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가 필요했다.


취업준비생이라는 허울뿐인 이름뿐인 백수나부랭이로 지낸지도 1년이 지났다.

1년만 지났나, 더 긴 시간이 지났다.

그 긴 시간 속에서도 그 기준선에 통과하는 회사는 없었고

있었어도 연봉 1800을 부르며 나를 화나게 했다



아무리 한국에서 더 이상 대졸과 석사졸에 큰 차이는 없다지만

연봉 1800이면 한달에 얼마를 받는다는건지

그 와중에 1800은 세전이었다.



내가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한국이 잘못된건데

다들 눈을 낮춰서 가라니 어쩌라니

눈을 낮춰서 들어간 회사가 맘에 안들면

나는 또 취업준비생이라는 신분으로 돌아가야한다

그럴 수는 없었다



눈을 낮춘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딱, 10년 전 호주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지낸 적이 있다.

대학생 신분이라 더 행복했지만,

영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외국 생활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물론 대학에서는 한국에서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았던 F를 받기도 했지만,

뭐 어차피 F 뜬 과목은 한국의 성적표에 기입되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의 내 나이로, 합법적으로 1년이 체류 가능한 나라를 찾아야했다.



생각보다 답은 가까이 있었다.

독일은 워홀 신청기간이 따로 있지 않았고

언제든 신청하면 일주일 이내에 거의 100% 워홀 비자가 발급된다.

이렇게 신박하고 감사한 나라가 있나...


독일에 대한 막연한 동경뿐이었던 나는

(세계대전 관련 이야기 굉장히 좋아해서 독일에 대한 이미지가 그저 좋다)

어쩌면 내가 독일에서 1년을 지낼 수도 있고

그것을 더 연장해서 평생 독일에서 지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들떠서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이 때가 딱 2월 초였다.

85년생 2월 생인 나는, 2016년 내 생일 전날까지는 만30세,

내 생일 부터는 만31세가 되기에 (독일 워홀 신청기준으로)

생일 전에 어떻게든 빨리빨리 서류를 준비해야했다.


찾아보니 서류도 많지 않았다.

여권 사진, 독일 체류 1년간 보장되는 보험 가입 증서, 여권, 신청서



보험은 종류가 두 개밖에 없어서 둘 중 그냥 싼 걸로 했다.

아프지않으면 되니까, 가진게 체력 하나뿐이니까.

여권 사진은 이전에 취업용으로 찍어둔 사진을 재활용하려했는데,

사진이 과하게 잘 나와서 혹시 본인과 다르다고 할까봐

(엄밀히 말하면 사진에 손을 안대야하는게 맞으니)

새로 찍었는데, 턱이 세개로 나온 몹시 사실적인 사진이었다.

비자에도 사진이 들어가는 줄 알았으면 턱만큼은 어떻게 좀 했을텐데....

그래도 조금 작게 들어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


이런저런 글들을 찾으니, 은근 여권사진에서 많이 탈락한다고 한다.

3개월 이내의 사진이어야하는데, 여권 발급을 4년 전에 받아놓고 같은 증명사진을 제출하면 3개월 이내의 사진이 아니라 비자 발급 거부.

기본 문구에 충실해서 준비해야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리고 신청비 7만 얼마. 유로 환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75000~8만원사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렇게 독일을 번갯불에 콩궈먹듯 정하고 서류를 준비해서 대사관에 216일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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