고 싶어서, 메뉴판도 찍어왔다.



여기는 세트메뉴 페이지




개별 메뉴 페이지




그리고 가게 앞에 세워져있던 입간판.

학생 세트가 싸고 좋다길래 메뉴판에서 학생세트를 찾았는데 없어서 일반세트 시켰는데...

입간판에 적혀있네, 큽...






그리고 이건 암스테르담에서의 한 끼.

네덜란드도 독일처럼 외식물가가 상당히 비싸서 로컬도 식당을 잘 모른다고 했다. 그냥 우리는 우리의 운에 맡기기로 하고 보이는 식당 중 한 곳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괜찮게 잘 나와서 대만족-


감자튀김은 2인분이 한 접시에 같이 나왔다.




영어로 된 고기 부위를 잘 몰라서 그나마 아는 Sirloin을 주문했다.

네덜란드는 돼지고기보다 소고기가 싼, 아주 환상적인 나라라고 한다. 아무래도 네덜란드 근처의 북부 독일의 학교를 알아봐야겠다.





혹시 다른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될까봐 적어보는 가게이름, 주소, 그리고 내가 먹은 메뉴 가격


덴하그 Vishandel Hollands Spoor

stationsweg 130 2515 BR Den Haag


암스테르담 Restaurant Bella Regina

Vijzelstraat 41, 1017 HE Amsterdam


덴하그 식당 세트메뉴 가격 7,95

암스테르담 식당 스테이크 17,5 + 맥주M 3,5 = 21,0



덴하그 식당은 네덜란드 간다는 사람이 있다면 모두에게 추천할 정도로 짱짱이었다. 하지만 암스테르담 식당은 굳이 찾아갈 필요까지는 없고, 저 식당이 다니는 길에 있으면 들러서 먹으면 괜찮을 정도. 무엇보다 아주 조금 기분 나빴던 것 하나는, 맥주의 종류가 총 세개였고 가격이 각각 2,5/3,5/4,5였는데, 독일처럼 네덜란드도 식사를 주문할 때 드링크를 같이 주문하는게 예의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맥주 작은거 하나 주문하려했는데, 작은건 주문할 수가 없다는거다.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작은 컵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착하게, 아.. 작은 컵이 없나보다.. 했는데, 나보다 늦게온 다른 테이블에 작은 잔으로 맥주 갖다주는거 보고 아, 우리를 호구로 본거구나? 싶었다. 하지만 스테이크도 맥주도 맛있어서 그냥 넘어갔다. 사실 그런거 얘기하는 것도 귀찮고..



무튼, 나의 주말 네덜란드 여행은 너무너무 아쉽고 아쉬움이 많이 남은 여행이었다. 다음 네덜란드 여행엔 하루종일 라익스 뮤지엄만 보고도 싶고, 하루종일 암스테르담 시립 도서관에서 책만 읽고 싶기도 하고, 공원에 누워서 구름만 보며 낮잠자다 깨다 하고 싶기도 하다.



암스테르담은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까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배불리 먹었다.

바나나 두 개는 가방에 챙겼다. 밤에 버스에서 먹으려고 히힣...




좀 많아 보이는건 기분탓이 아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았다. 열심히 진짜 열심히 싹싹 다 먹음.




특히 이 빵은 러스크처럼 빠삭거리는게 완전 내 스타일... 이거 두 개 더 갖다먹음




뒤는 이렇게 생겼다. 이름 알아놔서 다음에 네덜란드 가면 이거 꼭 사와야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30분 넘게 조식을 배불리 먹고 터미널로 슬슬 걸어나왔다.

교통비가 비싸니까 웬만해서 다 걸어다녔다. 숙소와 터미널이 멀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다.




저 전봇대 하나때문에 글씨가 다 안나와서 다시 찍어야했다. (환자)




기차 승강장에는 네덜란드 상징색인 주황색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노란색처럼 보이지만 주황색이다... 마음으로 봐주세요...




아무리 찾아도 버스 승강장은 없었다. 심지어 안내소들도 다 기차 관련 안내소뿐이라 급격히 멘붕에 빠졌다.

20분 일찍왔는데, 시간 맞춰 왔었으면 진짜 큰일날뻔 했다고 생각도 했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기차 안내소에 들어가서 버스 정류소를 물어봤다.

"미안한데, 기차 관련된게 아니라 버스 관련된 질문을 해도 돼?" 라고 물었고, 대답해줄 수 있는거면 대답해줄게 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버스 승강장을 못찾고 있어ㅠㅠㅠㅠ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1층은 기차만 온다고, 2층으로 올라가야 버스 승강장이 있다고 했다.

웃지 마시라구요... 나는 암스테르담 못가는 줄 알고 얼마나 맘졸이고 있었는데ㅠㅠㅠㅠㅠ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버스가 어딨다는거야.......... 여전히 기차뿐이다.



다시 내려가서 다른 안내소에 물어봤다. 2층으로 올라가라는 같은 대답을 하길래

2층에서 방금 내려왔는데... 거기도 기차만 있었어ㅠ 라고 했더니

제일 끝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따란- 이 에스컬레이터였다. 이정도 올라오니 버스 승강장이 보였다.




그리고 멀리 플릭스 버스가 보이길래 마구 뛰었다. 내 버스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행선지를 확인하려고 버스 앞으로 가서 확인하려는데, 기사 총각이 나오더니 암스테르담 가니? 라고 물었다. 응! 이라고 대답했더니, 너를 기다렸어! 라는 말을 한다. 뭐래.. 별거 아닌 말인데 한국어로 잘 안쓰이는 저런 문장들 굉장히 좋아한다. 뭔소리지.. 했는데, 오늘 덴하그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사람은 한 명이라고. 나만 도착하면 출발하는거였다. 그래서 플릭스 버스는 예정보다 5분 일찍 출발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찍은 버스! 기사 총각 다리 너무 긴거 아닌지... 2미터는 족히 넘어보였다.




암스테르담으로 도착하는 버스는 중앙역이 아닌 이 암스테르담 슬로터다이크 역으로 도착한다.




뒤에서도 찍어봤다.



네덜란드에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이 살고 계셔서 급만남을 요청했는데, 너무 감사히 나와주셨다. 암스테르담이 아닌 다르 도시에 살고 계신데.. 너무 감사했다. 중앙역이 서울역인거면 슬로터다이크 역은 고터나 강변역쯤 되는거냐구 물었더니, 고터나 강변은 그래도 좀 뭐라도 있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잖아요. 청량리쯤 되는 것 같은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요즘 청량리도 엄청 좋아졌어요! 라고 답했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 까먹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역에서 중앙역까지는 시내 버스타면 20분쯤 걸린다.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그냥 좀 걸었다.



역시나 구름이 예쁘다는 얘기를 더 하기도 입아프다. 파노라마로도 찍어봤다.




걸어가다 본 건물. 독일의 건물들은 밋밋한게 아주 큰 특징인데, 네덜란드는 건물들이 일제히 디! 자! 인! 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꽤 큰 공원도 가로질러 갔다. 아이들이 이걸 쓰고 엄청 재밌게 놀고 있는걸 봤다. 이거 예능프로에서 쓰는거 아니었어? 이게 원래 애들 장난감인거야?




한쪽에서는 개님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잘따라하는 개님 1도 없음. 개님들도 개성이 몹시 뚜렷했다.




전기차 충전하는거 처음본다!!!! 가정집들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오니 이런 것도 보게 된다.




드디어 암스테르담 중앙역 도착!!!

안가봤었지만 중앙역이라 당연히 넓을테니 세부 장소를 정하자고 했다.

포스트크로싱에서 만난 분이라 그런지 중앙역 앞에 우체통이 세 개 붙어있는데 앞에서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우체통을 찾았는데, 세 개가 아니라 네 개였다. 여긴 네 개가 있고, 다른데에 세 개짜리가 또 있나보다 하고

그 근처를 뱅뱅 돌았다. 근데 여기 말고는 아무곳에도 우체통이 없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만났다.


여기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라서 근처를 좀 찾아봤어요 라고 했더니

원래는 세 개였는데, 장애인용 우체통이 하나 더 생긴줄 몰랐어요...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암튼 엄청 가까운 거리의 도서관으로 갔다.

이유는? 점심먹으러


먹기만 먹고 바로 나오는게 조금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있었는데, 누가봐도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식당이용자들이 너무 많아서 안심했다. 그리고 도서관 식당이어도 10유로는 거뜬했다. 하지만 짱맛있었으니까 괜찮다.




그리고는 튤립시장으로 갔다. 지금 튤립철이 아니라서 튤립은 구근만 팔고 있었고, 이렇게 중국과 일본 어드매에 있는 듯한 자기류가 짱많았다. 뭐야... 짭...ㅎ 이렇게 생각했는데, 네덜란드 특산품이라고 한다. 네? 이게요? 놀랍고 놀라웠다. 세상에는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즐겁다.




냉장고 자석도 다양한 종류로 팔고 있었다.




내가 암스테르담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암스테르담 레터.

앞에서는 어디 한 귀퉁이에 서서 찍기도 힘들고, 뒤에서 찍어서 좌우대칭을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주워온 사진, 뒤로 보이는 저 건물이 라익스 뮤지엄이다.





하지만 주말은 뒤에서도 찍기 어려웠다. 나를 찍은 사진인데,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이 사진 안에 나 있다. 분명 있다.




암스테르담 레터 바로 앞의 박물관에 들어갔다! 외관은 찍지 않았다. 그냥.. 빨리 구경하고 싶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RIJKS MUSEUM 네덜란드어로는 라익스, 영어로는 레이크스. 원어로 읽는게 상식이니까 라익스라고 쓰겠다.

소장한 작품들이 살벌하게 많고 하루 내내 봐도 절대로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르네상스 이런건 그냥 제끼라는 좋은 팁을 얻었다. 나는 나보다 먼저 뭔가 한 사람의 말을 잘 참고하기 때문에, 르네상스 관은 아예 날렸다. 들어가지도 않음 ㅋㅋ




따란- 들어가자마자 배 전시장이다.

네덜란드의 골든에이지는 대항해시대니까-




배 전시가 끝나나 싶었더니 배 부분부분을 다 나눠서 일일히 설명해주는 전시관도 있었다. 너의 뜻 잘 알겠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전시관이 무려 아까 튤립시장에서 본 그 짭같았던 그!!!

DELFT라고 불린다고 한다. 도시 이름이고, 그 도시에서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도자기·알코올·약품 등의 화학공업이 발달된 도시라고 한다. 또 내 전공이.. 이런거 볼 때마다 살벌하게 뿌듯하다. 취직 좀..




드디어 그림이 나왔다. 근데 조각품이 밖에 나와있길래 애들이 뛰다 깰까봐 걱정했다. 남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건데..




평면도. 간단해보이지만 살벌하게 복잡하다. 추측컨대 10%도 채 못본 것 같다.




초상화를 특이하게 전시해뒀다. 우리 초상화 개많지? 이렇게 자랑하는 것 같기도 했고.

특이했던건, 내가 알고 있던 저 시대의 경직된 전신 초상화와는 달리 굉장히 자유로운 포즈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뮤지엄이 복잡하다고 한 이유. 오래된 건물이라 구조가 너무 얄궂다.

나는 아마 절반정도는 아예 가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이런건 어떻게 보게 된건지. 술자리 게임이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라는데에서 괜한 안도감을 느낀다.




멀리 보이는 저 대접을 보니 사발식을 했던게 기억난다. 무려 14년전이네-




나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러 왔는데, 렘브란트 그림을 보기가 너무 어렵다.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빡쳤을 때 고개를 들어서 봤더니 예뻤다. 그래, 뭐 이거면 됐지-




포기하면 항상 앞에 선물처럼 나타난다. 라익스 뮤지엄은 이 그림을 걸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거면 좀 찾기 쉽게 놔두지 이렇게까지 꽁꽁 숨겨둘 필요 없잖아요....




유명한 그림들은 이렇게 설명판이 친절하게 다 있다.

실제 그림과 설명판을 같이 두고 좀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그림이 살벌하게 커서 각도가 안나온다. 제대로 못찍었다.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 왔다고 하니, 미술 전공자인 지인이 "거길 왜 갔어?" 라고 질문했다. 교오오오양 쌓으러 왔습니다만...

"누나는 렘브란트보다 Vermeer를 더 좋아할걸?" 이라고 말하길래, 아닌데? 더 유명한 렘브란트를 더 좋아할껀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 설명판을 보자마자 빵터졌다. 그리고 이 시대에도 이런 표정의 그림이 있다는게 재밌었다. 하지만 내가 렘브란트보다 Vermeer를 더 좋아할거라고 예측한 니가 맞았어!! 라고 대답해주진 않았다. 동조해주고 싶지 않아... 




재밌는건 크게도 봐야한다.

이게 과연 Anxious?일까? 나는 저걸 나타내는 한 단어를 알고 있다, "헐"







그렇게 바쁘게 라익스 뮤지엄을 둘러보고, 뮤지엄에서 통장 털리는 곳. 뮤지엄샵에 갔다. 너무 비싸서 통장을 털릴 수도 없던 곳..

다만 이것들은 좀 사고 싶었다. 곧 이사할거라 짐이 될테니 다음에 네덜란드 오면 이거 사가야지!!




유명한 그림들이 라익스뮤지엄과의 협업으로 플레이모빌로 만들어져서 판매되고 있었다.





너무 웃겨서 찍지 않을 수 없던 사진. 암스테르담은 유명한 관광지니까, 각국 언어의 이런 도감을 판매한다.

독일 사람들은 구두쇠로 굉장히 유명해서 관광지에 가서도 중국인;처럼 돈을 펑펑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불어버전은 정가인데 독어버전은 초특급 할인딱지가 붙어있다.


다음엔 이 책도 사가야지! 저렇게나 두꺼운 도감이 2만원이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하나 더 재밌었던건, 불어 렘브란트 도감은 젊은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사용했고, 독일은 늙은... 독어버전도 젊은 초상화로 내주세요.





라익스 뮤지엄을 떠나면서, 뮤지엄 로비에서 위를 쳐다보니 이렇게 예쁜 모습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균일하게 챡챡챡 되있는거 환장하게 좋아한다. 안정감있고 너무 좋다.




오늘 나와 함께 다녀준, 섬에 사는 네덜란드 로컬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7시에 헤어졌다.

이렇게 해가 짱짱한데 이미 일곱시가 넘은 시간. 혼자 괜히 걷고 걸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려했지만, 이런 자연 앞에서 내 미래같은건 먼지보다 못했다. 당장 하루하루를 열심히 지내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뭐 안되도 어쩔 수 없다. 이 시간을 잘 기억하고 싶다. 독일에서의 하루하루도 알차고 즐겁게 행복하게.




구름이 참 예쁜데, 해도 짱짱해서 사진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아래의 두 사진을 합쳐서 생각해야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해진다. 건물을 초점으로 찍으면 구름이 전부 다 날라가고, 구름을 초점으로 찍으면 건물이 침침하게 찍힌다. 두 사진에서 건물과 구름을 각각 떼서 합쳐서 봐주시면 그게 제가 직접 본 광경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왔어야하는데... 카메라까지 갖고 오기엔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었다.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부터 이미.





운하를 걷다가, 내가 여기 왔었다는 사진을 남기고 싶어졌다.

암스테르담 레터 뒤에서 찍은 사진과 라익스 뮤지엄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지만, 그 사진들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내가 주인공인 사진을 뙇! 셀카도 안찍어버릇하니까 영 안찍힌다. 열장 넘게 찍어서 겨우 건졌다. 왜이래, 이러지 않았잖아... 셀기꾼이었는데!


(셀카는 부끄러우니까 작게, 클릭해도 큰 사진 안뜨게 따로 설정했다. 다른 모든 사진들은 클릭하면 원본이 다 뜬다)



아이폰이 오늘 3만보를 걸었다고 알려줬다. 발바닥이 상당히 괴로워한다. 이제 한 군데만 더 가면 암스테르담 일정은 끝이다. 렘브란트 광장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일반 스타벅스가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한다. 당연히 가줘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또 만나게 된 렘브란트. 아까 라익스 뮤지엄에서 그림 잘 봤습니다. 그림 좀 그립디다?




스타벅스 사진은 따로 게시물로 올릴 예정. 이미 이 글에서 사진이 너무 많다. 줄이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정도 앉아 쉬면서 무료 와이파이로 씬나게 인스타를 했다. 이제 6개월차인데, 거의 중독치료를 받아야할 수준이다.

독일로 돌아갈 버스를 타러 가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냥 맘 편하게 먹고 월요일 수업을 쨀까? 하는 고민을 내내 했다.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비싼 돈내고 독일어 배우려고 독일에 왔는데, 주객전도가 되면 안되지. 돈지랄을 할 수는 없다. 헬스장에 그간 바친 돈지랄을 생각해본다. 족히 독일에서 3년은 놀고먹을 수 있는 돈 쯤은 되는 것 같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에 가야하는데, 렘브란트 광장에서 바로 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중앙역으로 다시 가서 거기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정신없이 다니느라 중앙역 사진을 하나도 못찍은 것도 생각났고.


중앙역으로 가는 트램을 탔는데, 아저씨들이 다 이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뭐지.. 해병대 전우회 같은건가? 좀 귀여웠다.




그리고 중앙역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 타러 가야해서 바로 확인안했는데 이런 처참한 사진일 줄이야...

수전증이 있는게 확실하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당연히 굉장히 커서, 트램이 내리는 곳도 다양하고 버스를 타는 곳도 다양하다.

혹시 다음에 누군가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사람이 내 블로그를 검색해서 올지도 모르니까 이런 것도 찍어봤다.

사실 남을 위해서 찍었다기보다 내가 4번 트램에서 내렸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다가 까먹을 것 같아서 이걸 찍고 보면서 움직였다.




내가 가야할 F구역에 잘 도착했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은 중앙역에서 22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201673일, 22번 버스 시간표.

(블로그 방문자수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 쏠쏠해서 이것저것 찍고 올리게 된다)




22:20에 22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는 이렇게 안내화면이 상세하게 나와서 네덜란드어를 몰라도 아무 문제 없었다.




암스테르담 슬로터다이크역 도착! 버스 탑승 후 25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중앙역에서 봤던 우체통은 뭐가 많이 붙어있었고, 여긴 중앙역보다는 깨끗하다.




심야버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인지, 내가 타야할 버스는 아직 안온 상태. 저 버스들 대부분이 파리행이었다.




만하임에서 프랑크푸르트가는 플릭스버스는 연착되는게 너무 당연해서 이 버스는 대체 얼마나 늦을지 궁금했다. 제발 많이 늦지는 않길 바랬다. 다리가 아파서 너무 앉고 싶었으니까. 너무 감사하게도, 정시보다 일찍 도착했다. 출발지가 암스테르담이라 그런가보다. 출발은 항상 정시에 하는거였구나...? 23:30에 출발하는 버스는 2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에 도착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캐리어가 없으니까!!!


자리에 앉고, 바나나 하나 까먹고 나니 23:23라서 뭔가 기분 좋아서 찍어봤다.



버스는 문제없이 아주 잘 달려주었고, 일찍 버스를 탄 나는 운좋게 혼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인기노선이라 90% 이상 자리가 꽉 찼는데도, 옆자리를 빈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랜시간 고속버스를 타며 싸돌아다닌 나름의 노하우가 여기서도 통한다니, 너무 좋았다.


그렇게 버스를 탄지 10분이 채 안되서, 나는 깊은 숙면에 빠지게 됐다. 이런 무디고 여행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다니 나는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출발한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버스가 정차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깼다. 무디지만 이정도의 변화는 느낄 수 있다. 딱히 사고가 나서 차가 밀리는 느낌은 아닌데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경찰이 서 있었다. 뭔가 이 차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특별히 소란스럽지는 않길래 뭐하는지 쳐다보니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었다. 독일 국경에 도착했구나!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갈 때 여권 확인이 없길래, 분실되면 곤란하고 소지하기 신경쓰이는 여권을 괜히 오바하며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다. 당연히 들고와야하는건데. 뒷자리에서부터 꼼꼼히 신분확인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에게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캐묻기도 했다. 내 바로 뒤의 남자는 가방검사도 당했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독일 입국 도장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여권을 돌려줬다. 문제는, 내 앞에 앉아있던 남자 둘이 어느새인가 자리에서 사라진거다. ?????????????????? 이게 뭐지 이게 밀입국인가? 경찰이 무전을 쳤고, 다른 한 명이 더 버스의 2층으로 올라왔다. 사라진 두 명의 자리에 있던 소지품을 꺼내서 이것저것 찾고 있었다. 그리고는 독일어로 이 사람들 아는 사람 있는지, 얼굴 기억나는 사람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나는 바로 앞이라 얼굴도 성별도 대충의 국적도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후 만하임으로 바로 가야하니까, 학원가야하니까, 증인이 되어줄 순 없었다. 우선 내 독일어 실력으로 저들을 돕겠다고 하는 것도 저들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악질 범죄자는 아니겠지..


그렇게,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약 8시간의 버스 이동시간 중 6시간 이상을 쿨쿨자며 독일로 잘 돌아올 수 있었다.



중고 판매점이.



네덜란드까지 가서, 독일에서도 가지 않은 중고판매점을 찾아야한 이유는... 너무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독일은 날씨가 오락가락할 뿐이지, 이런 매서운 바닷바람은 불지 않았다. 내가 지내는 곳이 남부독일이기도 하고. 춥지 않고 변덕스러운 날씨 중에서도 그나마 덜 변덕스러운 지역을 찾은 곳이 만하임이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덥지 않고 시원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춥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추웠다. 덴하그는 걸어서도 바다를 갈 수 있는 도시이기에, 바닷바람으로 추운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무계획 여행자. 독일에서 입던 옷 고대로 입고 왔다. 덴하그에 도착해서, 바쁘게 기념관 갈 때까지만 해도 추운줄 몰랐다. 그런데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나니... 갑자기 춥다. 배는 뜨뜻한데 왜 추운거지... 저녁을 천천히 푸짐하게 먹은 덕분에, 상점들이 문을 닫는 7시가 이미 지났다. 나는 이렇게 추위에 떨다 독일에 가야하는걸까... 중고 판매점 같은게 눈앞에 딱 나타나면 좋겠다...!! 라는 아무생각대잔치를 하면서 그냥 작은 길을 걷다가, 어...? 하는 간판이 보여서 놀래서 찍었다. 세상에... 중고 판매점이 눈 앞에 나타났어...!!!


기쁘기도 하고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갔더니, 놀랍게도!!! 입을 수 있는 외투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네덜란드나 독일에서만 입을 수 있는 옷. 한국에서 이 옷을 입었다가는 노숙자 보호소로 인계될 수도 있다... 푸른빛의 깔깔이라고만 말해줄 수 있다. 그 녹색 깔깔이 말고 푸른... 심지어 내 품에 딱 맞아서, 괜히 신났다. 그리고 이 외투는 한 시간의 따스함을 내게 선물해주고, 다음날 하루 내내 나의 살벌한 짐이 되어줬다.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부터 시작. 내가 타는 버스의 노선은 이정도로 살벌하다 4개국을 지나는 버스. 모든 루트가 다 초인기 코스다. 이런 버스를 예매도 안하고 기다리다니... 내가 잘못했지. 그래서 환승하면서 법석을 하잖아요....? 큽.




덴하그 중앙역. 네덜란드어는 장음을 aa 이렇게 표기한다고 한다.

그니까, 센트라알 정도? ㅋㅋㅋ


프랑크푸르트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4시가 되어서 네덜란드 덴하그에 도착했다.

내 튼튼한 몸뚱이!!! 장하다!!!!




다리를 장시간 안썼더니 다리를 쓰는 방법을 까먹은 듯 해서 조금 걸었다. 어차피 숙소도 찾아가야하니까.

숙소 찾아가는 길에, 구름이 예뻐서 찍었다.




숙소 가는 길. 주택들 구경하는 것도 유럽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그냥 정처없이 걸었다고 하는게 더 맞을듯. 네덜란드니까, 이 곳에도 작은 운하가 있다

운하라기엔 너무 작고... 그냥 개울?




낮은 건물들 너무 좋다. 고층건물 질렸다.




횡단보도 기다리면서. 뭔가 횡단보도와 전봇대의 무늬가 재밌어서 찍었다.




길치여도 많이 헤메지 않고 찾았다! 오늘의 숙소. 덴하그 스타요카이.

스타요카이라고 해서 네덜란드어로 뭔가 특별한 뜻이 있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그런거 없다

그냥 Stay Okay

깃발을 저렇게 걸어두면... 읽을 수가 없잖아요.......




오늘 나의 침대. 휴- 두달만에 또 이불보 씌우는 귀찮은 짓을 해야하는구만...

아참, 네덜란드의 모든 숙박업소는 관광세?를 내야한다. 숙박비의 1~2%

이미 숙박비에 포함된 줄 알았던 나는 체크인과 동시에 삥뜯긴 기분..




공용 화장실에 들어갔더니, 어...? 여보세요? 왜 여기 계세요??

네덜란드어는 모르지만 대충 다 떼고 보면, 독재자의 밤? 네?? 네덜란드 분들.. 안녕하신거죠??



아래의 사이트를 찾아가보니 흥미로워서 같이 적어둔다.

"독재자의 밤"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는 전혀 추측할 수 없긴 한데, 문화행사의 하나인듯.

그리고 그 페이지에는 이 제목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되어있었다.


독재자와 예술은 자주 함께 하지는 않는 두 단어입니다. 그러나 예술은 독재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부 독재자가 특정 예술을 좋아했고, 또다른 특정 예술은 독재자에 의해서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은 독재를 선전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또한 저항정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뭔데 멋있냐...




이준열사기념관은 입장하지 못했지만, 겉에서라도 보고 그 근처인 차이나타운으로 걸었다.

전 세계 어딜가든 차이나타운은 항상 굉장히 좋은 위치에 있다. 시드니도 그랬고, 덴하그도 그렇다.

그러고보니 프랑크푸르트는 차이나타운이 어디있었지...?




구름이 예쁘다는 말을 하기도 지친다.




건물의 창문과 문같은 부분이 모두 예쁜 파란색으로 칠해져있던 예쁜 건물이었는데, 사진이 왜 이모양이지...




차이나타운 끝.




외국여행을 가면 마트에 반드시 들려야한다. 그냥, 즐거우니까.

독일과 디스플레이 자체가 다르다. 독일 마트는... 박스떼기로 넣어둔다. 당연히, 냉장고 안에도 박스통째로 들어가있다.




7시에 갔는데 벌써 할인스티커가 붙어있다. 신나서 몇 개 샀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것을 알게 됐다.

유로화를 사용은 하는데, 1,2센트짜리는 이제 네덜란드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5,43유로만큼을 구매하면 나는 5,45유로를 내야한다.

신용카드는? 5,43유로로 계산된다. 아이고 억울해라... 내 2센트 돌려내라...




독일 마트에서 Holland Gouda 치즈를 구입해서 먹고 있는데, 저 홀란드가 네덜란드인줄은 몰랐다. 당연히 폴란드인줄...




바람이 겁나 찼는데도, 다들 저렇게 밖에서 먹는다. 다들 안추운지 궁금...




그리고 이건 덴하그 시티에 있던 조형물. 옆에 똥도 있고 이게 뭐야 대체... 싶었는데, 다들 사진 찍길래 나도 한 장 찍어봤다.




그리고 앞만 본 사람들은 못보고 지나갔을 뒷모습.

참나... 네덜란드분들 이런 식으로 공공예술해도 되냐구요...




다음 글은 암스테르담! 사실 할 말도 쓸 말도 많지만, 또 티스토리가 밀렸다.

매일 꼬박꼬박 쓰고 싶었는데...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인가보다

(글 쓰는 현재, 독일시간 2016.07.07 5:30pm)



네덜란드에 온 두 번째 이유이자, 암스테르담이 아닌 덴하그에 먼저 온 이유. 바로 이 이준열사기념관에 가기 위해서다. 차이나타운 바로 근처라서 굉장히 찾기 쉬웠다. 하지만, 제대로 안알아보고 다닌 나는 또 큰 실수를 했다. 덴하그에 먼저 온 이유는 일요일에 이 기념관이 문을 닫기 때문인데, 토요일은 여는구나! 까지만 확인하고 너무 당연히 6시까지 열려있는 줄 알았다. 덴하그에 네 시에 도착한 나는 굉장히 바쁘게 기념관에 갔는데... 음? 문이 닫혀있네? 여보세요??? 안계세요???? 설마 문닫은건가...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아니길 바랬지만 아닌게 아니었다. 토요일은 오후 네 시까지 연다. 일요일 휴관.




들어가고 싶다... 쿰척대고 싶다... 하지만 나는 들어갈 수 없었다.

명패는 좋았는데, 문에 붙어있는 안내문이 조금 낡아서 괜히 신경쓰였다.

내가 센스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면, 대신 디자인 쨘! 해서 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할텐데

내가 해서 드려봤자, 뭐야 얘는... 이라고 생각하실테니까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정말 바꿔드리고 싶었다.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저는 어차피 흥청망청 잘 못써요... 이런 곳에 돈 드리고 싶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또 돈이 생기면 누구보다 흥청망청 잘 쓸 수도 있을 것 같고? 음= _=



무튼 그렇게, 네덜란드 헤이그에 나를 오게 만든, 이 기념관을 못가게 됐다. 사실 이 기념관을 굳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100년전에 한국에서 이 네덜란드까지 대체 어떻게 왔을까 생각하니 그냥 마음이 뻐렁쳤다. 일본 개객기들의 만행을 알리려고 이 멀고 먼 곳까지 왔는데, 회의장에는 입장도 못하고 그렇게 돌아가야했던 백여년전의 특사들을 괜히 생각해본다. 


나는 모던뽀이-의 그 시기에 막연한 환상이 있다. 쏘-오련으로 자유를 찾아떠난 북한 지식인들과 고종때의 헤이그 특사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시기들과 인물들이다. 언젠가 그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잘 알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세상에 궁금한 것은 왜 이렇게나 많고, 공부할 것은 왜 이렇게 많은지. 즐겁고 행복하다가도 또 그 엄청난 것들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이준열사 기념관 공식홈페이지

Wagenstraat 124A, 2512 BA, Den Haag (The Hague), The Netherlands



7/02~7/03, 12일의 말도 안되는 일정으로 네덜란드 여행을 계획한게 한 달 반 전이다. 그런데 왜 미리 티켓을 사지 않았죠? 동북아에서 땡처리 여행의 재미를 즐기며 살던 내가 생각하기에는, 티켓을 더 싸게 살 수 있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미리 구입하면 싸게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여기에는 땡처리 같은건 없다.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타는 구간은 인기가 많은 구간이라 그럴 일이 없다. 내가 타는 루트는 헝가리 - 오스트리아 - 독일 - 네덜란드를 가는 루트.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타는 구간이다. 


티켓이 없으니 다음으로 미뤄야하는건가... 다음으로 미루자니, 3주 후에 뮌헨 맥주순수령 500주년 기념 축제와 너무 가까워진다. 그렇게 가깝게 가면 바쁘단 말이지. 이 때가 아니면 네덜란드 여행을 8월로 미뤄야한다. 그럴 순 없다. 나는 매 달 한번씩 여행을 가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면서 한달 한달 열심히 잘 지낼 것이다. 이번 여행이 틀어지면 나는 기분이 언짢아질거고, 무리해서라도 가는 방법을 찾았다. 루트가 기니까, 반대로 생각하면, 중간에서 짤라서 가면 되잖아? 아주 가끔 머리를 쓰면서도 산다. 


중간까지 자를 것도 없이 프랑크푸르트로 굉장히 많은 버스들이 지나가기에 프랑크푸르트 환승을 찾아봤다. 오- 있다. 하지만 새벽에 다섯시간 시간이 공중에 뜬다. 휴.. 어쩔 수 없다. 게으른 내 탓이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24시간 맥도날드에서 와이파이로 쿠키런을 해야겠다. (슬프게도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맥도날드는 24시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해진 나의 살벌한 일정


7/2 새벽 1시 만하임 출발 - 새벽 3시 프랑크푸르트 하차

(24시간 맥도날드에 있으려했지만, 문닫힌 맥도날드를 보고 충격과 공포. 노숙자들과 몇몇 여행자들과 함께 졸지에 짧은 노숙)

7/2 아침 8시 프랑크푸르트 출발 - 오후 4시 네덜란드 덴하그(헤이그) 도착

7/3 오전 10시 덴하그 출발 - 오전 11시 암스테르담 도착

7/3 밤 1130분 암스테르담 출발

7/4 아침 6시 프랑크푸르트 도착

7/4 아침 7시 프랑크푸르트 출발 - 아침 8시 만하임 도착

7/4 아침 9시 학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따가 욕할 거 없다. 나는 나에게만 욕할 수 있다... 마나포션이나 힐링포션을 비싼 값으로라도 지불하고 싶다. 음, 아니다. 마나포션 살 돈이면 그냥 돈 더 주고 비행기타면 되잖아... 돈아끼려고 저 법석을 하면서 버스여행을 하는건데 마나포션이라니. 내가 잘못했네. 어차피 구입할 수 없는거니까 그냥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달까-


게으르면 여행을 좋아하지 말던가, 여행을 좋아하면 부지런하던가, 게으른데 왜 여행은 좋아하는건지... 하나만 좀 하시라구요.



그렇게, 시작부터 체력을 아작내기로 작정한 나의 첫 네덜란드 여행!



글쓰는 지금은 네덜란드 다녀온 지 이틀 후인 2016/07/05 10:22pm, 네덜란드에 얼마나 빠졌냐면 네덜란드어를 막 배우고 싶어질 지경.

독일어 하나라도 좀 제대로 하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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