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우체국을 가고 있다. 한국에 우편을 보낼 때면, 여전히 한국과 닿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고, 또 내게 올 답장이 기다려져서 좋기도 하다. 답장을 약속받은 우편물이 아닐 경우에는 나 혼자만의 일방통행일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기에. 내가 보낸 것과 거의 동일하게 받고 있다. 독일은 우편요금이 한국의 약 세 배 정도이기때문에, 항상 한국에서 뭔가를 많이 보내줘서 내가 조금 미안하지만, 나 역시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공짜인 에어메일 스티커 열장씩 보내주기 같은? ㅎㅎ)


  보통은 숫자, 월, 요일 같은건 다 달달 외워서 외국에 가던데, 나는 무슨 생각으로 단 하나도 외우지 않은 채로 독일에 왔을까. 그래서 여전히 숫자가 너무 어렵다. 오늘은 서수(1st, 2nd, ~)를 배웠고 날짜 표현을 배웠는데, 나 혼자 자꾸 3016년을 말해서 곤란했다. 처음에 입력될 때 2와 3이 잘못 입력되어 계속 고생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그 숫자를 뜻밖의 장소인 우체국에서 교정받고 있다. 내가 가진 우표들 중에 예쁜 것들이 대부분 62센트인데, 이건 우편요금이 오르기 전, 독일 내의 우편요금이다. 그리고 외국으로 보내는 우편요금은 90센트이다. 나는 62센트짜리 우표를 붙이고, 28센트짜리 우표를 추가로 구입해야한다. 특별우표들은 제일 저렴한 것이 엽서 발송 금액인 45센트이기때문에, 28센트짜리 우표를 살 때엔 특별우표를 살 때처럼 사진을 찍어서 이거 주세요! 를 할 수 없다. 나는 내가 직접 말을 해서 기본우표인 28센트짜리 우표를 사야한다. 물론 영어로 twenty-eight cents, please.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숫자 2가 아직 입력이 제대로 안된 상태라 일부러 여러장을 사두지 않고 갈 때마다 저 우표 하나씩 달라는 말을 연습하고 있다. 그리고 우표의 가격은 다양해서 다양한 숫자를 연습하는데 참 좋다. 


  내가 처음 작문하고 외운 문장이 바로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 I want to buy stamps) 이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저 말을 하면 대부분 How many?라고 직원이 되물었지만, 이제는 Wie viele?라고 묻는다. 발음이 조금 나아졌나봐... 히힣... 저 문장 하나만큼은 이제 완벽하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저 문장을 작문하기 위해서 혼자 많은 문법 공부를 했어야 했다. 어째서 구매하다라는 동사인 kaufen이 가장 뒤에 오는지, 조동사로서의 möchte의 용법같은 것들. 독일 우체국에 가기 전에 이미 이 한 문장을 작문하려고 다 찾아봤었다. 그리고 이제 학원에서 이 정도의 문법은 전부 다 배웠다. 내가 저 한 문장을 작문하기 위해, 세세하게 찾아봤던 문법들을 다 정리하면서 배우게 되니 이런게 배우는 즐거움이구나 하고 더 뿌듯하고 기뻤다. 이제는 분명히 그 때보다 조금 더 독일어를 알게 됐다. 오늘이 학원 수업들은지 딱 4주째 되는 날이니. 조금 더 빨리 배우고 싶지만, 나는 이제 독일어 배운지 딱 한 달째라는걸 잊지 말고 기초를 탄탄히 다져서 좋은 건물을 쌓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독일어를 공부하지 않고 온건 잘한 일 같다. 다른건 몰라도 발음 만큼은 깔끔하게 하고 싶었으니까. 영어를 쓰면서 항상 이 죽일 놈의 발음이 신경쓰였다. 누구도 내 발음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나 혼자 신경쓰이는건 신경쓰이는거니까. 아무리 영어로 긴 말을 해도 내 영어는 잘하는 영어로 들리지 않았다. 발음탓을 해본다. 부디 독일어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