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그런 글을 보긴 했었다.

30세에 신청하니까 사유서를 써내라고 했고

이거 혹시 탈락하는거 아니냐고

탈락할 수도 있다.

세상일에 100%라는건 없으니까


그래서 그 사유서를 쓴 사람들을 더 열심히 찾아봤다

그냥 별 말 안썼는데 통과시켜줬다는 사람도 있었고

열심히 썼는데 불합격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역시 인생은 복불복...


그렇다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까 열심히 쓰기로 한다



대사관에서 내게 추가로 요구한 것은 두 개.

보통 이 두 개라고 한다.

영문 이력서, (워홀로 가기에는) 나이가 많은데 왜 가야하는지 사유서 한 장


영문 이력서는 이미 작성해둔 게 있어서 그냥 뽑아갔고

혹시 안걸릴 수도 있으니 사유서는 쓰지 않고 갔다


생일이 열흘도 남지 않았기에, 사유서에 당첨되었다




사유서를 빨리 보내야 내 워홀 서류 심사도 빨리 진행되겠지.

밤새 열심히 썼다.


그간 자기소개서를 다양히 열심히 쓴 덕분에 작문 실력이 꽤 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헛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 것이

사유서도 어차피 독일 대사관에서 읽는거니, 회사에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의 그 작문 틀과 유사하게 적용할 수 있었다


너희 회사 제품 뭐뭐 써봤는데, 너무 좋더라.

구매자로서 조금 불편했던 점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내가 직접 바꾸고 싶어!


독일 제품을 써본 게 은근 많은데, 다 너무 좋더라

독일에 직접 가면 얼마나 더 많은 재미있는 것들이 나를 반겨줄까?



이런 틀.

읽는 회사/독일을 칭찬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독일에 가야하는지 

그렇게 정신없이 쓰다보니 한 페이지가 채워졌고

공문이니 위아래 공문 서식은 맞춰주며

나 그렇게 멍청이 아니야!

독일어는 하나도 못하지만 영어작문도 이정도는 할 줄 알아! 를 어필하며

혹시 모르니, 아니면 이런 것도 세세하게 PDF로 변환한 파일과 Word 파일을 대사관에 전송!

부디 누군가가 *.hwp를 보내는 일은 없길 바라며....





합/불합의 여부는 따로 알려주지 않고

내가 제출한 여권에 비자가 붙어있으면 합격, 없으면 불합격



내가 사유서에 이만큼이나 공을 들였는데, 혹시라도 안된다면

그건 한국에서 최저임금 받으면서 그렇게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살아가야한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서럽기도 했다.


어째서 모국은 그렇게도 비현실적인 노동구조를 갖고 있는가...



무튼, 내 할 일은 모두 내 손을 떠났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