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인 직후 상황)

내가 생각해왔고, 호주 기숙사에서는 옆방을 썼던 딱 전형적인 Shy Canadian이 같은 방, 그것도 내 바로 위 침대...

혼자 너무 낯가리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다른 사람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줘서 조금 괜찮아진 듯 했다

이거 유럽에서는 안파는건데 마셔볼래? 로 시작된 Root Beer 시음.

호주에서 진짜 많이 마셨던거고, 진짜 좋아했던건데 뜬금없이 독일에서 캐나다인에게 받을 줄이야

어쩌다보니, 분위기상 완전 맛있다! 이런거 처음 마셔봐! 이렇게 해야했고....

나는 10년 전에서의 호주가 생각나서 반가운 동시에 순간 울컥했다.

그 때는 모든게 다 너무 좋기만 했었다. F를 받아도 그저 기뻤다......



무튼 그렇게 서로 안면트고 말도 붙이고 하고는

여행자답게 전부 다 각자 일정에 맞춰서 따로 움직이고

Pub Crawl을 위해 8~9시 언저리에 모두 방에 모였다.



다들 나이는 굳이 안묻고 얼굴에서 알려주는 나이로 대충 나보다 많군 적군 또래겠군을 생각하고 있는데, 유난히 어려보이는 캐나다인이, 나와 다른 한국 사람의 나이를 묻는다. 친구냐고. 음, 아니야. 내가 아마 얘보다 다섯살은 많을거야. 라고 하니, 지금 자기가 아시안들 나이 잘 모른다고 장난치는거냐고.. 장난이 아닌데요....


누가봐도 스물둘 이상은 되어보이지 않는 캐나다인이 나이를 공개하자 다들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네가 오늘 우리 그룹(=방)에서 가장 어리다고. 근데 넌 누가봐도 어려보인다고. 음 하긴 그렇긴 했어...


다른 한국 여자분이 스물넷?이라고 먼저 나이를 밝히고 나니까 내 나이를 말하기가 조금 더 곤란해졌다... 다섯살보다 더 많다니ㅠ 내 나이를 쨘! 하고 얘기하니 또 못믿고... 내가 나이를 증명할까? 맞으면 어떻게 할래? 근데 내가 가진 ID가 여권뿐이야....... 휴... 여권사진 어떻게하죠....... 내 나이가 맞으면 샷을 사는거다. 어?? 진짜네... 예, 진짜입니다만...


그리고는 본인의 운전면허증을 굳이 보여준다. 96년생, 잘 알겠다... 




8명 방에서 총 6명이 같이 갔다.

종교적인 이유로 술을 안마시는 두 명은 같이 술을 못즐기니 자연히 어디론가 없어졌고,

다른 둘은 뭔가 서로 자꾸 추파를 던지고 있는게 눈에 보이고,

그리고 남는건, 너와 나



술을 주로 집에서 혼자 즐기는 편인데,

특별한 이유랄건 없지만 취하면 꼭 사람들한테 깝쳐서...

술을 거하게 마시고 오면 항상 남자친구가 생겨있었다.

여태까지 쭈욱 그래왔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


지금 내가 별 일 없는건 아마 내 영어가 후져서겠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기억에는 전혀 없지만 그 와중에 인스타에 올리겠다고 사진을 찍어놔서

음 어제 또 보드카로 장난쳤구만... 여전하구만? 하는 사진이 아이폰에 있었다





역시 까불 때는 보드카지, 암






그리고 다음날 체크아웃하고 나서, 나는 하이델베르크로 간다고 했다. 어제 밤에 너무 재밌게 잘 놀아서 고맙기도 하고, 뭐 궁금하기도 해서 언제 어디로 떠나냐고 물었더니, 나흘 후에 더블린으로 간다고 한다. 하...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몰라... 이제 영문 제목도 다 알아놔야겠다. 언제 어떻게 얘기하게 될지 모르니까. 영어 제목은 모르겠는데, 더블린 피플이라는 뜻의 책을 참 좋아해. 그 작가 이름도 아는데 아마 내 발음이 안좋아서 못알아들을 수도 있어. 그러니 별거 아닌 제임스 조이스를 또 발음교정을 받아야하고!!! 당당하게 영어하고 싶다. 아직은 너무 멀고도 멀다. 무튼 더블린 사람들은 더블리너라고. 황당. 런더너 베를리너 더블리너. 네


나도 더블린 가보고 싶었는데! 하니까 오라고, 나 하이델베르크 가야한다구. 거기 사흘 있는다며~ 그러면 내가 더블린 가는 날짜랑 같아지잖아! 혼자 여행하는거보다 같이 여행하는게 더 재밌어! 그거야 그렇지만... 무튼 이런저런 얘기들이 뭐 농담이겠지 하면서 그냥 여행 재밌게 해! 더블린은 나중나중에 가게 될 수 있으면 너무 좋겠다. "그 때는 내가 없잖아!"



무튼 그렇게 내가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잘 모른다고 하니까, 직접 데려다주겠다면서, 짐도 엄청 많네!!! 하길래 더 큰 짐(32kg 캐리어)은 여기 luggage room에 맡겨두고 하이델베르크 다녀올거라고 했더니 그 때 같이 저녁 먹자! 하길래 그래 그러자! 너 페북해? / 아니, 너 인스타 해? / 아니


그러면 어떻게 연락해? 연락할 수는 있어? 이러면서 또 농담농담




독일에 처음 와서 영어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말이 안트였던거라면,

술마시면서 다시 입이 틔였으니, 그 후에 어려운 것은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는 것.

리액션 큰 외국인들은 이게 딱 농담이라는걸 알아채기 쉬운데,

별 몸짓없고 표정없는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이게 지금 농담인지 진담인지 전혀 구분이 안된다.

무튼 그렇게 너는 페북을 안하고 너는 인스타를 안하니, 우린 인터넷으로는 못만나겠구나.. 하면서

나는 페북의 그 이상한 사람 추천이 너무 싫어 / 나는 특별할 거 없는 일상이라 인스타에 사진 올릴게 없어

뭐 이런 각자의 입장에 맞는 얘기들을 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 앞에서 마지막 셀피!를 찍고 바바잉

내 버스는 한시간을 쳐 늦게와서 나를 화나게 했다

(프랑크푸르트 - 하이델베르크가 한시간 걸리는데, 버스가 한시간을 늦게 왔다...)





감사하게도, 이 날 이후로 딱히 영어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물론 듣는 사람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내가 말하는데는 딱히...

은행에 가기 전까지는요.......... (글쓰고 있는 현재는 2016/05/09, 오늘 은행에 다녀왔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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