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는 공항으로 독일 입국한 후에 하루 잠깐 자고 가는 숙박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하이델베르그는 독일인들이 여행지로 많이들 찾는 도시라 (독일인에게 물어봄)

내가 지내는 숙소에 독일인들도 절반정도는 있었다

워낙 작은 숙소라 절반이래봐야 몇 명 안된다는게 함정



무튼 그 중에 두 명이 응접실에서 계속 있길래, 물어봤다



사실 나는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내가 독어를 잘 할 수 있을지 전혀 몰라서 우선은 좋아하는 나라 여행온다는 생각으로 독일에 와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어가 잘 안통해서 여행은 짧지만 우선은 했으니 독일어를 배워보려고 한다. 추천해줄 도시가 있느냐



그랬더니 나에게 되묻기를,

"그건 네 취미가 뭔지에 따라 다르지, 취미가 뭐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고, 내 취미와 어학할 도시가 무슨 상관이지 싶어서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독일의 어느 지역은 경사가 거의 없어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고

독일의 또 어느 지역은 강이 길게 뻗어있어서 카누를 타기 좋은 도시고

또 어디는 산이 많아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도시고

이런 식으로 거의 모든 독일 지역을 설명해줬다


나는 단 한번도 이런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 사람에게 너무 당연한 그 취미라는 부분이 새삼 부러웠다. 한국은 취미라는 것을 가지며 살아가기에 굉장히 힘든 나라였다. 모든 취미는 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뒤에 해야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취미도 무엇도 가져서는 안되는 곳. 그런데,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취미는 어린 시절에 정해진다. 단 한번도 그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서른 네살이 되어서 책을 진득하니 앉아서 읽을 수 있을까? 난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유난스러운 취미가 있으면 살기 편해서 그런거나 하고 넌 맘편해서 좋겠다~ 같은 차라리 쌍욕이 나을 수도 있는 얘기들을 들으며 지내온 나에게, 저런 질문이라니 나는 기쁘기도 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저 이야기가 너무 고마웠다.


나는 누가 취미에 대해서 물으면, 취미수집이 취미라고 대답하곤 하는데, 이걸 영어로 재치있게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편지쓰고 예쁜 우표 사는거 좋아한다고 했더니. 듣고만 있던 다른 나이 많은 남자분이 그 취미라면 독일의 어디가도 상관 없다며 ㅋㅋㅋ 날씨가 나쁜 도시에 사는 독일인들은 아마 대부분 그 취미를 갖고 있을거라고 했다. 그런건가.... 날씨가 구려서 포크에 많이 계시던거였나요, 독일분들? ㅎㅎ




그렇게 우표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들은 우표 잘 몰라~ 라고 말은 했지만, 기본적으로 독일 사람들은 조금은 우편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 같았다. 아직도 꽤 많은 고지서나 영수증이 우편을 통해서 배달된다고 한다. 내가 등대 우표를 직접 꺼내서 자랑을 했더니, 등대 우표의 금액이 미묘하게 다른 이유를 아냐고 내게 되물었다. 동공지진... 모르는데요.... 이건 몇년도 우편엽서 발송금액의 우표, 이건 몇년도 편지 발송금액의 우표, 이렇게 차차 요금이 올라가서 이렇게 다양한 등대우표가 있는거라고 설명해줬다. 생각도 못했는데, 10년간의 우편요금이 은근 야금야금 올랐구나 싶었다.



그리고는 다시 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얘기를 했다. 표준독일어(고지독일어; Hochdeutsch)라는 것이 있는데, 이건 수도 베를린에서 쓰는 독일어가 아니다. 독일 지도를 살펴보면 베를린은 굉장히 심하게 오른쪽으로 치우쳐있고, 사실상 베를린은 상징적인 수도고 실제적인 수도로서의 기능은 전혀 하지 못한다고도 얘기를 해줬다. 독일인에게 직접 들으니 뭔가 신기하기도 하고, 만약 한국도 통일되면 상징적으로 평양이 수도가 될 수 있을텐데, 그 때 나도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에게 저렇게 담담히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까 말했듯이 대부분의 독일 도시들은 이런저런 취미들을 가질 수 있는 지리적인 특징이 존재하는데, 표준독일어를 쓰는 지역은 아~무 것도 없어서 자기들끼리 말만 하면서 지내서 가장 말을 많이, 잘해서 표준독일어가 된거라고 한다. (혹시 이것도 농담이면 어쩌지ㅠ)



그러면서 내게 하노버를 추천해줬다. 그런데 하노버는 날씨가 많이 안좋다고 하면서, 북부 독일의 날씨과 남부 독일의 날씨가 만나는 Shit Weather Line이 독일에는 존재하는데, 그게 딱 하노버를 지난다고 했다. 하노버를 추천하면서 날씨가 진짜 안좋다는 얘기를 반복해서 나는 당황스러웠다... 편지쓰기 좋아하고 우표를 모은다고 해서 날씨가 안좋은 곳에 살고 싶다는 얘긴 아니었는데 혹시 내가 뭔가 잘못 말한걸까ㅠ


무튼 그렇게 하노버 얘기를 잔뜩 하고는, 만하임에 대한 얘기도 했다. 만하임은 우선 날씨가 짱좋지, 하이델베르그처럼 좋지 가까우니까. 프랑크푸르트처럼 그런 크고 드러운 도시는 아니니까 만하임도 좋지. 근데 남부 독일 사투리가 생각보다 꽤 심해, 그걸 배우면 곤란한데... 라고 조금 걱정을 해줬다.



무섭도록 친절한 사람들... 세 시간이 넘게 나의 어학 도시에 대해 토론을 했다. 숙소 응접실엔 세계지도와 독일지도가 있었는데, 그 독일 지도를 세세하게 보면서 얘기를 했다.




너무 커서 한번에 다 찍은 것도 대단하니까 도시 이름을 보는건 무리. 저 핀들이 어디사는지 찍는 핀들이고 오른쪽 상단에 핀이 좀 모여있는 저기가 베를린이다. 하노버와 만하임중에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나는 날씨가 안좋은건 사실 크게 상관이 없는데, 그게 비가 오면서 날씨가 안좋은거면 주로 걸어다닐 예정인 내게는 꽤 큰 문제가 된다. 운동화는 자주 젖으면 젖을 수록 상태가 급격하게 떨어지니까. 


그리고 만하임도 어학 많이 하는 도시로 유명은 한데, 가보지도 않고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두 도시 중 조금 더 먼 도시인 하노버에 먼저 가보고 그 다음에 만하임을 가보려고 생각했다.



나보다 먼저 어학을 한 혈육도 수도에서 어학을 시작한게 아니라 사투리같은건 어떻게 교정했냐고 물어보니까, 누나 영어 호주에서 배웠잖아. 호주 사투리 해? 라고 묻길래 이새끼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영어 호주에서 배운거 아닌데? 한국에서 배웠어!!


동생이 하는 말은, 외국인이 말을 배울 때 사투리를 배울 수 있긴 할까? 라면서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사투리까지 배울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고, 학원에서 사투리로 수업하지 않는데 뭐가 문제냐고... 음, 그렇잖아...? 미리 해본 놈이라 나보다 낫구나... 쳇




그래도 하노버에 가보긴 해야지







독일 지도뿐 아니라 이렇게 세계지도가 있다

딱 어느나라가 그나마 부유한지 잘 알 수 있다

외국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재력과 여유가 있는 나라들, 심각하게 한정적이다



이 숙소에 유난히 한국/중국 숙박객이 많아서 이렇게 따로 한/중 지도는 따로 있다

지도가 따로 있는 것도 괜히 좋은데, 아래쪽 문구가 대박이다



일본 너네 무시하는거 아니야!

지도에 원래부터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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