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로 피아노는 피아노가 아니다. 원래 피아노라는 악기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 이걸 뒤의 포르테를 날리고 피아노만 쓰던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된거라고 언젠가의 상식책에서 본 것 같다. 독일에서는 피아노를 클라비에(Klavier)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피아노와 clavier라는 단어가 같이 쓰인다. c와 k, 딱 하나만 다르지만 발음이 완. 전. 다르다. 불어는 도저히 발음의 벽을 넘지 못했었는데, 독어는 현지라서 좀 가능할 수도 있을까? 


이런 단어들이 꽤 많다. 안경, glasses. 누가봐도 영어에서 아주 조금의 변형만 있는 형태면 수긍할 수 있지만, 아예 상태가 다르다. Brille, 그리고 안경은 여자다. 남성 명사와 여성 명사를 구분할 수 있는 100%의 방법은 없기 때문에, 나는 이걸 사람을 붙여서 생각하고 있다. 안경쓴 여자, 피아노 치는 남녀, 볼펜으로 뭔가를 쓰는 남자, 프린터기를 고치는 남자, 이런 식으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이걸 외울 수가 없다.


독일 펜팔 친구들에게 어쩌다보니 독일에 1년간 가게 됐다고, 독어를 공부해야한다고 했더니, 다들 엄청 걱정해줬었다. 그러면서 내가 모두에게 다 물었었다. 어째서 사물에 성별이 있는거야? 볼펜이 왜 남자야? 잉크는 왜 여자야? 이걸 어떻게 구분해? 라고 했더니, 독일인은 외우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모국어잖아. 하... 그보다 더 정확한 답이 없겠지. 모국어 사용자에게 외국어로서의 그 언어를 묻는다는건 정말 멍청한 짓이다.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친한 독일인은 농담삼아 내게 Poor you! 라고 했다. 나도 대답해줌, Yes, please poor me



그게 세 달 전의 일, 종종 독일어로 내게 대화를 걸고, 나는 영어로 답을 한다.

더 이상 나를 불쌍히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나는 생각보다 더, 잘,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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