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은 9시간은 내내 엽서쓰고 다이어리 썼다


비행기에서의 테이블은 엄청 좁아서

사실은 기내식만 딱 먹는 용도가 맞다


그 안에서 누가 펜을 꺼내고 법석을 하겠냐며....


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그건 바로 나



엽서 쓰다가 비행기 시간 촉박하게 와놓고

비행기 타서 또 엽서쓰는 사람도 로 나



어쩌겠냐며, 너무 재밌고 즐거운데.....






내가 독일로 떠난다고 하니, 반고흐 엽서 세트를 선물해줬다

가격을 떠나서, 나에게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엽서 열어보니 퀄리티는 또 어찌나 좋은지....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많은 그림들이 엽서 속에 담겨 있어서

다 쓰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몇개의 그림을 빼놓고

스무장이 넘는 엽서들을 펼쳐놓고 어떤 엽서에 보낼지 상대방을 상상했다






내게 이 고흐 엽서 세트를 선물해준 친구에게는 저 흰 옷 입은 여자가 들판에 서 있는 엽서를 썼다. 내게 이런 명화 엽서를 선물해준 고마운 사람이 마치 천사 같이 느껴졌다.


친한 언니들 중 한 명은 가장 빨리 독일에 올 것 같아서, 마차를 한국까지 보내는 듯한 느낌으로 다리 위에 마차가 지나가는 그림에 엽서를 썼다.


그리고 고단해보이는 부부가 누워있는 엽서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냈다. 요즘 일도 많아서 잘 쉬지도 못하는데, 그림으로나마 푹 쉬는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저 그림은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이기도 한데, 언니니까 내가 쓰는거야...



무튼 그렇게 하나하나 받을 상대방을 상상하며 매치해가면서 엽서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즐거웠다. 여태까지 한국에서 외국으로 발송하는 엽서들은 400원이라 그 한 장을 쓰는데 많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서 보내는 엽서는 분명 400원보다 비쌀 것이기 때문에, 엽서 한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쓰기 시작하니, 괜히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엽서를 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보통의 야간 비행은 주간 비행에 비해 승무원이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기내식 챙겨주는거와 가끔 술 찾는 아저씨들 빼고는 할 일이 많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안자고 몇 시간 째 뭔가를 자꾸 써대는 아시아 여자 한 명이 있으니 얼마나 신경이 쓰였을지...


게다가 자꾸 딜마티를 내놓으라고 하니...ㅋㅋ 잘은 모르지만 몹시 귀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딜마티는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 너무너무 좋은 조합이다. 그 높은 고도에서도 만년필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딜마티의 향이 만난다면 아무것도 힘들지 않고 계속 뭔가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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