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를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우표를 좋아한건, 꽤 오래된 기억이다. 우표를 좋아하다보니 외국 사람과 펜팔도 했고, 우표를 사용할 수 있는 엽서와 편지지도 오랫동안 사모았다. 우표와는 별개로 손으로 직접 글씨 쓰는 것을 좋아하니 필기구도 야금야금 모았고, 내가 좋아하는 두 개가 합쳐진 펜팔은 내게 가장 오래된 취미다.


하지만 펜팔을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한국 펜팔은 괜한 주소노출이 우려되서 해본 적 없고, 외국 펜팔은 조금 어린 친구들이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어릴때 시작한거지만, 나는 나이들어도 어릴때처럼 이렇게 살고 있는데 그 많은 내 또래들은 요즘 왜 펜팔을 하지 않을까? 살기 바빠서? 아마 그렇겠지



Postcrossing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다른 글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최근 시작한 Chaincard에 대해서 쓰려한다.


체인카드 : 내용은 없이 같은 주제의 우표만 붙여서 순서대로 전달한다. 예를 들면, 한국-일본-독일-미국의 순서라면, 각자가 각자의 엽서를 준비해서 우표를 붙여서 다음 순번에게 넘긴다. 다음 순번은 본인 엽서를 보내고, 이전 순번에게서 넘어온 엽서를 다음 순번으로 또 넘긴다. 그렇게 한바퀴를 돌고 나면, 참여자들의 우표가 한 엽서에 모두 붙은 체인카드가 완성된다. 나는 이걸 한국 유저들과 제일 먼저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체인카드가 가장 먼저 내 손에 다시 돌아왔다. 총 참여자는 6명, 한국 5명과 독일에 있는 나. 원래는 4~5명만 하는 편인데, 같은 나라에서 하기 때문에 총 여섯명이서 한 체인카드를 하게 됐다.


주제는 동물. 나는 이 엽서를 샀다. 너무 귀엽다.




엽서든 책이든 뭐든 끝부분이 갈라지는걸 지독히 싫어하는 나는, 끝부분을 저렇게 테이핑처리를 한다.



출발하는 모습. 내 첫번째 체인카드가 한국으로 출발했다. 나 대신 한국 곳곳을 잘 여행하고 잘 돌아와주렴.





정확히 37일 후, 내 첫번째 체인카드가 집으로 돌아왔다. 테이핑 처리했음에도 끝부분이 살짝 날라간 점이 굉장히 아쉽지만. 다들 예쁜 우표들 너무 잘 붙여줘서 고맙고, 독일의 소인도 만월이라 너무 행복했다. 만월이긴 한데... 우표가 아닌 토끼스티커에 소인이 찍혔다는게 아주 조금 신경쓰이지만 그정도는 괜찮다. 원래 총 6명이서 같이 한 체인카드인데, 내가 보낼 때 실수하는 바람에 총 네 명만 참여한 체인카드가 되었다. 어차피 여섯 명 전부 다 갈 수도 없었다. 우표 붙일 공간이 없으니...



한국 소인은 총 3개의 우체국에서 찍혔는데, 강서와 아산은 한국 발송이라 한글 소인이 찍혔고, 비봉 소인은 외국으로 보내는거라 외체가 찍혔다. 이런 것도 나는 너무 좋다. 강서 소인 찍으시는 분은 독일 우표에도 날인했다. 강서 소인만 네 개가 찍혀있다. 뭔가 귀엽다 콩콩콩 동그랗게 신나서 찍으신 느낌. 추측해보자면, 45센트짜리 우표에 독일 소인이 찍히지 않아서 말소를 하신 듯 하다. 볼펜으로 말소처리 하지 않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한국 우표에 이렇게 예쁜게 많은줄 몰랐다. 나름 우표 수집도 했는데 처음 본 우표가 이렇게나 많다니.



유흥으로 하고 있는게 고작 이 체인카드라고 하면 좀 안쓰러워보일 수도 있는데,

독일 우표값 살벌히 비싸니까 백수에게는 나름 고급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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