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인스타그램, 트위터, 카톡.


현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좋았다. 그래서 거의 매일 무언가를 여기에 썼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어도 매일 세 개씩 사진을 올리며 그렇게 즐겁게 지냈다. 자동로그인을 해둔 상태라 비밀번호를 입력한지는 오래됐고,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도난당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로그인할 수 있었던 모든 인터넷 사이트들을 로그인할 수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노트북으로 로그인할 수 있었지만, 노트북은 갑자기 와이파이를 잡지 못하게 되고....


저에게 왜 이러세요???? 라는 물음표만 머리 위를 둥둥 떠다녔다. 비밀번호 그거 간단히 찾을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본인인증을 받을 수 없는 한국인은 비밀번호를 찾을 수 없다. 중요하니까 한 번 더 적는다. 나는 본인인증을 받을 수 없고, 내가 그 계정의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가 없었다. 급기야 인스타그램은 혹시 아는 사람이 친구추천에 뜰까봐 새 이메일을 만들어서 가입했는데, 한 번도 쓰지 않은 메일이라 휴면계정이 되었다. 휴면계정의 비밀번호 찾기는 몇 배나 더 힘들다... 나는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걸까 고민을 해야했다. 그냥 모두가 모두에게 다 친구추천으로 뜨고 연결되고 이런게 나는 너무 싫다. 물론 유난유난 개유난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티스토리에서의 나, 인스타그램에서의 나, 트위터에서의 나, 카톡에서의 나, 모두 다 다른 삶을 살고 싶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거 잘 알지만, 적어도 다 같은 사람으로서 지내는것은 조금 싫다.


이런저런 법석중에서도 카톡만큼은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시간은 어려웠지만, 할 수 있었다. 카톡 비번은 쿠키런;;을 해야해서 따로 적어뒀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유일한 앱이었다. 그렇게 카톡만 간간히 하면서 모든 계정의 나 자신은 마치 객사한 것 처럼 지내고 있었다. 약간 정신이 돌아오면서, 휘발성이 강한 카톡보다 내 공간들에 다시 기록을 남기고 싶어졌다. 그렇게 비밀번호 찾기 대장정이 시작됐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계정들에 접속하기 위해, 모두 휴면메일 비밀번호 찾기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언제 그런 이메일을 만들었지... 싶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는 이메일 계정들이라 몹시 당황스럽지만. 뭐 그래도 그것도 내가 만든거니까 비밀번호가 기억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안나면... 안나면... 큽.. 그리고 놀랍게도 티스토리는 너무 간단히 찾아졌다. 사실 간단히는 전혀 아니고, 티스토리 비밀번호를 변경하려고 변경메일을 발송했더니, from.de@tistory.com의 메일 주소로 메일이 발송됐다는 팝업이 떴다. ???????????????????????? 뭐하세요? 엿먹이는건가요??? 하.. 이렇게 티스토리는 작년 가을에서 끝인건가... 싶어서 속상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아는 언니에게 티스토리 비밀번호 찾으려했는데 티스토리 이메일로 변경메일이 갔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거 다음 메일하고 연동되는걸껄? 다음메일 확인해봐 라는 엄청난 얘기를 듣게 되고.... 그렇게 나는 티스토리 비밀번호를 찾았다.... 다음까페시여, 나를 구원하시고....


하지만 속상한 것은, 티스토리 비밀번호를 찾은 것과 별개로 카톡을 이제 핸드폰에서 할 수 없게 됐다. 카톡에 왜 문제가 생겼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받은 카톡들이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마지막 받은 카톡만 보이고, 다른 내용들은 볼 수 없었다. 지우고 다시 깔면 괜찮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별 의심없이 지웠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쓰던 번호를 입력하라는 팝업을 보게 된다. 이것도 또 앞에서 얘기한 유난유난 개유난의 연장선인데, 직장 상사나 동료가 내 카톡 프로필을 보는게 싫었다. 그래서 미국 가상번호;를 받아서 카톡에 가입했었다. 가상번호니까 그 당시에 시스템에서 가짜로 인증번호 받고 끝이었고, 그 번호가 이렇게 필요하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당연히 그 번호는 모른다. 그래서 이제 폰으로는 카톡을 영원히 할 수 없게 됐다. 다행인건, PC카톡이 있다는 점. 그래 이거라도 어디냐 싶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살아가면서 많이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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