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봤으니, 포스터도 독일어버전으로 찾아봤다.



  2016년 5월 20일, 한국보다 엑스맨이 더 일찍 개봉했다는 소식을 그제야 들었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개봉을 했던 영화들이 많아서, 엑스맨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23일 이후의 언젠가 독일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는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엑스맨! 상영중! 이라는 간판을 보고는 뭐????? 뭔데?????? 하면서 급하게 검색을 했었다. 세상에.. 이미 상영중이었어... 그리고는 독일의 영화상영에 대해서 찾아봤다. 


  독일은 대부분의 외화를 더빙한다. 자막 그런거 없ㅋ엉ㅋ. 그리고 조금 큰 도시의 경우 OV(original voice)라는 특별상영이 있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의 몇몇 영화관이 이걸 제공한다고 하길래 나는 영화 한 번 보기 디게 어렵구나..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야하다니..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주아주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내가 사는 곳의 영화관을 검색했는데, 늦은 시간에 하루 한 번이지만 상영한다!!!! 와!!!!!! 이렇게 영화보러 가게 되었다.



  나는 돈 냄새가 팡팡 터지는 영화들을 엄청 좋아한다. 물론 가난한 냄새가 나는 그런 영화들도 좋아하고. 그냥 영화라면 뭐든 다 너무 좋다. 스크린 속의 그들의 삶을 두세시간 대리경험하는건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엑스맨 시리즈 전부를 봤고, 이번 엑스맨도 기대가 컸다. 영어로 봐야한다는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시빌워가 아닌 엑스맨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수다스러운 토니의 시빌워를 영어로 봤다면 나는 아마 30%도 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프닝은 이집트. 이집트에 대해 만들어진 영화들은 높은 확률로 망;했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엑스맨 평을 하면서 얘기하면서 "갓 오브 이집트"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갓오브이집트류의 그런, 감독은 진지한데 나는 너무 웃겨죽을 것 같은 영화도 정말 좋아한다. 하나 더 떠오르는 같은 부류의 영화로는 "쥬피터 어센딩". 이거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그 큰 아이맥스를 통째로 대여해서 세네명이서 봤었다. 다들 씬나게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워쇼스키 감독님들은 진지한거 맞죠? 아 너무 즐거우신 분들이야... 무튼 다시 이집트 오프닝씬을 얘기하면, 이렇게까지 고증을 잘 한 이집트 관련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고증들이었다. 역사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뭔가 짱짱하게 준비한 느낌. 영화보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다들 이집트 시퀀스의 고증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이집트 = 번쩍번쩍의 느낌이 있나보다. 그 황금이 부어지는 이미지들과 벽돌로 그 transfer를 막는 이미지들이 굉장히 속도감 있고 좋았다. 영어로 대화하지 않으니 영어자막이 깔려서 내게는 더 좋기도 했다.


  이집트 시퀀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소가 바뀌는데, 마침 그 장소가 동베를린이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국가가 독일이다보니, 다른 국가의 상영관에서는 그냥 넘어갔을텐데, East Berlin이라는 자막이 뜨자 다들 폭소했다. 나도 같이 웃긴 했는데... 독어로 말하겠지? 자막은 영어로 뜨겠지만? 이 상영관의 대부분은 저 정도의 독어는 알아듣겠지? 나만 못알아듣는거겠지? 흐엉.. 싶었다. 하지만 영어자막이 떠서 너무 감사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게 정말 좋은 일이야...ㅋㅋ;; 동베를린의 음산한 배경과 나이트크롤러의 악마꼬리가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악마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심성은 너무 착한 나이트 크롤러. 이런걸 원한걸까. 


  그리고 영화는 내내 언어와 상관없었다. 물론 한 세 번 정도 다들 빵터지며 웃는데 나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긴 했지만, 영화의 70%이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또 모르지, 한국어 자막을 구해서 언젠가 보게된다면 나는 완전 다른 영화를 본거구나?? 하게 될 수도 있지만ㅠ 많은 장면들에서 영어자막이 깔렸고, 영어 대사는 생각보다 잘 들렸다. 특히 마이클 파스벤더의 영어는 너무 정확해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독일어를 꽤 하는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독일 혼혈(독일인 아버지, 아일랜드인 어머니)이다. 심지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태어났다고!!! 나 하이델베르크 가봤는데!!! (뜬금없음..) 하지만 독일에 저런 남자는 없죠... 독일어가 살짝 섞인 영어라 더 명확하게 들렸던 것 같다. 패스벤더에 대해서는 몇 해 전 출발 비디오 여행의 본격 작가 사심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독일계 영국배우, 유럽연합의 아름다움이 믹스매치된 남자" 완벽해... 생각난 김에 이 클립도 오랜만에 봐야지. 그 클립들 정말 좋아한다.


  그에 비해 제니퍼 로렌스의 영어발음은 다 뭉개지고 흘려서 말하고 와 뭐라고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ㅠㅠㅠㅠ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국 영어도 질리도록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글 자막 빼버리니 못알아듣는건 마찬가지... 영국 영어를 하는 많은 배우들 중에서도 맥어보이는 유난히 특이한 억양이 있어서 그가 영어하는게 그저 좋았는데, 자막 없으니 하나도 못알아들어서 내 영어실력이 빻았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영원히 패스밴더만 안고 가겠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뭔가 쓰려고 하면, 모든 장면에 고증이 꽤 대단했고, 돈 냄새가 철철 흘렀으며, 퀵 실버는 이번 영화에서도 출연하는 모든 시퀀스가 다 대박이구나 싶었다는 것 정도로 줄여질 것 같다. 영어에 대한건 한국에서 자막으로 보면 크게 와닿지는 않을테니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새 영화를 만날 때마다, 그의 재능이 부러우면서도 신은 왜 이렇게 몰빵을 좋아하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65년생, 50대 초반 감독의 거의 모든 필모가 완벽하다. 앞으로 쌓아나갈 필모도 완벽하겠지. 헛된 부러움은 접고, 동시대에 살아서 그의 영화를 모두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스포가 있는 듯 없는 듯한 나의 영화후기, 끝. 만약 이 글에 스포가 전혀 없었다면, 그건 내가 그 세세한 부분들을 열흘 사이에 잊어서 그런 듯. 앞으로는 보고나서 바로 써야겠다... 비공개로 해두고 일주일 후에 공개하면 되는거니까!



패스벤더 독일어 하는 영상을 찾았더니,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클립이 떴다.

유투브 링크 아래의 리플을 보면, 독일인이 보기에는 저 독어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나본데 내 귀에는 그저 좋다...

나도 독일어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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