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사갈 집을 보고 왔다. 위치도 괜찮고, 다 괜찮았다. 방은 좀 작았지만, 현재 세입자가 아기자기하게 방을 잘 꾸미고 살아서, 그대로 다 두고 짐만 들고 간다고 했다. 위버네멘(übernehmen, 집 거래할 때 이전 세입자가 쓰던 가전이나 가구를 새 세입자에게 중고로 넘기는 것)으로 다 넘기고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방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있긴 있지만, 너무너무 작았다. 그리고 같이 살게 될 플랫메이트가 조금 날서있는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친절한 척을 했지만, 속으로는 약간 나를 무시하는 듯한. 물론 이건 내가 아직 독일 사람들을 잘 모르기도 해서 악의가 없는 걸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독일인 플랫메이트, 나)

독일에서는 얼마나 지낼거야? 

우선은 1년이야

왜 기간이 정해져있어? (일부러 다 들리라고 하는 혼잣말) 1년은 너무 짧은데...

(아이고 시발... 외국인이라 그런다 왜!!!)

나는 비자가 있어야 독일에 있을 수 있으니까. 내가 가진 비자가 1년짜리 워홀비자야.

- 여기서 워킹 홀리데이 못알아들음... 찌밤........... -

우리는 1년보다 더 오래 살 사람이 저 방의 새 세입자가 됐으면 좋겠어

사실 기간은 상관없지만, 매년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건 번거로워

같이 사는 공간의 룰을 알려줘야하고, 익혀야하고 이런거 좀..

독일이 비자를 주면 나야 독일에서 영원히 살고 싶지~ (시발)



마지막 말의 내 시발이 들린건지 더는 개같은 소리 안했다. 와 진짜 집 뿌수고 싶은거 참았네.

대체 저런 아무말대잔치는 왜 하는거야... 싫으면 싫다고 하던가. 이 겉과 속이 다른 새끼들...



그리고 집 다 보고 나오는데도 또 내 속을 쳐 긁어댄다



영어 못해서 미안해~~~

너 영어 잘하면서 그런 얘기 하지마~ 라는 말은 절대 해주지 않았다.

아니야, 내가 독일에서 독일어를 못해서 미안하지~ 까지가 내 선의의 한계. 와 진짜 개! 새! 끼! 고! 자! 나! 되!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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