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썼는데 이미 너무 아무말대잔치의 거대한 서막이다. 내가 처음 음악을 접한건 라디오였다. 약간 라디오를 듣던 세대보다는 젊지만, 나는 그렇게 내 윗세대의 감정을 향유했다. 향유했다는 말은 더 이상 입으로는 내뱉지 않는 단어라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하지만, 저 단어가 가장 잘 묘사해줄 수 있다. 내 세대는 윗세대보다 문화에 가난했다. 향유할 문화가 충분치 않았다.


무튼 그렇게 라디오에서 엄청난 (선별된)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에 대한 다양성이 자연히 넓혀졌다. 어릴 때부터 팝송을 많이 들었고, 다양한 국가의 음악을 접할 기회도 많았다. 4개 국어로 노래하는 그룹에 빠져서 허덕이는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순서였다. 어렸을 때 자의와는 상관없이 교회를 다녔다. 이런저런 재주가 많았던 나는, 중학생 때 이미 주일 예배 피아노 반주 백업을 했다. 청소년부 예배때는 내가 메인 반주자였다. 반주 백업을 하지 않는 주일에는, 성가대를 했다. 노래하는걸 좋아했고 피아노치는 것도 좋아했다. 나는 내가 당연히 피아노를 치며 먹고 살게될 줄 알았다. 중학생 때, 내가 살던 도시에서 가장 입시 피아노로 유명한 학원에 가게 되었을 때가 내가 기억하는 내 삶의 첫 자발적 포기였다. 그 전까지 나는 굉장히 파이팅 넘치던 꿈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10대였고, 그 첫 포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것들을 포기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살았다. 그리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갖게 되었고, 포기해서 내가 갖게 되는건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걸 알게 됐다. 그 후로 나는 삶을 꽉 붙들고 살지는 않게 되었다. 노력은 하되, 내가 노력해도 안되는 것은 분명히 있고 그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거나 반드시 얻어내야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려고 한다. 휴- 또 서론이 이만큼이다.



무튼, 내 이상형은 딱 한 조건만 만족하면 된다. "나와 듀엣곡을 불러줄 수 있는 남자"

내가 주로 접한 듀엣곡들은 영화속에서 남녀주인공이 함께 불렀던 것들이 대부분이니 얼마나 달달한지. 물론, 지금은 그렇게 달달하기만한 듀엣곡뿐 아니라 다양한 듀엣곡이 있다는걸 잘 알고 있다. 내가 노래방을 얼마나 좋아하냐면, 나는 노래방을 혼자서도 곧 잘 간다. 혼자서 갈뿐 아니라 한 시간만 주면 억울해한다. 혼자서 최소 세시간은 부를 수 있다. 대전에는 999분 주는 노래방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요금도 안비쌌다.



어렸던 나는 저게 굉장히 소박한 이상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니 차라리 연봉 얼마라고 정하는게 가장 정확하고 소박할 듯. 이런 이상형을 마음속으로만 오랫동안 생각해왔는데, 처음 얘기해보니 뭔가 좀 후련하다. 그런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물랑루즈. 이 영화에서 이완 맥그리거 미모 미쳤고, 니콜 키드먼은 요정 그 자체다. 대부분의 노래가 듀엣곡이라 물랑루즈의 OST는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그 중 가장 좋아하는 곡.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기면, 나는 이 노래가 자동으로 재생된다. 물론 내가 직접 듣는 버전으로 자동 변환되서. 




Hope you don't mind. I hope you don't mind

That I put down in words

How wonderful life is now you're in the world


Sat on the roof and I kicked off the moss

Wellsome of these verses well they got me quite cross

But the sun's been kind while I wrote this song

It's for people like you that keep it turned on


So excuse me for forgetting but these things I do

You see I've forgotten if they're green or they're blue

Anyway the thing is what I really mean 

Yours are the sweetest eyes I've ever seen


And you can tell everybody that this is your song

It may be quite simple but now that it's done

Hope you don't mind. I hope you don't mind That I put down in words

How wonderful life is now you're in the world




아주 잠깐 결혼도 생각하던 철없던 때에는, 나의 결혼식 축가로 시덥잖은 사람들이 별로 마음이 담기지도 않은 축가를 하느니 이 노래를 남편이 직접 불러주는거였다. 하지만 이 노래 생각보다 너무 어렵고, 어린 나는 그걸 몰랐을뿐이고... 



오랜 기간을 서로 알고 지내다 연애하게 된 경우는 단 한번도 없고, 여태 모든 연애가 다 나름의 스파크로 시작하게 되어서, 사귀기 직전에 혹시 음치는 아니죠?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의 구남친들 중 몇;은 태어나서 노래를 끝까지 불러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음치도 있었다. 내가 노래방 데이트에 로망이 있었게 고딩때부터였는데, 10년이 지나도... 제대로 내 마음에 드는 노래방 데이트는 단 한번도 못해봤다. 아이고 억울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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