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한글이 없고, 한국어도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거야 그 비행기에서 나만 혼자 그렇게 늦게 내렸으니ㅠㅠㅠㅋㅋㅋ)

인천공항과 비슷한 것 하나는, 택시 아저씨만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한다는 점?


그렇게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ㅠㅠ 했다.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아봤을리가 없잖아....? 중앙역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뭐를 탄다고 하는데 뭘 타야하는지 모른다. 그런거 미리 알아봐야 김샐뿐이고, 당연히 고생은 항상 하게 되지만 난 이게 좋다.



대충 블로그들 찾아보니, 굳이 내가 사진들 업로드 안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자세히 포스팅이 많이 되어있다. 시키는대로 자동발매기에서 single ticket을 구입하고 중앙역 가는 지하철?에 탑승하면 끝. 간단하네 뭐. 이런걸 뭘 준비를 하고 미리 찾아보고... 뭐 그렇게 해야 편안한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준비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곳곳에 자동발매기가 있고, 나는 음 쉽댔어! 하면서 영어로 전환하는 버튼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못찾고 있는거다.................... 우리 존재 화이팅!!!



옆에 선 사람도 한국인 같길래, 음 커플같으니까 둘 중 한명이 알아왔겠지 싶어서 곁눈질로 보고 있는데, 너희도 안알아봤구나....? ㅋㅋㅋㅋ 에휴 내가 누르는게 낫지... 이것저것 누르다보니 single ticket처럼 보이는 뭔가가 보여서 눌러봤다. 음, 대충 가격이 이 정도가 맞군. 





내가 공항에서 얼마나 헤메고, 엽서 보낸다고 또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티켓을 보면 알 수 있다 ㅋㅋㅋㅋ 공항에 도착한게 세시가 안되서인데.... 티켓 발권이 다섯시 반 ㅋㅋ 오늘도 여전히 우리 존재 화이팅!!!


독일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고 들었는데, 4.65유로(=약6천원)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 들어가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니, 마냥 비싸기만 한 물가는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아까 우체국 이동할 때는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끌고 갈 수 있었는데(물론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라인에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안보이고 에스컬레이터에는 막혀있어서 직접 물어봤다.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손이 두개인데....



오르락 내리락해야지 뭐 별 수 있나... 하고 생각중이었는데, 어떤 아시아계 여자가 도움이 필요해보이는데? 도와줄까? 하길래 응응ㅠㅠㅠ 또 땡큐땡큐 난리...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외워왔는데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28인치를 낑낑대며 끌고 20인치를 대신 들어줬다. 아무렴 어떤가, 도와준다는 그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 잠시 정적 - 어느 역까지 가냐고 묻길래. 중앙역에 간다고 하니까. 어느 중앙역? 응??? 중앙역.... 여기 중앙역이 두 개야....




아이고 신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ㅠㅠㅠㅠㅠ 중앙역이라고만 봤는데... 어딘지는 몰라... 숙소 주소 없어? 주소? 없지.... 그럼 어떻게 찾아가? 글쎄.... 이런 또 나의 병신력을 뿜뿜하는 대화를 하다가 첫번째 중앙역이 지났다. 그리고 이 사람은 자기가 두 번째 중앙역에서 내린다고 했다. 만약에 내 숙소가 첫 번째 중앙역이라면, 반대편까지 짐을 가져다주겠다길래... 하... 천사세요???? 개고생 좀 작작하라고 천사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를 도와주나 싶었다... 눈물 핑... 하지만 나는 숙소 주소를 모르잖아.... 안될꺼야....



혹시 몰라서 와이파이를 켜봤는데, 뭔지 모르지만 뭔가가 미세하게 신호가 잡힌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와이파이를 열어두는 당신께 또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내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응 이거 첫 번째 중앙역이네. 반대편으로 데려다줄께. 아이고... 세상에 감사해라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공항에서 티켓 발권한게 5:36pm, 멍청한 짓 하느라 헤메다보니 퇴근시간이 걸려서... 본의 아니게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여러모로 민폐ㅠㅠㅠ 한국의 지하철은 대부분 승강장과 지하철의 틈이 넓지는 않은 편이라 크게 신경 안써서 몰랐는데, 28인치 캐리어 기차에 넣다가 그 무게에 휘청거리며 발이 빠져서 또 으아아아아 하고 말았는다. 차라리 비명을 지르라고.... 그런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말고ㅠㅠㅠ 아니면 헬프미라도ㅠㅠㅠㅠㅠㅠ 


놀랍게도 사람 손 세 개가 갑자기 쑥 나타나서는 이 커다랗고 무거운 나를 쏙 들어서 기차 안에 내려다놨다.... 이게 또 무슨 일이지.... 엄청나게 무거웠을텐데 어쩜 그렇게 달랑 들어서... 세상에.... 하.... 영원히 독일에 뼈를 묻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중앙역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했는데, 아까 와이파이 미세할 때 캡쳐한 그 지도 하나로 나는 숙소를 찾아가야한다. 공항에서도 영어가 거의 안통했으니, 영어가 통할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나... 과연 숙소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ㅠㅠㅠㅠㅠ 


길치는 당연하게도 방향치이다.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나는 더 고생할 것이다. 어떻게든 영어로 아까 캡쳐한 그 지도를 보여주며 손짓발짓을 더해서 설명을 한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향을 안내받았다. 믿어야지... 믿겠어... 그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굉장히 깡마른 남자가 큰 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친다. ???? 뭔데???? 그리고는 이내 삿대질도 더해진다. ????????????? 시방 지금 나한테 시비터는거야? 하... 뭔데... 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노숙자였던 것 같다. 내가 겁먹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He is homeless. Don't worry. 라고 하고는 또 자기 갈 길 간다. 뭔데 쿨하냐....





노숙자가 삿대질을 해서 겁먹었지만, 눈 앞에 금호타이어 마크에 괜히 안정이 됐다. 영화관 광고도 생각나고. 뜬금없이 왜 저기 광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반가웠다. 이 사진의 왼쪽으로 가면 금방 숙소가 나왔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치는 또 갈래길의 선택에서.... 정답이 아닌 방향으로 갑니다.......... 괜히 길치겠어요....?



암, 죽도록 헤메야 도착할 수 있겠지.........

중앙역에 내린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밖이다. 여긴 공항처럼 캐리어용 카트도 없고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혼자 끄는 묘-_-기를 부리며 면세점 봉투도 챙겨야하고 노트북이 담긴 백팩도 메야하고.... 아이고... 저를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천성이 게으르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안들리세요???? 안들리시나요????? 도와주세요.....




누가 유럽의 로망은 트램이랬죠? 너 28인치 캐리어 안끌어봤지? 28인치 캐리어를 끌어본 사람이라면 유럽의 로망이 트램이라는 똥같은 소리를 절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냥 끄는 것도 힘들고 빡세고 캐리어 두개는 왜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 진짜 다 때려뿌술수도 없고.........





건널목에 서있을 때마다 저 트램이 가는 곳을 다 막아버리고 싶었다.... 굉장히 얕아보이지만 캐리어 두 개를 동시에 저 위를 건너게 만드는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내가 한 시간 이상 헤메서 체력도 바닥나기 직전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한시간을 그 고생하고도 체력이 남아있던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변을 얼마나 헤메고 헤멨는지 모른다. 그래도 내 숙소는 안나와.... 오늘 안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숙소가 홍등가에 있다는 안내&경고 메일은 진작 받았었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는거야. 홍등가쪽으로 가보자, 혹시 모르잖아. 생각보다 금방 찾아질지?



그리고는 저녁 영업을 위해 호객중인 나이 지긋한 마담;들이 밖에 서 있는걸 보고는 여기도 홍등가는 한국과 별 다를게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길을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아시아 여자 하나가 헤메고 있으니... 이목이 집중되는건 당연했다. 너무나도 길을 묻고 싶었지만, 썩 좋은 선택같지는 않아서 묻지 않고 계속 헤멨다. 처음의 내 결심은 사라지고, 마담 한 명에게 길을 물어야했다.... 길을 물을 필요도 없이 숙소 이름을 말하자마자, 저기있네? 카지노 바로 옆에? 라는 대답을 들었다...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 신이시여 제가 드디어 숙소에 들어갈 수 있나요? (이 때 시간 이미 저녁 8시) 두 시간을 꽉 채워서 헤멘 덕분^^^.....에 정말 체력은 완전히 바닥났고, 숙소를 바로 앞에 두고 또 그 트램 구멍 나부랭이새끼때문에 28인치 캐리어를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도에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위험해보였을까... 양쪽 팔에 문신을 한 어떤 남자가 도와준다고 막 차도로 달려오는데, 만약 중앙역에서 저런 남자가 날 도와준다고 했으면 난 괜찮다고 했을거다. 실제로도 그랬고. 너무 노숙자들이 많았고, 내 캐리어를 들어준다고 하고 캐리어 들고 도망가버리면, 나는 쫓아갈 힘도 없다. 그래서 엄청 힘들어도 계속 혼자 캐리어 두 개를 끌고다녔는데, 이젠 정말 손아귀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그 문신 가득한 남자가 도와준다길래 어쩔 수 없이 맡겼다. 내가 살짝 꺼려한다는걸 대충 안건지, 딱 횡단보도만 건너주고 사라졌다. 그런데 횡단보도 이후에도 여기는 홍등가라 무슨 보도블럭 상태가 이따위인지ㅠㅠㅠㅠㅠ 아이고 울고 싶다.... 간 줄 알았던 아까 그 남자가 막 뛰어와서는 들어다준다고.... 숙소가 어디냐고... 아이고... 내가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아도 되나... 문신이 많아서 살짝 걱정한 내가 미안해졌다. 숙소의 리셉션 데스크까지 짐을 들어다주고, 그 큰 캐리어를 들어다주는 과정에서도 문 잡아주는 기본매너까지... 오해한 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연신 또 땡큐를 하고 드디어 체크인!!!!!!!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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