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과 특별히 다르지 않게 살고 있는 그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국처럼 공부에 치여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단 한번도 떠나지 못한 채 몇 해를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의아했다. 왜 즐기지 못하고 저렇게 살아야할까, 저런 삶이 싫어서 한국을 떠났을 텐데 왜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교만했다. 내가 겪지 않은 것을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다. 유학생들은 현지 월급에 맞춰진 그 물가에 맞춰서 살기에는 가난했다. 어디든 가려면 돈이었고, 숙박비는 한국보다 최소 두 배는 비싸다. 숙소의 상태는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한다고 하는데, 당일치기는 온전한 여행이라고 말하기에 힘든 점들이 많다. 


심지어 나는 짧지만 1년의 교환학생 경험이 있음에도 이 정도로 오해를 했는데, 아예 여권도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얼마나 부럽기만 한 눈으로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어학원을 다니는 나도 부럽다는 얘기를 듣는데, 무엇이 사람을 부럽게 만드는가. 나의 인터넷에 기록된 삶은 내 삶 중에 가장 좋은 삶일뿐이다. 나는 인종차별도 이 한 달 간 여러차례 겪었고, 마트에서는 잔돈을 집착적으로 확인해야한다. 독일어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잔돈을 덜 주는건 어느정도의 일상이다. 그런 것을 굳이 장황하게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뭐 언젠가 한번 올려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직은 행복하고 좋은 얘기만 쓸 것도 차고 넘치기에 그런 것들을 남기고 싶지는 않않다.




어학원에서 배우는 것들은 매일매일 예습복습하니, 주말에는 항상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매주 주말마다 어디라도 나가는 삶을 살아보려했다. 여행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경비 계산을 해보고는, 살인적인 물가에 그냥 포기하고 만다. 집에서 세 끼를 다 해먹을 때는 식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데, 12일이라도 가게 되면 식비가 가장 부담스럽다. 어떤 것이든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은 다 비싸지는 나라, 인건비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다. 그래서 이번 주말도 그저 집에만 있을 예정이다.


사실 집 안에서도 혼자 할 것은 많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을뿐이다. 나의 교만함을 또 다시 반성한다. 이번 주말은 대청소를 해야겠다.



주말에 어디라도 가보려다가 대충 경비 계산하고 혼자 울적해져서 쓰는 글

그리고는 주말 내내 독일 전역에 폭풍우를 동반한 천둥번개가 몰아쳐서 어디 안가길 잘했다고 또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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