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twoch 수요일


어떤 외국어를 습득하든 가장 먼저 배우는 것들은 알파벳 읽는 방법, 숫자, 그리고 아마 요일을 나타내는 표현들일 것이다. 그래서 독일어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요일 표현은 다 알 것이다. 영어처럼, 한국어처럼 독일어도 모든 요일에 -tag (=day)이 들어간다. 하지만 수요일은 제외다. 요일 표현을 배우고 나서 다른 요일들은 다 외우고 발음도 할 수 있는데, 수요일만 어려웠다. 헤메는 내게 선생님이 middle of the week라서 Mittwoch라고 말해주신 이후로는 잊을 수가 없다. Mitt(e) + woch 중간 + 주. 한국은 토요일도 일하던 나라니까, 일주일의 중간이 수요일과 목요일이어야 했을텐데, 이 나라는 애초에 아예 토/일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당당하게 일주일의 중간! 수요일! 한국에서 아직도 주 6일을 근무해야하는 특정직업 종사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응원을 보낸다. 


학원에 다닌 3주 동안 정확히 두 번의 휴일이 있었던 걸로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4일만 수업(근무)하니까 능률이 훨씬 더 오르는 것 같았다. 물론 정확히 수요일에 딱 쉰 적은 없지만, 목요일에 쉬니까 금요일의 하루가 선물 같았고, 그 주 주말은 더없이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음, 이건 내가 공휴일인지 모른 상태로 쉬게 되서 그럴 수도 있다...



독일에서 열흘간, 두 도시에서 총 세 군데의 게스트하우스에 있었다. 그들이 어던 비자로 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일을 쪼개서 하는걸 새삼 느꼈다. 총 6박 7일을 있었던 Five Elements Hostel에서는 그 기간동안 열명이 넘는 스탭을 본 것 같다. 숙소 규모가 워낙 크기도 했고. 네이버에서 저 호스텔 이름 검색하면 내 글만 다섯갠가 뜬다 ㅋㅋㅋ 이 글도 또 검색에 걸리겠지, 티스토리 검색기능 좀 문제있는거 같긴 하다... 유입 키워드 보면 황당한 것 많다. 나/체가 꽤 긴 기간동안 키워드 1위였다. 굴욕... 지금은 독일치약이 키워드 1위다. 이 키워드도 언젠가 써볼 일이 있으면 좋겠다. 키워드 구경하는거 꿀잼. 하이델베르크의 숙소에서는 사흘 지내는 동안 사흘간 하우스키핑하는 사람이 모두 달랐다. 혹시 이거 파트타임잡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 셋 모두 주 5일 근무도 안하는거였다, 첫날에 나를 응대했던 직원이 굉장히 친절하길래 둘째날 왔던 다른 하우스키퍼에게 어제 일한 분은 오늘 일안하냐고 했더니 이 작은 숙소는 혼자서 하우스키핑해도 돼! 라고 말하면서 이번주는 내일 지나고 그 다음날에 일하러 온다고 했다. 보통 주 2~3일이라고 했다. 지금 학원에서는 3주간 세 명의 선생님과 수업을 했는데, 메인 선생님이 있고 그 선생님은 수요일에는 수업을 안하신다. 다른 선생님이 수요일에 수업하시는데, 처음에 나는 이게 조금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독일 사람들은 수요일에 쉬는 근무조건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들 생각 다 똑같구나 ㅎㅎ 그리고 이 나라는 그게 선택할 수 있구나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다보니 생각난게, 철저하게 7~8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독일로 취업하는 것을 알아봤을 때, 9시 이전에 출근하는 조건의 직장들이 많다는걸 알게됐다. 몇 시에 출근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야근까지 모두 함께 멍청하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어야했던 한국을 생각하면서 미쳤어? 퇴근시간은 똑같을텐데 누가 미리 출근해...? 라고 생각했는데, 동네의 Bürgeramt(Citizens Registration Office)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수업시간ㅠ에 거주자등록을 하러 가라고 해서 이렇게 수업 꽁으로 먹으려고... 라고 몬난 생각을 했는데, 월요일은 암트가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업무 시작 시간은 7시. 정확히 7시간 근무만 한다. 물론 중간에 점심시간도 있다. 공무원은 한국도 시간 다 지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의 가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1층에는 잡화점 + 빵집이 있는데, 여기는 주로 아침에 회사가는 사람들이 커피와 빵을 사들고 가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이 곳이 열린걸 볼 수가 없었다. 장사 안되서 망한줄로만 알았다. 이 가게의 영업시간은 7시 ~ 3시. 하루 8시간의 근무를 하는 셈이다. 학원은 9시부터 12시, 학원 마치면 두세시간은 시내에서 살거 사느라 돌아다니기 때문에 나는 이 가게가 매일 내가 그 앞을 지나는 시간과는 달라서 보지 못했을 뿐 매일 영업하고 있다는걸 새삼 알게 됐다. 엄마 가게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 ~ 오후 9시라는걸 잘 알고 있는 내게, 퇴근같은거 없이 주 7일을 거의 밤샘을 하면서 일해왔던 내게, 너무 부러운 근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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