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있고, 그 비자는 이번달에 만료된다. 대학 입학 준비 비자를 받을 준비 중이고, 이미 무언가 많이 틀어져버렸다. 처음 갔던 외국인 비자청에서는 그냥 웃을 수 있는 일만 있었었다. 그래서 비자 잘 받은 후에 글 하나로 딱 써야지! 싶어서 쓰지 않았었는데, 오늘 두번째로 외국인 비자청을 다녀오고 나니, 글 하나로 마무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쓰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비자청에 간 것은 119일이었다. 예약을 하기 위해서 간 거였고, 나의 생일을 물었다. 아직도 숫자가 너무 어려운 나는 갱장히 당황했다. 겨우 25일임을 말했는데, 나의 "2월"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 이렇게 좋지 않은 인상부터 주게 되는걸까... 안돼. 년도를 말하는 것 또한 몹시 어려울 뿐이고... 생년월일만 말했는데, 이미 영혼이 털렸다. 나는 독일에서 그간 무얼한걸까... 그렇게 준비해간 문장들을 말하면서 예약날짜를 잡았다. 26일 오전 괜찮냐고 묻길래, 오후에는 안되냐고 했다. (이 말을 하고 오전에는 매일 어학원가야한다는 얘기를 했었어야했는데, 그 당시는 왜 그게 생각이 안나는건지...) 그랬더니 2월 9로 변경. 만하임 외국인 비자청은 목요일 오후 6시까지, 월요일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다른 요일들은 모두 정오에 끝난다. 


예약날짜를 잡고나서 내가 물어봤다. 이건 준비해간 문장이 아니라 완전 더듬거리면서. 내 비자가/끝나/ (그리고 여기에 내 비자 만료일을 말하려했는데, 숫자를 읽는게 아직 너무 서툴러서 동사를 말한 후 잠깐 텀이 있었다) 그랬더니, 응~ 네 비자는 24일에 끝나네~라고 말해서, 나는 ???????????? 상태가 되었다. 어떻게 아세요???????? 라고 물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멍청한 소리였다.. 어떻게 아냐니... 외국인들 비자를 모두 관리하는 곳에 가서 한다는 소리가 어쩜 그래.... 그렇게 3주 후의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나름 뭔가를 준비한다고 찾아보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돈 문제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걸 증명해야하는데, 한달에 특정 금액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 계좌가 있다. 슈페어콘토(Sperrkonto)라고 부른다. 한국처럼 당일에 바로 계좌 개설되고 하는 나라가 아니라는건 이미 작년에 만든 계좌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이 슈페어콘토를 개설하는데 최소 4주가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 당장 다음주에 비자청에 가야하는데????? (나는, 3주 전에 비자청 예약잡아두고 아무것도 준비 안하고 있었던 어떤 사람을 안다.) 어떻게 되는거지?????? 그래서 오늘 비자청에 다녀온 것이다. 다들 비자청에 갈 때는 독어를 잘하는 누군가를 데려가던데, 나는 아는 사람 중에 독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 간다. 나는 독일에 와서 집을 구하고 안멜둥을 하고 움멜둥을 하고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비자청에 가는 것까지 전부 혼자 다녔다. 아참, 처음 안멜둥할 때는 학원 선생님이 같이 가줬다. 그 때는 독일에 온지 보름됐을 때니까...!!


무튼 그렇게 비자청에 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다 작문한 뒤에, 선생님께 교정도 받았다. 교정받은 문장을 가는 내내 읽어봤다. 외우지는 못해도 처음 읽는 티는 내지 말아야지 싶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는 비자청에서 또 당황하게 된건... 생일을 물어서! 생일! 생일! 생일!!! 다음주에 다시 비자청에 갈 때까지 내 생일이라도 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매일 열 번씩 소리내서 읽어봐야겠다... 무튼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내 예약은 다음주인데, 나한테 문제가 생겼어. 라고 내가 준비해온 말을 했다. 그리고는 내 담당자가 뭐라뭐라 말하는데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 어렵고 어렵고 어려웠다.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서 대답 못하고 있으니까 "지금 나는 너한테 질문하는거야, 너희 부모님이 ***를 해줄 수 있어? 그 서류가 너한테 지금 있어?"라고 말하는데 나는 또 당황에 또 당황... 에휴... 정말 독어 공부 좀 해야지 이게 뭔가 싶다.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비자청에 간다. 내 서류가 미비하다고 확인되면 나는 장기체류비자가 아닌 임시비자를 받게 된다. 사실 임시비자를 받아도 문제는 없다. 문제는, 임시비자를 받게되면, 임시비자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장기체류비자를 받으러 비자청에 또 가야한다는 것.. 비자청은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의 체류를 위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친해져야할 관공서... 합법적인 체류의 길은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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