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weinhaxen


한국의 족발이 이 요리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은 있는데, 우선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그냥 외국음식요리 이름을 굳이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김치"같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나눌 수 없어보였다. 그런데 독일어를 공부한지 3주째인 지금, 왜 저게 두 단어로 보이지 않았었는지 의아하다.



Schwein + Haxen 돼지 + (구어) 사람; 다리


뭐 사람 다리여도 돼지 다리로도 쓰고 그런거겠지. 그리고, 저 단어를 떨어뜨려서 쓰게 되면 schweine Haxen으로 써야한다. 왜 그런지는 독일어를 공부하시면 아시겠죠... 독일어 전공자가 이 글 보면 어처구니없을 듯... 네, 독어 배운지 3주째인 학생입니다. 


첫 단어로 이걸 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가본 식당을 추천 비추를 날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슈바인학센을 먹었는데, 식당이 아니라 추천을 못한다고 했더니 그게 독일식 족발 맞죠? 슈바인학센이 무슨 뜻이에요? 라고 내게 질문했다. 머리가 딩- 


독일에서 사는 것은, 영어권 국가에서 사는 것과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물론, 독일어를 못한다는 경우에 한해서.) 하나도 모르는 외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사는건, 어딘가 불시착한 외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구별여행자 같은 단어 굉장히 오글거려서 싫어하는데,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단어 말고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혹시 영화 중에 Lost in translation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 영화를 봤으면 내가 하는 말이 바로 이해될텐데.. 설명을 못하는 병에 걸렸다ㅠ 치료제가 필요하다



스칼렛 요한슨한테 처음 빠진 영화가 이거로 기억한다. 내게는 여전히 이 영화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이 최고. 순간 Her의 사만다가 떠올라서 고민했지만, 그래도 Her에서는 목소리만 나왔으니까 이게 더 좋은걸로- 매치포인트에서의 스칼렛 요한슨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네이버 영화에서 긁어옴


일상이 무료하고 외로운 밥 해리스(빌 머레이)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로 여행온 미국인이다. 영화배우인 밥은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이제 갓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에게도 안정을 얻지 못하고 외로움과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번민한다.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밥과 샬롯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중 호텔바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의 모습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이 둘은 도쿄 시내를 함께 구경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



물론 크게 보면 불륜인데, 영화에서 그 상황적인 묘사가 엄청났다. 특히 신혼인데 남편놈이 얼마나 부인을 내버려두는지 보는 내가 다 화날 정도였다. 모두가 일본어를 써서 사람 속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 "일본"에서, 서로만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로맨틱. 음 이 단어도 너무 오염됐네.. 낭만적이다. 




슈바인학센 단어뜻을 찾아보지 않은걸 설명하려고 이렇게나 심각한 설명충이 되어야한다니 개롭네... 


나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에서의 그 둘처럼, 독일에 와서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소외감이라는 느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혼자라는 생각에 행복할 때도 있다. 관광지의 상점들을 제외하면 아주 쉬운 영어도 일반인에게 거의 안통한다는걸 알고는 아주 조금의 안도감도 들었다. 거의 같은 감정의 Lost in translation. 독일에 와서 6일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뭉개면서 그 느낌이 극대화 되었고, 내 가장 친한 친구와 하루에도 몇시간씩 잘 놀 수 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열리는 것 같은 동네축제의 길거리 음식들. 말이 축제지 정말 이 음식만 있다.... 나는 슈바인학센을 이 동네축제에서, 서서 먹었다. 슈바인 학센 얘기할 때마다 서서 먹었다면 다들 엄청 놀라던데, 슈바인학센 하나의 양이 꽤 큰 편이라 혼자서 식당을 가기에는 무리ㅠ 


멀리 보이는 역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프랑크푸르트의 저렴한 숙소는 홍등가에 밀집되어 있어서 걱정했지만, 위치가 너무 좋아서 홍등가임에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거겠지.




전통 슈바인학센은 껍데기에 맥주를 발라가면서 구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판매트럭 바로 앞에서 먹길 잘했다 싶었던게, 포장하면 1회용 플라스틱 나이프 포크를 준다. 나는 아래 상태의 슈바인학센을 먹어보고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혼자서 거의 발골하는 수준으로 뜯어먹고 있으니까, 주인아저씨가 콜라를 그냥 주셨다. 음료 시키려니 마트의 두 배라 안시켰는데(그래봐야 2유로) 내가 목이 메여보였나...ㅠ




속은 촉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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