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은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까 숙소에서 제공되는 조식을 배불리 먹었다.

바나나 두 개는 가방에 챙겼다. 밤에 버스에서 먹으려고 히힣...




좀 많아 보이는건 기분탓이 아니다. 실제로도 상당히 많았다. 열심히 진짜 열심히 싹싹 다 먹음.




특히 이 빵은 러스크처럼 빠삭거리는게 완전 내 스타일... 이거 두 개 더 갖다먹음




뒤는 이렇게 생겼다. 이름 알아놔서 다음에 네덜란드 가면 이거 꼭 사와야지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며 30분 넘게 조식을 배불리 먹고 터미널로 슬슬 걸어나왔다.

교통비가 비싸니까 웬만해서 다 걸어다녔다. 숙소와 터미널이 멀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다.




저 전봇대 하나때문에 글씨가 다 안나와서 다시 찍어야했다. (환자)




기차 승강장에는 네덜란드 상징색인 주황색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노란색처럼 보이지만 주황색이다... 마음으로 봐주세요...




아무리 찾아도 버스 승강장은 없었다. 심지어 안내소들도 다 기차 관련 안내소뿐이라 급격히 멘붕에 빠졌다.

20분 일찍왔는데, 시간 맞춰 왔었으면 진짜 큰일날뻔 했다고 생각도 했다.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기차 안내소에 들어가서 버스 정류소를 물어봤다.

"미안한데, 기차 관련된게 아니라 버스 관련된 질문을 해도 돼?" 라고 물었고, 대답해줄 수 있는거면 대답해줄게 라는 답을 들었다

내가 버스 승강장을 못찾고 있어ㅠㅠㅠㅠ 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1층은 기차만 온다고, 2층으로 올라가야 버스 승강장이 있다고 했다.

웃지 마시라구요... 나는 암스테르담 못가는 줄 알고 얼마나 맘졸이고 있었는데ㅠㅠㅠㅠㅠ


그리고 2층으로 올라갔는데, 버스가 어딨다는거야.......... 여전히 기차뿐이다.



다시 내려가서 다른 안내소에 물어봤다. 2층으로 올라가라는 같은 대답을 하길래

2층에서 방금 내려왔는데... 거기도 기차만 있었어ㅠ 라고 했더니

제일 끝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따란- 이 에스컬레이터였다. 이정도 올라오니 버스 승강장이 보였다.




그리고 멀리 플릭스 버스가 보이길래 마구 뛰었다. 내 버스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행선지를 확인하려고 버스 앞으로 가서 확인하려는데, 기사 총각이 나오더니 암스테르담 가니? 라고 물었다. 응! 이라고 대답했더니, 너를 기다렸어! 라는 말을 한다. 뭐래.. 별거 아닌 말인데 한국어로 잘 안쓰이는 저런 문장들 굉장히 좋아한다. 뭔소리지.. 했는데, 오늘 덴하그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사람은 한 명이라고. 나만 도착하면 출발하는거였다. 그래서 플릭스 버스는 예정보다 5분 일찍 출발했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해서 찍은 버스! 기사 총각 다리 너무 긴거 아닌지... 2미터는 족히 넘어보였다.




암스테르담으로 도착하는 버스는 중앙역이 아닌 이 암스테르담 슬로터다이크 역으로 도착한다.




뒤에서도 찍어봤다.



네덜란드에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이 살고 계셔서 급만남을 요청했는데, 너무 감사히 나와주셨다. 암스테르담이 아닌 다르 도시에 살고 계신데.. 너무 감사했다. 중앙역이 서울역인거면 슬로터다이크 역은 고터나 강변역쯤 되는거냐구 물었더니, 고터나 강변은 그래도 좀 뭐라도 있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잖아요. 청량리쯤 되는 것 같은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요즘 청량리도 엄청 좋아졌어요! 라고 답했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 까먹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역에서 중앙역까지는 시내 버스타면 20분쯤 걸린다.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그냥 좀 걸었다.



역시나 구름이 예쁘다는 얘기를 더 하기도 입아프다. 파노라마로도 찍어봤다.




걸어가다 본 건물. 독일의 건물들은 밋밋한게 아주 큰 특징인데, 네덜란드는 건물들이 일제히 디! 자! 인! 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꽤 큰 공원도 가로질러 갔다. 아이들이 이걸 쓰고 엄청 재밌게 놀고 있는걸 봤다. 이거 예능프로에서 쓰는거 아니었어? 이게 원래 애들 장난감인거야?




한쪽에서는 개님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잘따라하는 개님 1도 없음. 개님들도 개성이 몹시 뚜렷했다.




전기차 충전하는거 처음본다!!!! 가정집들이 있는 골목길로 들어오니 이런 것도 보게 된다.




드디어 암스테르담 중앙역 도착!!!

안가봤었지만 중앙역이라 당연히 넓을테니 세부 장소를 정하자고 했다.

포스트크로싱에서 만난 분이라 그런지 중앙역 앞에 우체통이 세 개 붙어있는데 앞에서 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우체통을 찾았는데, 세 개가 아니라 네 개였다. 여긴 네 개가 있고, 다른데에 세 개짜리가 또 있나보다 하고

그 근처를 뱅뱅 돌았다. 근데 여기 말고는 아무곳에도 우체통이 없었다.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만났다.


여기 세 개가 아니라 네 개라서 근처를 좀 찾아봤어요 라고 했더니

원래는 세 개였는데, 장애인용 우체통이 하나 더 생긴줄 몰랐어요...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중앙역에서 걸어서 10분? 암튼 엄청 가까운 거리의 도서관으로 갔다.

이유는? 점심먹으러


먹기만 먹고 바로 나오는게 조금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조금 있었는데, 누가봐도 도서관이 아닌 도서관 식당이용자들이 너무 많아서 안심했다. 그리고 도서관 식당이어도 10유로는 거뜬했다. 하지만 짱맛있었으니까 괜찮다.




그리고는 튤립시장으로 갔다. 지금 튤립철이 아니라서 튤립은 구근만 팔고 있었고, 이렇게 중국과 일본 어드매에 있는 듯한 자기류가 짱많았다. 뭐야... 짭...ㅎ 이렇게 생각했는데, 네덜란드 특산품이라고 한다. 네? 이게요? 놀랍고 놀라웠다. 세상에는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즐겁다.




냉장고 자석도 다양한 종류로 팔고 있었다.




내가 암스테르담에 와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던 암스테르담 레터.

앞에서는 어디 한 귀퉁이에 서서 찍기도 힘들고, 뒤에서 찍어서 좌우대칭을 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주워온 사진, 뒤로 보이는 저 건물이 라익스 뮤지엄이다.





하지만 주말은 뒤에서도 찍기 어려웠다. 나를 찍은 사진인데,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이 사진 안에 나 있다. 분명 있다.




암스테르담 레터 바로 앞의 박물관에 들어갔다! 외관은 찍지 않았다. 그냥.. 빨리 구경하고 싶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RIJKS MUSEUM 네덜란드어로는 라익스, 영어로는 레이크스. 원어로 읽는게 상식이니까 라익스라고 쓰겠다.

소장한 작품들이 살벌하게 많고 하루 내내 봐도 절대로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르네상스 이런건 그냥 제끼라는 좋은 팁을 얻었다. 나는 나보다 먼저 뭔가 한 사람의 말을 잘 참고하기 때문에, 르네상스 관은 아예 날렸다. 들어가지도 않음 ㅋㅋ




따란- 들어가자마자 배 전시장이다.

네덜란드의 골든에이지는 대항해시대니까-




배 전시가 끝나나 싶었더니 배 부분부분을 다 나눠서 일일히 설명해주는 전시관도 있었다. 너의 뜻 잘 알겠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전시관이 무려 아까 튤립시장에서 본 그 짭같았던 그!!!

DELFT라고 불린다고 한다. 도시 이름이고, 그 도시에서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도자기·알코올·약품 등의 화학공업이 발달된 도시라고 한다. 또 내 전공이.. 이런거 볼 때마다 살벌하게 뿌듯하다. 취직 좀..




드디어 그림이 나왔다. 근데 조각품이 밖에 나와있길래 애들이 뛰다 깰까봐 걱정했다. 남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건데..




평면도. 간단해보이지만 살벌하게 복잡하다. 추측컨대 10%도 채 못본 것 같다.




초상화를 특이하게 전시해뒀다. 우리 초상화 개많지? 이렇게 자랑하는 것 같기도 했고.

특이했던건, 내가 알고 있던 저 시대의 경직된 전신 초상화와는 달리 굉장히 자유로운 포즈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뮤지엄이 복잡하다고 한 이유. 오래된 건물이라 구조가 너무 얄궂다.

나는 아마 절반정도는 아예 가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이런건 어떻게 보게 된건지. 술자리 게임이 한국만의 문화가 아니라는데에서 괜한 안도감을 느낀다.




멀리 보이는 저 대접을 보니 사발식을 했던게 기억난다. 무려 14년전이네-




나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러 왔는데, 렘브란트 그림을 보기가 너무 어렵다.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빡쳤을 때 고개를 들어서 봤더니 예뻤다. 그래, 뭐 이거면 됐지-




포기하면 항상 앞에 선물처럼 나타난다. 라익스 뮤지엄은 이 그림을 걸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거면 좀 찾기 쉽게 놔두지 이렇게까지 꽁꽁 숨겨둘 필요 없잖아요....




유명한 그림들은 이렇게 설명판이 친절하게 다 있다.

실제 그림과 설명판을 같이 두고 좀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그림이 살벌하게 커서 각도가 안나온다. 제대로 못찍었다.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 왔다고 하니, 미술 전공자인 지인이 "거길 왜 갔어?" 라고 질문했다. 교오오오양 쌓으러 왔습니다만...

"누나는 렘브란트보다 Vermeer를 더 좋아할걸?" 이라고 말하길래, 아닌데? 더 유명한 렘브란트를 더 좋아할껀데? 라고 생각했지만, 이 설명판을 보자마자 빵터졌다. 그리고 이 시대에도 이런 표정의 그림이 있다는게 재밌었다. 하지만 내가 렘브란트보다 Vermeer를 더 좋아할거라고 예측한 니가 맞았어!! 라고 대답해주진 않았다. 동조해주고 싶지 않아... 




재밌는건 크게도 봐야한다.

이게 과연 Anxious?일까? 나는 저걸 나타내는 한 단어를 알고 있다, "헐"







그렇게 바쁘게 라익스 뮤지엄을 둘러보고, 뮤지엄에서 통장 털리는 곳. 뮤지엄샵에 갔다. 너무 비싸서 통장을 털릴 수도 없던 곳..

다만 이것들은 좀 사고 싶었다. 곧 이사할거라 짐이 될테니 다음에 네덜란드 오면 이거 사가야지!!




유명한 그림들이 라익스뮤지엄과의 협업으로 플레이모빌로 만들어져서 판매되고 있었다.





너무 웃겨서 찍지 않을 수 없던 사진. 암스테르담은 유명한 관광지니까, 각국 언어의 이런 도감을 판매한다.

독일 사람들은 구두쇠로 굉장히 유명해서 관광지에 가서도 중국인;처럼 돈을 펑펑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불어버전은 정가인데 독어버전은 초특급 할인딱지가 붙어있다.


다음엔 이 책도 사가야지! 저렇게나 두꺼운 도감이 2만원이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싸다.


하나 더 재밌었던건, 불어 렘브란트 도감은 젊은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사용했고, 독일은 늙은... 독어버전도 젊은 초상화로 내주세요.





라익스 뮤지엄을 떠나면서, 뮤지엄 로비에서 위를 쳐다보니 이렇게 예쁜 모습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렇게 균일하게 챡챡챡 되있는거 환장하게 좋아한다. 안정감있고 너무 좋다.




오늘 나와 함께 다녀준, 섬에 사는 네덜란드 로컬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7시에 헤어졌다.

이렇게 해가 짱짱한데 이미 일곱시가 넘은 시간. 혼자 괜히 걷고 걸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려했지만, 이런 자연 앞에서 내 미래같은건 먼지보다 못했다. 당장 하루하루를 열심히 지내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뭐 안되도 어쩔 수 없다. 이 시간을 잘 기억하고 싶다. 독일에서의 하루하루도 알차고 즐겁게 행복하게.




구름이 참 예쁜데, 해도 짱짱해서 사진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아래의 두 사진을 합쳐서 생각해야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해진다. 건물을 초점으로 찍으면 구름이 전부 다 날라가고, 구름을 초점으로 찍으면 건물이 침침하게 찍힌다. 두 사진에서 건물과 구름을 각각 떼서 합쳐서 봐주시면 그게 제가 직접 본 광경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왔어야하는데... 카메라까지 갖고 오기엔 짐이 많아도 너무 많았었다.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부터 이미.





운하를 걷다가, 내가 여기 왔었다는 사진을 남기고 싶어졌다.

암스테르담 레터 뒤에서 찍은 사진과 라익스 뮤지엄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지만, 그 사진들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내가 주인공인 사진을 뙇! 셀카도 안찍어버릇하니까 영 안찍힌다. 열장 넘게 찍어서 겨우 건졌다. 왜이래, 이러지 않았잖아... 셀기꾼이었는데!


(셀카는 부끄러우니까 작게, 클릭해도 큰 사진 안뜨게 따로 설정했다. 다른 모든 사진들은 클릭하면 원본이 다 뜬다)



아이폰이 오늘 3만보를 걸었다고 알려줬다. 발바닥이 상당히 괴로워한다. 이제 한 군데만 더 가면 암스테르담 일정은 끝이다. 렘브란트 광장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있는데, 일반 스타벅스가 아니라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한다. 당연히 가줘야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또 만나게 된 렘브란트. 아까 라익스 뮤지엄에서 그림 잘 봤습니다. 그림 좀 그립디다?




스타벅스 사진은 따로 게시물로 올릴 예정. 이미 이 글에서 사진이 너무 많다. 줄이지 못하는 병에 걸렸다.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정도 앉아 쉬면서 무료 와이파이로 씬나게 인스타를 했다. 이제 6개월차인데, 거의 중독치료를 받아야할 수준이다.

독일로 돌아갈 버스를 타러 가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냥 맘 편하게 먹고 월요일 수업을 쨀까? 하는 고민을 내내 했다.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비싼 돈내고 독일어 배우려고 독일에 왔는데, 주객전도가 되면 안되지. 돈지랄을 할 수는 없다. 헬스장에 그간 바친 돈지랄을 생각해본다. 족히 독일에서 3년은 놀고먹을 수 있는 돈 쯤은 되는 것 같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에 가야하는데, 렘브란트 광장에서 바로 가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중앙역으로 다시 가서 거기서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정신없이 다니느라 중앙역 사진을 하나도 못찍은 것도 생각났고.


중앙역으로 가는 트램을 탔는데, 아저씨들이 다 이런 모자를 쓰고 있었다. 뭐지.. 해병대 전우회 같은건가? 좀 귀여웠다.




그리고 중앙역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었다. 버스 타러 가야해서 바로 확인안했는데 이런 처참한 사진일 줄이야...

수전증이 있는게 확실하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은 당연히 굉장히 커서, 트램이 내리는 곳도 다양하고 버스를 타는 곳도 다양하다.

혹시 다음에 누군가 암스테르담을 여행할 사람이 내 블로그를 검색해서 올지도 모르니까 이런 것도 찍어봤다.

사실 남을 위해서 찍었다기보다 내가 4번 트램에서 내렸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가다가 까먹을 것 같아서 이걸 찍고 보면서 움직였다.




내가 가야할 F구역에 잘 도착했다.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은 중앙역에서 22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201673일, 22번 버스 시간표.

(블로그 방문자수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 쏠쏠해서 이것저것 찍고 올리게 된다)




22:20에 22번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는 이렇게 안내화면이 상세하게 나와서 네덜란드어를 몰라도 아무 문제 없었다.




암스테르담 슬로터다이크역 도착! 버스 탑승 후 25분 정도 걸린 듯 하다.




중앙역에서 봤던 우체통은 뭐가 많이 붙어있었고, 여긴 중앙역보다는 깨끗하다.




심야버스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인지, 내가 타야할 버스는 아직 안온 상태. 저 버스들 대부분이 파리행이었다.




만하임에서 프랑크푸르트가는 플릭스버스는 연착되는게 너무 당연해서 이 버스는 대체 얼마나 늦을지 궁금했다. 제발 많이 늦지는 않길 바랬다. 다리가 아파서 너무 앉고 싶었으니까. 너무 감사하게도, 정시보다 일찍 도착했다. 출발지가 암스테르담이라 그런가보다. 출발은 항상 정시에 하는거였구나...? 23:30에 출발하는 버스는 23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암스테르담 청량리역에 도착했고, 누구보다 빠르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캐리어가 없으니까!!!


자리에 앉고, 바나나 하나 까먹고 나니 23:23라서 뭔가 기분 좋아서 찍어봤다.



버스는 문제없이 아주 잘 달려주었고, 일찍 버스를 탄 나는 운좋게 혼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인기노선이라 90% 이상 자리가 꽉 찼는데도, 옆자리를 빈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랜시간 고속버스를 타며 싸돌아다닌 나름의 노하우가 여기서도 통한다니, 너무 좋았다.


그렇게 버스를 탄지 10분이 채 안되서, 나는 깊은 숙면에 빠지게 됐다. 이런 무디고 여행에 적합한 몸을 갖고 있다니 나는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출발한지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버스가 정차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깼다. 무디지만 이정도의 변화는 느낄 수 있다. 딱히 사고가 나서 차가 밀리는 느낌은 아닌데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경찰이 서 있었다. 뭔가 이 차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특별히 소란스럽지는 않길래 뭐하는지 쳐다보니 신분증 검사를 하고 있었다. 독일 국경에 도착했구나!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갈 때 여권 확인이 없길래, 분실되면 곤란하고 소지하기 신경쓰이는 여권을 괜히 오바하며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멍청한 생각이었다. 당연히 들고와야하는건데. 뒷자리에서부터 꼼꼼히 신분확인을 하고 있었고, 어떤 사람에게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캐묻기도 했다. 내 바로 뒤의 남자는 가방검사도 당했다. 내 차례가 왔고, 나는 독일 입국 도장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여권을 돌려줬다. 문제는, 내 앞에 앉아있던 남자 둘이 어느새인가 자리에서 사라진거다. ?????????????????? 이게 뭐지 이게 밀입국인가? 경찰이 무전을 쳤고, 다른 한 명이 더 버스의 2층으로 올라왔다. 사라진 두 명의 자리에 있던 소지품을 꺼내서 이것저것 찾고 있었다. 그리고는 독일어로 이 사람들 아는 사람 있는지, 얼굴 기억나는 사람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나는 바로 앞이라 얼굴도 성별도 대충의 국적도 다 알고 있었지만,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후 만하임으로 바로 가야하니까, 학원가야하니까, 증인이 되어줄 순 없었다. 우선 내 독일어 실력으로 저들을 돕겠다고 하는 것도 저들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악질 범죄자는 아니겠지..


그렇게, 나는 암스테르담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약 8시간의 버스 이동시간 중 6시간 이상을 쿨쿨자며 독일로 잘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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