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봤지만,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에 금방 또 어제 본 사이처럼 그렇게 서로를 디스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이 좀 크고 응급 침대까지 있어서 응급 침대를 내주려했는데, 너무 당연히 본인이 내 침대에 눕는다... 어? ;; 그래... 뭐 오래 버스타느라 고생했을테니까 오늘 내일은 내가 여기서 자도 되지 뭐- 라고 생각했다. (너무 당연히 가는 날까지 나는 응급 침대에서 자야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그런 사이좋은 연인같은 남매같은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같이 엄마 욕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 엄마 욕을 해봐야 어차피 내 얼굴에 침뱉기고, 또 모든 모녀사이는 모두 다 다른 상태;라서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조금 번거롭다. 하지만 나와 엄마가 같은 지인은 내가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고 그래서 또 잔소리 들었겠네? 라고 바로 답이 나온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그런 걸로 잔소리를 듣지 않으니 이런건 어디에서도 얘기하기가 곤란하다. 무튼, 한국이 아닌 곳에서 만나니 괜히 반가운 것도 있다. 나 주겠다고 방에서 이것저것 챙겨온 것도 고맙고. 물론 본인이 필요없는걸 갖다준거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지인과 나는 삶의 태도부터 모든 생활습관이 정 반대다. 나는 어떤 일이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으로 미룬다. 미루다보면 안해도 될 때도 많았다. 물론 시간에 쫓겨서 못한 적도 있다. 문 닫기 직전에 어디든 가다보니 아주 조금만 늦어져도 문 닫아져서 하려던 걸 못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인은 어떤 일을 해야하면, 그 일을 받자마자 해놔야한다. 이미 다 해놨는데 안해도 된대~ 라고 알려져서 어이없을 때도 많았다. 미리 해두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너무 당연하게도 걱정이 많다.


내가 나 자신을 걱정없이 산다고 말하는건 조금 어폐가 있긴 하지만, 지인에 비교하면 정말 걱정이 없는 편이긴 하다. 우선 나는 지나치게 무뎌서 오늘 일을 내일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잘 자고(머리 안대고 서서도 잘 잔다), 뭘 먹어도 맛있고 (덕분에 무럭무럭 살찌고), 뭘 봐도 너무 즐겁고 신나한다. 하지만 지인은 잠드는데 최소 한시간이 걸리고, 먹는데 까다롭다. 어떤 것을 보고 맘에 든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서로 다르니, 서로가 서로에게 그저 신기한 존재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지...를 나는 동생을 보고 생각하고, 동생은 나를 보며 생각한다.


20대 후반, 그 나이에 미래가 정해져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 뿐인데, 막막한 미래를 너무 불안해한다. 누나는 30대 중반인데 이제 말 배우고 있는데... 물론 나와의 비교는 아무 의미없다. 어쩌면 지인이 살고 있는 그 나라의 언어는 내가 10년 전에 먼저 배웠었는데, (고등학교 때 배운거 제외) 어떻게 지인이 그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는건지 종종 신기하다. 나도 그 언어 정말 잘하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그 언어를 공부할 날이 오면 좋겠다. 우선은 독일어부터 좀 능숙해지면-



당장 내일 비온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일정을 정할 것인지부터 얘기하다가, 서로 사는 얘기, 전공 얘기, 막막한 우리의 앞길을 얘기하다보니,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났는데 먼저 잠들었다. 


오랜만에 원없이 입으로 말을 하니, 그거 하나가 굉장히 행복했다. 타이핑이 의미없다는건 아니지만, "대화"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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